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제대로, 빠르게, 싸게 중에서 제일 좋은 것은

by 김동순


제대로!

즉, 품질Quality



요즘은 없는 게 없이 넘쳐나는 풍요豊饒의 시대이니,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에게 선택되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가치’가 최고의 경쟁 요소로 더욱 부각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아니, 앞으로 몇 년 후라도 기본적으로는 품질Quality, 납기Delivery, 원가Cost라는 고객을 위한 QDC 세 가지가, 제조업이든 비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기업마다 매년 사업 계획서의 첫머리 전략임은 틀림없습니다. 경영 환경의 예측이 어려울수록 이 QDC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힘껏 확보하여, 어떻게든 이익을 내고자 온갖 변화와 혁신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습니다.


고객 반응과 경쟁 환경에 따라 Q, D, C 중 한 가지가 경쟁사와 대결에서 우리 회사의 대표선수가 되기도 했고, 세 가지 전부 일등을 해야 하는, 격렬하고도 힘겨운 경쟁도 있었으니 Q, D, C는 오랫동안 우리 회사를 발전시켰지만, 그만큼 우리를 힘들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 셋 중에서 하나만을 선택하여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고, 하나에만 집중하고 싶다면, 과연 어느 것이냐는 생각을 해봅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적 접근으로 말입니다. 세 마리의 토끼를 다 잡고 싶은데, 세 마리 중 어느 한 마리를 잡아야, 나머지 두 마리까지도 동시에 잡을 수 있을까요?


Q, D, C 중에서 Q, 즉 ‘품질’을 먼저 잡아야 합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분식 코너에 4인 가족이 바삐 들어오며 튀김우동 두 그릇과 김치우동 두 그릇씩 주문하였습니다. 아마도 고속버스를 타고 지방의 결혼식에 가는지 각자 신경 쓴 옷차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금방 만들어진 네 그릇의 우동을 한두 젓가락 맛을 보자 이 가족 모두 얼굴을 찡그리며, 덜 익은 면과 간이 형편없는 국물 맛에 도저히 먹지 못하겠으니 다시 빨리 끓여 달라고 법석을 떱니다. 식당 아주머니의 무표정한 얼굴에 답답함을 느낍니다. 고속버스가 출발하기 5분 전입니다. 네 그릇의 우동이 다시 끓고 있는 동안, 네 명의 불평도 부글부글 같이 끓고 있습니다. 더 기다릴 수 없으니, 버스를 타러 가야겠다고 가족은 분식 코너를 바삐 빠져나갔습니다.


맛이 없다는, 불량이라고 말하는 고객의 엉덩이를 냅다 걷어차서 내쫓을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깜박 실수가 있었나 봅니다”라는 변명과 함께, 빨리 다시 만들어 드리겠다고 하게 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다른 주문을 잠시 미루더라도 다시 재료를 준비하고 물을 끓여서 새로 우동을 만드는데, 이러다 보면 우동 한 그릇 팔아서 얼마 남는다고, 한 번 더 비용(원가)이 들어가 버리니, 남기기는커녕 당연히 손해 보는 장사가 됩니다. 게다가, 바삐 서둘렀지만, 시간을 못 맞추는 바람에 화난 손님은 기다리다 못해 떠나게 됩니다. 그 우동 가게를 절대 다시 찾지 않을 것입니다.


품질이 나빠 재작업을 하게 되면, 당연히 원가는 최소 3배 이상 지출이 되고, 납기는 이미 맞출 수 없는 지경이 됩니다. 반대로 품질이 좋으면, 재작업이 없어서 원하는 이익을 얻어내고 납기를 맞출 수 있게 되니, 제일 좋은 것은 역시 처음부터 제대로 하는 것입니다. 밤낮없고 휴일 없이 죽도록 일을 하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재작업이 반복되는 회사는 쉬지도 못하고, 죽도록 일만 하는데도 돈을 벌 수 없습니다. 납품해서 수금하는 돈은 정해져 있는데, 재작업한다고 고정비와 변동비가 두 배 정도 더 들어가니 남는 돈이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왜 재작업의 원인이 되는 불량을 막지 못할까요? 원부재료나 기계 설비가 부실해서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그것들을 포함하는 가장 큰 요인은 일하는 사람들이 ‘확인’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은 듣기 싫은 말이겠지만,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것이, 회사에서 한 2년 정도 일했으면 매일매일 하는 일을 이제는 눈을 감고라도 척척 문제없이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하루에 8시간, 1년 약 250일을 일하면서, 2년 동안 거의 같은 일을 했다면, 무려 4,000시간 동안 그 일을 반복했다는 이야기인데, 이 많은 시간을 똑같은 일을 했음에도 이렇게 불량을 내는 사람들은 참 ‘아무 생각이 없구나’라는 생각에 이르게 합니다. 잘못된 것을 다음 사람이나 고객에게 절대 넘겨 보내지 않도록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습관[프로세스]’이 꼭 필요합니다.


빨리하는 것이 빠른 것이 아니고, ‘제대로 하는 것이 제일 빠른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이 실수할 수밖에 없다면 실수를 하더라도, 바로 그 당시에 잘못된 것이나 잘못된 일이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장치를 해야 합니다. 이미 널리 알려진 풀푸르프Fool-Proof라는 것을 제조 현장이든 사무의 현장이든 도구나 시스템으로 갖추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을 통해 일이 쉬워지고, 실수가 없고, 빨라지게 됩니다. 사람을 믿을 수 없다면, 장치를 붙여야 합니다.


제대로, 빠르게, 싸게 중에서 제일 좋은 것은 ‘제대로, 즉 품질’입니다. 여기서 한 번 더 품질의 중요성을 강조하겠습니다. 제조업에서 매출 원가가 높다, 재고가 많다, 인원이 많다, 노동 생산성이 낮다, 전기 사용량이 많다, 유류 사용량이 많다, 포장 재료를 많이 쓴다, 잔업과 특근이 많다, 영업 오더가 안 맞는다, 수불이 틀려 결산에 애로사항이 있다. 등등의 문제가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이것들 각각에 대해 주요 관리 지표를 만들어 거의 매일 많은 사람이 관리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품질[불량]이 춤을 추면, 덩달아 춤을 추는 것이라는 점은 모두 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일정 기간 품질이 좋으면, 위의 숫자들이 다 보기 좋게 나타나고, 품질이 한동안 나쁘면, 무슨 꼼수를 쓴다고 해도 온갖 숫자가 모두 빨간 불로 바뀌게 됩니다.


그래서, 널뛰는 품질을 좋든 나쁘든 우선 ‘안정되게 잡아 놓아야!’ 다른 항목들을 관리하는 목적이 달성됩니다. 산포를 잡아야 안정이 되고, 안정된 상태에서 실적의 수준을 올리는 게 정도正道입니다. 이래서 QDC 중 선택과 집중을 하자면 품질이 최우선입니다.


늦지 않거나 너무 빨리 만들지 않는 것을 납기納期 준수라고 합니다. 당연히, 납기는 시간의 문제가 되어, 납기가 며칠 남았는지, 언제쯤 시작하면 되는지가 관심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납기가 시간의 문제라는 점에서 약간 비껴갑니다. 예를 들면, 대형 할인점에 쇼핑하러 갔을 때, 찾는 물건이 거의 다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이 할인점들은 고객에게 납기를 못 맞추는 경우가 없습니다. 즉, 납기는 시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제품과 서비스를 모두 재고로 갖고 있다면, 납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납기는 재고의 문제’로 접근하고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무작정 재고를 전부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다시피 현금 흐름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되니 적정재고나 안전재고, 나아가서는 무재고 동기생산(同期生産, Syncronized Production System)이라는 시스템으로 발전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납기는 시간의 문제보다 영업 예측이나 재고의 문제로 관리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품질이 불량하면, 그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불량을 포함한) 재고를 쌓게 됩니다. 역시 품질이 중요합니다.


품질이 안정되면 새로운 전쟁이 벌어집니다. 경쟁사 간에 품질과 가격의 차이가 거의 없어지게 됩니다. 이때부터는 어느 회사의 직원들이 손발을 잘 맞추느냐와 기술적으로 뛰어난가가 승패를 좌우합니다. “품질과 가격은 기본이고 납기가 생명이다. 이제는 속도전이다.” 맞습니다. 고객의 요구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는가가 진검승부가 되는 것입니다. 손발을 잘 맞추는가는 정보 공유의 속도와 깊은 관계가 있으니, 손으로 하든, 입으로 하든, 발로하든, 전산으로 하든,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정보 공유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정보의 공유와 효과적인 활용, 기술적인 해결과 발전은 기록, 즉 문서화에서 결정됩니다. 문제마다 해결의 고비마다 모든 것들의 기록이 유지되고 있다면, 문제의 재발은 최소화되고 실패의 예방은 튼튼해집니다.



Quality = f (Engineering, Attitude)

품질 = 관계 (기술,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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