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서 알림이 왔다.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쌓인 글은 책으로 탄생하기도 합니다.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세요:)
흥 웃기지 마. 나는 재능이 없어. 아무래도 글쓰기에 소질이 없는 것 같아. 글 쓰지 말아야지. 어차피 내가 글을 쓰지 않아도 아무도 모를걸. 백수 된 김에 탱자탱자 놀아보자.
설 전날, 브런치에서 알림이 왔다.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어쩌다가 어디에서 알고리즘이라도 텄나, 하고 말았다. 그런데 알람이 계속 오네. 2000, 3000, 4000, 5000, 6000. 주식이나 코인 같은 거하면 이런 느낌이려나. 재계서열 1위 그룹의 전자 주식 1주를 사들였던 과거를 떠올려봤을 때, 지금이 더 짜릿하다. 과거 직장 동료들과 소통하기 위해 추천받은 코인에 15만 원을 넣었을 때도 이렇게 계속 들여다보진 않았다. 기분이 좋으네.
작년에는 이랬다.
저 글 써요!
오 그럼 어디 공모 같은 거도 하세요?
이번에 브런치북 프로젝트랑 신춘문예 넣었어요!
오 이제 작가 되시겠네요.
에이 작가는요, 그냥 꾸준히 넣는 거죠.
라고 겸손을 떨었다. 또한 내 기대를 낮추는 작업이기도 했다. 참고로 나는 로또를 사면 잠을 설치는 편이다. 어디에 얼마를 쓰고, 뭐를 사고, 어떻게 저축하고 그런 행복한 상상을 하느라. 아 부모님한테는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렇지만 당첨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아. 그러면 실망이 크니까. 만약에, 혹시라도, 요행히, 그 정도의 가능성으로 생각한다. 토요일이 되어 QR코드로 로또 당첨 여부를 확인한다. 아쉽게도, 낙첨되었습니다. 혹시 몰라, 이 컴퓨터를 어떻게 믿어, 싶어 숫자를 하나하나 대조해 본다. 아 컴퓨터 정확하네. 허무하지만 어떡해. 안 될 팔자인 걸. 글을 낼 때도 그런 심정으로 기대를 낮췄다가, 밤잠을 설치며 기대하고, 그렇게 실망한다.
작년 공모 결과는 열 번쯤 복권을 산 사람 같았다. 재미로 처음 산 사람도 아니고, 몇 년 동안 매주 꾸준히 산 사람도 아니었다. 나는 열 번이나 샀는데, 한 번도 안되네. 하는 반포기 심정이었다. 당분간 복권 사지 말아야지. 글? 똑똑하고 실력 있는 사람들이나 쓰시지.
연휴 마지막 날에는 조회수가 30000을 돌파했습니다! 로 마무리되었다. 브런치 통계창에서 유입된 경로를 확인했는데 올려만 놓고 잊고 있던 카카오뷰와 카카오톡에서 대부분이 유입되었다. 어째서인지도 모르겠고 구독자나 라이킷, 댓글이 엄청난 것도 아니었지만 들어왔다는 게 어디야. 어쨌든 누가 내 글을 한 글자라도 읽었다는 거잖아.
기분이 좋아. 나는 복권을 늘 자동으로 했는데 아까운 수준도 없었다. 5000원어치를 하면 숫자를 전부 합해서 두세 개 맞을 때가 다반사니까. 그런데 웬걸, 갑자기 일치하는 숫자가 가득하잖아. 물론 한 줄에 몰아서 나오지는 않았지만 기분이 좋아. 복권을 또 사도 될 것 같아. 계속 사다 보면 될 것 같아. 로또도 사고 연금복권도 사고. 할 수 있는 한 해봐야지. 실수령액 20억. 가보자.
브런치에서 온 알림,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재능은 없지만 꾸준히는 해보자. 재능으로 거듭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