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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취향

by 지음

앗~ 곤약이닷~!!


슈퍼에 갔다가 어묵 옆에 고이 곤약이 놓여있다. 딸아이 얼굴이 떠올랐다. 항상 장조림을 하면 소고기보다 곤약에 먼저 손이 간다. 큰 걸로 한 줄 사서 장조림을 하면 혼자서 거의 다 먹는 것 같다. 곤약, 메추리알, 소고기 양지랑 표고버섯을 같이 장을 봐서 나온다. 장조림도 메추리알 까는 게 귀찮아서 잘해주지 않지만 한 번씩 하면 아주 잘 먹는 반찬 중에 하나이다.


소고기를 불에 앉히고 메추리알을 삶아서 인내심을 요하는 까기를 하고, 여러 재료들을 손질한다. 소고기를 건져서 얇게 찢거나 아님 잘게 썬다. 써는 중간중간 막내가 와서 한입씩 잡수시고 가신다. 소고기 육수도 버리지 말고 넣어야 한 맛 살아난다. 역시 고기육수가 다한다.


장조림 한날은 막내의 밥 먹기 끝판왕이다. 소고기와 메추리로 밥을 뚝딱뚝딱 먹는다.

이름만 소고기 장조림이고 각자 좋아하는 재료를 먹느라고 특별히 남는 재료가 없다.

나랑 신랑은 표고버섯, 오늘은 넣지 않았지만 꽈리고추

첫째는 소고기랑 메추리알

둘째는 곤약

막내는 소고기이다.


각자 다른 재료들을 좋아해서 다행이다. 티격태격 현실 남매인 둘째와 막내도 서로 밥 위에 좋아하는 것을 올려주면서 잘 먹는다.


서로를 또는 자신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서로 탐하지 않음을 알기에 눈치 볼일도 없음을

각자의 것만 추구하면 되는 걸 알기에 경쟁 구도가 없음을

잉여의 것들이 흘러 넘치기에 배려가 있음을


서로에게 너그러워진다.


배려가 서로의 밥 위에 좋아하는 것들을 올려다 주는 여유를 만들어 준다.

그렇게 서로에게 예쁜 몸짓들을 하면서 서로에게 또 그것을 보는 가족들에게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어 준다.


나 개인의 행복도 중요하다. 중간중간 그래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도 했다. 요즘은 가족들과의 교류도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 정말 나는 행복을 멀리서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바로 눈앞에 있는 것을 돌아서 찾고 있었는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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