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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Rebecca Aug 12. 2023

7년 전 용하다는 점쟁이의 점꾀

8개월 기다려야 그를 만날 수 있다.

8개월을 기다려야 점을 볼 수 있다.

그러나 7년 전에는 6개월만 기다려도 점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점이나 사주를 보는 이유는 지금 상황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불안하고 힘들면 점쟁이에게 미래를 묻고 싶어 진다. "6개월을 기다려야 점을 볼 수 있어! 너도 예약할게! 뚜뚜뚜..." '뭐지?' 일하던 중에 온 다급하게 온 전화라 일단 알겠다고 말했다.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다급한 그녀의 전화가 다시 왔다. '오늘이야 빨리 가자! 나와!' 점보는 날이 도래한 것이다. 연예인들도 주기적으로 점을 보러 온다는 그곳은 요즘 8개월을 기다려야 볼 수 있다고 한다. 


당시 나는 점보는 것에 흥미가 없었다. 한참 힘들 때 점을 보러 갔던 적이 있었는데 나는 딱 한 가지가 궁금했다. 



  "이혼해도 잘 사나요? 아이는 제가 키울 건데 우리 둘이 잘 사나요?" 

  " 어 잘 살아. 둘이 살면 더 잘살아. 남자도 계속 와. "

  " 그냥 아들 하나 더 낳아~ 그럼 좋아져~"

  "네." ' 몬 개소리.'



이혼하면 잘 살지 궁금했던 그때 이후로 다시는 점을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나 6개월이나 기다려야 하는 곳이면 뭐라고 할지 궁금했다.


 


서울의 안국동에 있는 점쟁이 사무실에 도착했다. 제법 큰 빌딩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비서가 우리를 맞이했다. 


"기다리세요."

"누가 먼저 볼 거예요?"

"저요"




 매도 먼저 맞는 편이 좋겠다.


 무슨 말을 들을지 모르니 내가 먼저 들어갔다. 그 남자의 눈이 참 맑고 영롱했다. 피부도 곱다. 중년이 조금 지난 듯 보이는 그는 무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사무실 벽면에는 그의 신문기사들이 액자에 걸려있었다. 동자승일 때 현대가에 들어가서 면접관으로 일했단다. 뉴스스크랩도 있는 것을 보니 유명세가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이 분의 특징은 과거보다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 해주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병을 맞추고 누군가의 죽음을 맞추며 무섭도록 그 미래가 맞아떨어졌다. 



자리에 앉아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얼굴은 인자하게 생겼는데 어쩐지 기에 눌리는 기분이 들었다. 긴장되고 떨렸다. 안 좋은 이야기라도 듣게 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몰려왔다. 그의 첫마디 "오늘 내가 말이야! 뉴스를 보는데 어떤 여자가 보이더라고. 사람이 말이지 같은 날 태어나도 왜 다른 인생을 사는지 알아? 그건 바로 관상이 다르기 때문이야. 아침에 이 여자를 보는데 이런 관상이 아주 더러운 관상이야.'" 하면서 나에게 컴퓨터 화면을 보여주었다. '아... 내 관상이 저 여자처럼 좋지 않다는 것인가?' 아이고. 두야. 괜히 왔나 보다.




"너는  사주가 비구니 사주야. 그런데 한 남자를 만나서 백년해로하게 될 거야. 그 이유는 니 관상이 아주 좋아 특히 입술이 복을 가져올 거야. 니 남편이 명품백 들게 해 주고 골프 치게 해 줘. 너는 그런 관상이야. 그 남자는 지금 한국에 없어. 그것은 이 남자를 만나기 전에 만나는 남자들은 모두 인연이 아닌 거야. 그리고 그 남자는 지금 미국에 있어. 결론은 지금 한국땅에 있는 남자는 너와 인연이 없다는 거야! 블라블라블라.... 어쩌고 저쩌고.... ' 물 흐르듯 그의 이야기는 소설을 읽듯 술술술 시간이 지나가버렸다. 나는 하하 호호 아깝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즐거운 마음으로 그곳을 나왔다. 뭐 결론은 당시로부터 약 6~7년 후에 내가 다른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 사람에게 운명적으로 이끌려서 결혼을 하고 백년해로한다는 말이었다. '즐거웠으니 되었다!'





매를 먼저 맞은 후 다음 차례한테 '어~! 맞을 만 해!' 하는 기분으로 다음 친구에게 눈짓을 찡긋 했다. 밖에 있던 친구는 왜 그렇게 웃었어? 니 웃음소리가 다 들렸지 모야~ 모야모야? 궁금해하면서 다음 타자는 점을 보러 들어갔다. 그녀가 들은 점꾀는 1. 6년 동안 너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살아. 2. 애들 잘 살 거야. 3. 너는 그냥 혼자 살게 될 거야. 할머니 돼서도 너는 그냥 그런대로 잘 살 거야. 4. 니 남편은 10년 후 몇 년 몇 월 며칠에 혈관질환으로 너를 찾으면서 죽을 거야. 그런데 너는 없어. 혼자 있을 때 차 안에서 죽어. 사람의 운명 중에 큰 운명을 바꾸기 힘들어. 그래도 혈관에 좋은 거 먹여봐.





무섭다. 정말.







 그녀의 남편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의 남편이 당뇨를 앓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혈관에 좋은 것들을 챙겨가며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점쟁이가 한 이야기 중 하고 싶은 일 모두 하라는 말에서 내적 에너지가 생긴다고 한다. 그 후로도 많은 사람들이 소개소개로 그곳에 점을 보러 가곤 했다. 누군가는 사위가 돈을 많이 벌 것이라는 말을 듣고 시큰둥했으나 거짓말처럼 1억이라는 돈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병원에 가라고 해서 정기검진에서 아무것도 안 나왔는데 무슨 소리냐고 했다가도 찜찜해서 병원에 갔다가 그날 수술을 해야 했다. 사람들은 그를 더욱 맹신하기 시작했다. 





그 후로 몇 달 동안 내 지인들 사이에서는 핫 플레이스가 되었었다.





다시 내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내가 그에게서 듣게 된 일과 관련된 이야기는 '대기업 현대'로부터 시작된다.

"내가 현대가에서 면접관으로 일하고 있거든 네가 왔으면 나는 0점을 줄 거야."" 왜요?"" 너는 장기근속을 못해. 그러니 안 뽑지. 대기업은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 너는 안되지. 그러니 너는 사업을 해야 해. 그리고 관공서와 인연이 깊어 앞으로 계속 잘 될 거야. 무늬, 색 그리고 편인업이 맞아. 사람에 대한 일! 책을 쓰게 될 거야. " 





몇 년 후 거짓말처럼 나는 책을 쓰게 되었다. 




사실은 점을 본 그날 이후로 나는 그 남자가 나에게 해준 말들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는 것이 펙트다. 점은 점일 뿐 내 인생은 내가 산다. 재미로 보는 것이지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점을 보고 난 후 5년이 흘러 지금으로부터 2년쯤 전에 물건을 정리하면서 나는 소름이 돋았다. 그가 내 앞에서 소설처럼 떠들어댈 때 나는 손에 펜을 꼭 쥐고 있었고 작은 노트에 그의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동그란 눈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휘갈겨 적은 기억이 났다. 그리고 물건을 정리하던 중 우연히 그 노트 발견하게 되었다. 무엇이 적혀있는지 휙 떠들어 보던 차에 나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놀랐다. 세상에 내가 책을 쓸 것을 어떻게 알았지? 무늬 색 관공서.... 내가 교육업을 하면서 개발한 교육프로그램 이름이 컬러앤아트심리테라피였고 이것은 색과 도형 그리고 주로 관공서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심지어 나는 책을 쓰지 않았는가. 정말 놀랍다. 





그는 정말 용한 점쟁이라 그가 말한 대로 내가 살아온 것일까? 아니면 내가 그의 말을 받아 적어서 이루어진 것일까? 확신할 수 없다. 내가 글로 적으면 대부분 이루어진다. 될 때까지 그 길로 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점쟁이가 말해 준 것을 내 손으로 적었기 때문에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운명이란 것이 있다면 나에게 그 사람이 말했던 가능성도 존재는 했겠지 생각한다. 사람의 시간을 차원으로 볼 때 직선이나 한 면이 아닌 직사각형과 같은 도형처럼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도형 안에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한다. 사람은 어떤 한 가지 운명이 아닌 그가 이루어 낼 수 있는 모든 가능성들로 시공간이 채워져 있고 내가 오늘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그 시공간 안에서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좀 살았다 싶은 사람들은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선택만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내 설명이 부족해서 잘 이해가 안 될지 모르겠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운명이란 것은 이미 정해져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한 가지가 아닌 최고의 불행에서 최대의 행복까지 내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가능성들로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점쟁이한테 어떤 점꾀를 듣는다 한 들 그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다. 분명한 것은 인생의 한 순간순간은 모두 나의 선택에 달렸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알아야 한다. 나에게는 분명히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지금'이 있다. 그리고 내일 눈을 뜨면 나는 오늘 보다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나의 인생은 엄청난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다. 얼마나 기쁜가. 최고의 나를 만날 수 있는 기회와 선택이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널려있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나의 인생이 점쟁이의 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오늘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나의 인생은 달라질 것이다.





당신도 한 번 이미 정해져 있을 당신의 대단한 가능성에 도전해 보겠습니까?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한 여자가 그곳에서 점을 보게 되었다. 그녀가 자리에 앉자마자 점쟁이는 이렇게 말했다. "개명했네?" 우리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그녀는 기분이 굉장히 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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