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엄마가 요즘 공부에 미쳐있잖아. 하하하
처음에는 공부가 뭔지도 모르고, 뭘 공부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공부는 해야지 살 것 같았지. 이 모순 속에서 괜히 심술도 나고 속도 상했어.
근데, 엄마만 그렇게 사는 줄 알았는데 지금 엄마랑 같이 독서모임을 하는 분들도 다 이렇더라. “우리가 살아왔거나 살고 있는 삶의 대부분이 ‘따라하기’라는 것만으로도 그 종속성을 말할 수 있다. 결국 생각의 차원에서 종속이었다.(주1)” 엄마는 여지껏 엄마의 생각대로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크게 보면 선진국을 보며 따라갔던 우리나라처럼 따라갔던 사람같아.
근데 요즘 가만히 보니까. 너도 그런 것 같아.
몇 달전 물었었지? 공부는 왜 해야 하는 거냐고.
엄마가 대답을 못했잖아. 대답 못한 이유는 엄마도 공부에 대해서 그 당시에는 잘 몰랐어.
또 몇칠전 우리의 대화였어.
“영어학원 가기 싫어~!!”
“가기 싫은데 왜 가는데?”
“엄마가 시키니까.”
여기에 모든 답이 다 있었어. 엄마가 따라가는 사람이어서 너를 따라오게 한 거야. 너는 이유도 모르고 엄마가 시키는대로, 학교가 시키는대로 엄마처럼 따라가는 사람으로 키워왔던 거야. 엄마는 책에서 ‘우리나라는 따라가는 나라’라는 말에 엄마와 너에게 대입을 해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어.
그래서 이참에 공부가 뭔지 왜 해야 하는지 너에게 편지를 쓰면서 정리하려구.
공부가 뭘까? 조금 재미없겠지만 들어봐.
공부는 아는 것을 지식으로만 가지고 있지 않고, 실천적으로 자기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야. 잘 살기위해 알고 있는 것들을 자기의 삶으로 녹여내는 것이 공부인 것 같아.
사람은 다들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다들 다르단다. 어떤 방식으로 살지는 스스로가 결정하는 거지만 다 잘 살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 가지고 있지. 일단 자기 자신을 알고 깊이 탐구해서 알아가는 것이 첫째이고, 그걸 바탕으로 공부를 해서 풍요로운 삶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단다. 이렇게 엄마가 알고 있는 것들을 주체적으로 엄마의 삶으로 적용하는 것이 공부라 생각해.
사람은 자기가 성장한만큼 그 안에서 세상을 보고 자기 삶을 가꾸어 나가고 자기안의 사람들과 어울려서 사는 것 같아. 좀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공부를 해서 삶의 반경을 넓히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성장해야 해.
공부는 왜 해야 할까?
사실 엄마는 너희를 낳고 어떻게 하면 잘 키울지 또 한 사람으로 어떻게 방황하지 않고 성장해야할지 고민이었단다. 주변에서는 그냥 이정도면 잘 사는 인생이라고 이렇게 살면 된다고 하지만 앞길이 막막했어. 겉으로는 잘 사는 것 같아도 엄마 스스로는 잘 사는 것 같지가 않았거든. 그렇게 살다가 갑자기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아니 책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많는 것 같애.
무슨책을 봐야하는지 찾아보다 인문학을 공부해야 엄마가 사는 인생 전반에 대한 궁금증이 풀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 그렇게 시작한 독서는 인문학 공부로 전환이 되었고 그제서야 엄마 공부, 인생 공부인 진짜 공부를 시작한 거지. 공부를 하다가 보니 엄마는 꿈이란 게 생겼단다. 그냥 저냥 살아갈 때는 살기위한 자격증 공부나 하려고 열정없이 도서관을 다녔지만 꿈이 생긴 지금은 집에서 밥을 하면서 청소를 하면서도 머릿속은 따로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공부를 하게 되면 꿈이 생기고 또 그 꿈이 다시 공부를 하게 만들지만 그렇게 하는 공부는 힘들어도 힘든지 모르고 하게 되는 거지. 너가 엄마 책상에 오래 앉아 있어서 안 힘드냐고 물어볼때도 있잖아. 힘든지도 모르고 공부를 하게 된단다. 그렇게 공부하고 꿈이 생기고, 하고 싶은 것이 생기는 선순환이 일어나는 거지.
그럼 공부는 어떻게 하는 걸까?
엄마는 ‘엄마’라는 역할이 있지. 너희들을 잘 보살피고 잘 키우는게 엄마의 역할이야. 선생님은 ‘선생’이라는 역할이 있고, 학생은 ‘학생’의 역할이 있어. 공부는 ‘역할’에 준해서 하는거야.
역할이라는 기준에서도 엄마는 엄마로써 공부가 덜되어 있었고, 중년이 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른으로써의 공부가 덜 되어있었어. 이 또한 엄마가 공부하는 이유인 거야. 너는 학생이니 지금 학생의 본분으로 공부를 해야하는 것이고.
이렇게 자기 자신의 역할을 목표에 맞게 잘 공부하는 사람이 어느 곳에 가서든 어떤 역할을 맡던 잘할수 있는거지.
"넌 구체적인 목표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행해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아. 넌 그 목표 자체를 사랑하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거야.
힘들면 좀 쉬더라도, 최대한 빨리 일어나 다시 걸어. 네 목표가 널 발견하고 너에게 달려올 테니까(주2)."
자기 자신으로서 올곧게 세우는 사람. 목표도 올곧게 추켜세우고 있는 사람에게로 목표도 찾아온다.
미처 여기까지 고려하지도 않았는데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는 가족, 조직, 사회는 어떨까?
결국,나를 공부시키는 것이 공진화인거라는 걸 알았어.
엄마가 대단한 걸 한다는 걸 이제는 알겠어. 지금 너에게도 엄마의 심정이 그대로 전해졌으면 좋겠어.
주1> 최진석 저, 탁월한 사유의 시선.
주2> 파올로 코엘뇨 저, 아크라의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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