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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원 Sep 03. 2023

지나칠 수 있는 마음




  같은 동네에 사는 세니가 밤 11시에 맥도날드에 가자고 했다. 근처에 새벽까지 여는 카페가 없으니 맥도날드라도 가자고. 그러고 싶었지만, 오늘이 힘들었고, 내일이 힘들 것 같아 한참을 망설였다. 세니는 한 시간 동안 구애했고 나는 받아들였다. 마음먹기 위해 1시간이나 걸렸다. 이럴 거면 고민하지 말 걸, 이라는 후회는 지워버리고 밖으로 나갔다. 맥도날드에 도착해서는 특별히 많은 것을 하지 않았다. 몇 없는 사람을 구경하고, 아이스크림과 칠러를 먹고, 의자 개수를 셌다. 그리고 다이어리에 일기를 조금 썼다.


  힘든 내일이 괴로워 즐거울 미래를 포기하는 것보단, 즐거울 미래를 위해 힘든 과정을 지나고 싶다.

즐거울 미래를 더 많이 상상하고 구체화해보자. 힘든 것들이 아주 작은 것으로 느껴질 만큼.



  갈까 말까 고민을 한 시간, 맥도날드에서 한 시간. 맥도날드에서 나온 우리는 신호를 기다리며 노래를 불렀다. 내가 좋아하는 아따맘마 노래를, 세니가 따라 불러주었다. 나는 노래를 부르면 따라 불러주는 네가 좋다고 말했다. 세니는 자신은 가사를 잘 모른다고 했고. 상관없어 어차피 내가 메인보컬이야. 그 뒤로도 만화 노래를 불렀다. 그러다 길거리에 토사물을 발견하고. 너무 신나하다, 코앞에서야 확인한 뒤 재빨리 피하고.


  소녀시대의 ‘힘 내!’도 불렀다.

  “복잡한 이 지구가 재밌는 그 이유는 하나 바로 너!”

  스쳐가는 간판을 구경하다가, ‘바로 너’를 외치며 앞으로 몸을 돌려 손을 뻗는데 모르는 아주머니가 걸어오고 있었다. 의도치 않게 삿대질을 해서 죄송합니다. 재빨리 손을 내리고 아주머니가 보이지 않을 때쯤 세니와 웃어댔다.


  집에 돌아와서는 기분 좋게 누웠다. 짧은 여정이 좋았다. 토사물을 보고도 잠깐만 흠칫할 수 있어서 좋았고, 정신없이 노래를 부르다 뒤늦게 아주머니를 발견한 것도 좋았다. 눈을 감으며 다짐한다. 스쳐가는 것들은, 스쳐가게 두어야지. 모든 것을 담아두지 말아야지. 금방 바스러질 다짐인 줄 알아도 괜찮다. 오늘은 그런 불안까지 담아두지 않아도 될 만큼 즐거웠다.


  사랑하는 친구 세니야, 너 없이도 내가 즐거웠으면 해. 너로 인해 즐거움이 배가 되는 날은 앞으로도 자주 있기를. 그러나 너로 인해 불행한 날은 하루도 없기를. 언젠가 네가 말했어. 어떤 상황에 의해 행복과 불행을 느끼기보단, 꾸준히 행복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여전히 누군가에 의해 감정이 좌우되는 나지만, 그래도 좋아. 너로 인해 즐거운 하루를 보내서, 쓸데없는 것들은 다 지나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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