매서운 바람이 불고 해가 짧아지는 겨울.
참 혼자인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지하철에서 내 옆에 앉은 사람은 핸드폰만 보고 있고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내가 언제 자리에서 일어나는지만 초조하게 바라본다.
우리는 모두 혼자다.
우리는 끊어져있다.
그래서일까 같이 나란히 앉아있음에도 어째서 내 옆구리는 이리 시린지……
삶이 막막하고 눈앞이 깜깜할 때,
진짜 인생의 정답이 있다면 나만 오답을 고르고 있는 것 같을 때,
누구도 나를 이해해주지 못한다고 느껴질 때,
당장 내일 갚아야 하는 돈,
밀려있는 집안일,
고지서 독촉장,
가만히 있는데도 차오르는 숨,
어느 것 하나 내가 쉽게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때 걸려오는 전화 한 통이 나를 무너뜨린다.
잘 있냐는 안부.
밥 먹었냐는 관심.
아픈 데 없냐는 걱정.
당신이 누군지는 난 상관없다.
그냥 그 따뜻한 말이 내 추위를 녹이고, 매서운 바람을 막아주고,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손을 내밀어준다.
그래 나 지금 살아있다.
힘들지만 숨 쉬고 있다.
목을 축일 물 한 잔이 있다.
내 두 발로 설 수 있다.
세상을 볼 수 있다.
그래 삶이 막막할 때 이것부터 시작하자.
숨 쉬는 것. 물 마시는 것. 내 발로 일어서는 것.
그리고 살아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