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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노반 Jun 06. 2022

다이어트하면 떠오르는 기업

쥬비스 미라클  -조성경

대한민국에서 다이어트하면 떠오르는 기업은?  쥬비스가 떠오를 것이다.


쥬비스는 몰라도 노유민 다이어트 광고를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5000만 원으로 창업해서 2500억에 매각했다는 신화 같은 스토리, 그 과정을 담은 책이라면 꼭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성경은 1990년대 프리랜서로 대기업이나 관공서에서 컴퓨터 강의를 했다. 그러던 와중 여자 수강생이 비만관리 샵을 해보는 게 어떠냐고 추천해준다. 조성경의 외모나 말하는 스타일이 비만관리 샵을 하기에 적합하다는 이유였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으나 지인과 가족과의 상의를 해보니 모두 적극적으로 추천해주었다. 그래서 비만관리 샵을 하기로 한다.


동네에 있던 허름한 건물 2층에 쥬비스라는 피부관리숍을 한 달간 이용해 본 후 장단점을 파악했다. 그리고 보증금 2000에 월 70으로 인수하게 된다.


막상 겁 없이 차리고 보니 문제가 있었다. 첫째, 마사지사 자격증이 없었다. 이런저런 업체에 물어보니 한결같이 마사지, 운동기기, 랩핑, 사우나 같은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것을 하려면 마사지사 자격증이 필요하다.


둘째, 마사지사 자격증을 딴다 해도 고객 1명을 관리하는 데 보통 2시간 정도 걸린다. 1인당 최대 4명의 고객을 받을 수 있고, 직원을 1명 고용한다고 해도 하루에 관리할 수 있는 고객이 8명뿐이다. 그렇게 해서는 이익이 남을 것 같지 않았다. 특히 몸에 랩을 감아주는 것은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사람이 손으로 해주어야 하는 일이다. 도대체 몇 명을 감아줘야 이익이 날까 싶어 아득해졌다.


여기서 잠깐, 우리가 책을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접체험이 크다. 내가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걸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교훈을 얻는 게 목적이다. "쥬비스 조성경도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으니, 나도 일단 시작해봐야지!!"라고 생각하는 멍청이는 없길 바란다. 조성경이 실수한걸 그대로 따라 하라는 게 아니라 거기서 교훈을 얻고 여러분은 실수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어떻게 하면 내가 쉴 때도 돈을 벌 수 있을까?'


나는 아무것도 안 하면서 모든 침대에 고객을 눕혀 관리해줄 방법이 뭘까? 침대는 8개이고, 고객 8명이 2시간 동안 동시에 관리를 받으려면 내가 고객 1명을 케어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15분을 넘기면 안 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사람 손이 아닌 기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태닝 기계 등을 납품하는 에이전시에 문의해보니, 유럽에 체형관리 기계를 만드는 회사가 있다고 듣게 된다. 바로 이탈리아로 날아가서 실제 체험을 해보고 복부와 허벅지에 효과가 있다는 걸 확인하고는 수백만 원짜리 기계를 2대 들여온다.


기계도 준비됐다. 그러면 이제 오픈 준비다. 오픈한다고 고객들이 찾아올까? 어떻게 하면 고객이 찾아오게 할 것인가?



초기 자본금 5000만 원으로 보증금과 기계 값을 지출하고 나니 돈이 턱없이 부족했다.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현수막과 전단지였다. 핑크색 현수막을 만들어서 내걸었다. 전단지도 핑크색으로 만들었다. 핑크색을 선택한 이유는 살이 찐 사람들이 대부분 검은색을 입었다. 그들이 살을 빼서 다시 핑크색 옷을 입는 날을 생각하며 핑크색으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요일별로 매체를 바꿔가며 어느 요일에 어느 신문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은지를 살펴보았다. 한주는 월요일에 조선일보, 다음 주는 중앙일보, 요일별, 매체별로 반응이 어떻게 다른지를 확인하고 가장 효율이 높은 조합을 찾아냈다.


현수막도 마찬가지다. 금요일 저녁, 평일 낮, 퇴근 시간, 출근 시간 등 각각 다른 시간대에 걸어보면서 광고효과를 테스트했다. 이것 역시 가장 효과적인 시간대와 장소를 찾아 통계를 내고, 거기에 집중했다. 어쩌면 그때의 그 경험이, 20년 가까운 쥬비스 마케팅의 역사에서 ‘데이터 중심의 마케팅’이 태동하게 된 기반이었을 것이다.


동네가게 운영하면서도 이렇게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는 게 솔직히 놀랍고 스스로 부끄러웠다.


신문에 전단지를 실을 때도 가장 맨 위에 빼꼼 튀어나오게끔 부탁했다. 대신 물량을 더 주문했다. 핑크색 전단지에 한 달에 8kg 못 빼는 전액 환불 카피가 적혀 있었다. 실제로 전단지를 보고 온 고객도 많아져서 타율이 꽤 높은 광고였다.


조성경은 작은 매장을 운영할 때도 사소한 것 하나하나 전략적이었다.


찾아온 고객에게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해 입구에 신발장을 없앴다. 10명만 들어와도 입구가 꽉 찼다. “여기는 뭔데 이렇게 사람이 많아” 하고 놀란다. 또 입구 쪽에 고객 차트를 배치해 두었다. 조그마한 가게에 이렇게나 고객이 많다고?라는 생각을 심어 주었다.


창업 때부터 지켜온 절대적인 룰이 하나 있다. 바로 가격 할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로모션을 위한 10% 쿠폰도 가격을 깎아주는 게 아니라. 관리 횟수를 추가하는 방식이었다. 고객의 검은 제안을 받아들이면, 나머지 고객들이 손해를 봤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동네 장사에서는 절대 하면 안 되는 일이었다.


지금 일의 경험상 고객의 검은 제안을 받아들이면 잠시 좋을 수 있지만, 그 거래가 다른 사람에게 알려졌을 경우, 기존 고객의 박탈감은 엄청나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에 철저히 룰을 지키고 있다. 예전에 아는 선배에게 고객을 소개해주려고 물어보니, 가격이 하이브리드였다. A고객에게는 50만 원, B 고객에게는 60만 원 이런 식으로 고객을 봐서 가격을 책정한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 그건 말도 안 되는 방식이라고 말하며, 그런 방식이면 소개해줄 수 없다고 엄포를 놓은 적이 있다. 소개해줬다가 가격차를 그 고객이 알게 되면 소개해준 나도 욕을 먹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냥 내가 그 고객이었다고 생각해보자. 기분이 좋을까?  사기당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쥬비스는 개업 후 광고를 단 한 달도 쉰 적이 없다. 창업 초기에는 매출의 30%를 무조건 홍보비로 썼다. 이후 매출이 점점 커질 때도 일정 부분은 항상 광고, 마케팅에 지출했다. "삼성 두산 같은 기업이 왜 광고를 할까 생각해보니, 잊히지 않기 위해 광고를 하는구나 그렇다면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는 우리를 알리면서 동시에 잊히지 않게 하려면 지속적으로 광고를 해야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어느 날 유치원 교사가 찾아와서 돈이 별로 없어서 40만 원에 관리를 해주면 안 되냐고 물어봤다. 가격 정찰제이기 때문에 나중에 오시라고 했고, 그 교사는 3개월 후에 돈을 모아서 찾아오게 된다. 나는 굶기고 땀 빼서 한 달 만에 13kg를 감량해주었다. 그리고 3개월 후 길에서 그 교사를 만났는데 살 빠지기 전보다 더 살이 찐 게 아닌가? 요요가 온 것이다.


순간 망치에 머리를 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지금의 방식으로는 롱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업 1년 6개월 만에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도서관에 가서 인체의 구조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다. 인체를 다 알기란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체중감량과 관계가 있는 근육, 지방, 호르몬 이 3가지 분야를 먼저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렇게 한 1년을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공부하면 할수록 기존에 내가 해왔던 방법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가 선명해졌다. 공부를 통해 고객의 몸에 안 좋은 걸 하면 살이 찌고, 고객의 몸에 좋은 걸 하면 살이 빠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먼저 밥을 먹이는 데 집중했다. 살이 찌는 탄수화물이 왜 5대 영양소에 포함된 걸까?


궁금증이 생긴 나는 또 미친 듯이 영양학 책을 파고들었다. 탄수화물이 살찌게 만드는 게 아니라 탄수화물을 껍질을 다 벗기니까 몸에 필요한 영양소까지 사라진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최대한 도정을 적게 한 현미밥을 먹게 했다. 현미에 든 섬유질이 배변 활동도 돕기 때문이다. 염분도 조절했다. 한국 음식은 염분이 너무 많다. 요요현상을 없애는 데 포커스를 맞추었다.


그렇게 쥬비스 고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카피 “고객의 몸에 허튼짓하지 않는다.”가 탄생한다.


탄수화물을 적게 먹으면 포만감이 줄어든다. 밥을 1/3을 먹은 고객을 보면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반찬을 배이상 많이 먹었다. 그렇게 기계 관리에 더해 식단관리, 영양관리 쪽을 보강하면서 고객에게 식단일기 수첩을 드렸다. 고객이 언제 어떻게 무엇을 먹었는지 스스로 작성해 다음 회차에 들고 오면 컨설턴트가 식단일기를 분석했다. 적게 먹었느냐, 많이 먹었느냐의 기준이 아니라 6대 영양소를 골고루 먹었느냐 위주로 보고, 부족한 부분을 조언했다. 후에 빅데이터를 이용한 AI 컨설팅을 가능하게 해 준 첫 단추였다.


기존 고객의 식단 중에 감량 결과가 가장 좋았던 분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비교해 보여주고, 어떤 효과가 나왔는지를 설명해준다. 그러면 고객들은 비교적 쉽게 설득하고 식습관을 개선해갔다. 어쩌면 이렇게 식단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감량 결과와 연동해 효율이 높은 베스트 식단을 찾아낸 활동들은 나에게도 큰 실전 공부가 되었다.


이후 식단을 포함한 고객 차트를 조금 더 면밀하게 , 더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고객의 직업, 성별, 성향, 생활습관, 체형, 수면, 식단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니 더더욱 식단에 따라 감량속도가 좌우된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결국 먹어야 살이 빠지는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호르몬도 중요하기 때문에 수면, 운동, 식사, 스트레스 등 모든 습관의 구조를 바꿔주지 않으면 살이 빠지지 않는다.


그때부터 나는 고객들에게 왜 몸에 좋은 것을 먹어야 살이 빠지는지를 설명했다. 이유와 근거, 데이터가 있어야만 고객을 설득할 수 있고, 고객이 설득되어야 체중이 빠지기 때문이다.


작은 가게에서 하는 말을 사람들이 잘 믿지 않았다. 그래서 통계와 논문에 더 집착했다. 비만환자가 많은 미국 논문을 인용해서 설명하니 고객들이 쉽게 설득이 됐다.


조성경 역시 부족함을 느낄 때 책에서 답을 찾았다. 내가 최근에 읽은 '좋아하는 것 99%보다 잘하는 것 1%에 승부를 걸아라'의 저자인 약손명가 김현숙 대표도 똑같이 책을 강조했다. 비슷한 업계의 두 여성 CEO가 똑같이 책을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게 참 마음에 와닿는다. 여자든 남자든 성공한 CEO들은 공통적으로 책을 중요하게 이야기한다. "책이 좋은 건 나도 알아"라고 말하기 전에 왜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성공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책을 중요하게 이야기하는지 의문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프로그램을 바꾸고, 컨설팅을 바꾼 결과 기존의 방법보다 훨씬 더 감량 결과가 좋았다. 굶기지 않고 세 끼 밥을 먹이며, 잠을 제때 재우고, 몸에 해로운 것을 피하게 했더니 고객들은 그야말로 살이 쑥쑥 빠졌다.


“바른 다이어트가 가장 빠른 다이어트이고, 가장 빠른 다이어트가 가장 실패한 다이어트다.”


세상의 이치는 다 똑같은 거 같다. 투자도 빠름을 추구하다가 다 망하더라....


고객이 많아지면서 동생과 둘이서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직원을 채용하기로 한다. 업종의 특성상 외모가 준수할 것, 그리고 고객과 항상 소통해야 하니 아이컨택트를 잘할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공부를 하고 난 후에는 직원을 채용하는 기준도 달라졌다. 고객과 상담을 할 때도 외모적인 것보다 몸의 균형과 건강을 더 중시했기 때문이다. 몸에 관련된 지식을 공부한 사람 위주로 뽑았다. 내가 몸에 대한 공부를 하고 나니 연구개발에 힘을 쏟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커졌고, 직원 세팅부터 그 부분을 염두에 두었다. 연구개발 부분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관련 전공자를 채용했더니, 고객들도 좋아했지만 나 역시 좀 더 심도 깊은 토론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매주 토요일 오후에 모였는데, 그들의 전문 지식을 배우면서 우리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발전시킬 수 있는 귀중한 토론의 장이었다.


공부를 하는데 얼마나 써보고 싶을까? 기존 직원들은 이해를 못 했던 내용도 관련 전공자들은 이해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으니 토론의 시간이 조성경에게는 즐거웠을 것이다. 직원에게 돈을 주고 일을 시키면서 조성경은 또 그들과 토론을 통해 배웠다.



어수룩하면 대가를 차르는 법

어느 날 세무조사가 들어왔다. 카드깡이 의심돼서 조사를 한다고 했다. 개인사업자가 10개의 매장에서 100억 원의 매출이 말이 안 된다고 본 것이다. 세무사 직원은 잠수를 탔다. 현금 매출을 빼고 카드매출만 올린 것이다. 세무서를 가서도 당당하게 벌 받을 게 있으면 받겠다고 하고 십 수억의 벌금을 받게 된다.


조사받을 때도 남들은 다 울며불며 살려달라고 매달린다는데, 나는 "내가 잘못한 건 책임지겠습니다. 안 낸 세금이 있으면 당연히 내고요. 그러니 범죄자 취급은 하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씩씩하게 얘기했다.


미친놈 취급을 하자 "세금 내면 되지. 그렇게까지 얘기할 건 뭡니까?"


위기에서도 당당한 모습을 보면 괜히 여성 CEO로 성공을 한 게 아닌가 싶다. 이 정도 기백은 있어야 성공하는 게 아닌가 싶다.


세금 내느라 자금이 마른 상황이면 움츠려 들기 마련인데 조성경은 대출을 끌어들여서 매장을 10개에서 20개로 대폭 늘린다. 부산지역 등으로 20개 매장으로 확장할 때 어떤 단체에서 우리를 불편하게 지켜봤다.


쥬비스가 사용하는 미용기기가 의료법 위반이라고 검찰에 압력을 넣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승소하긴 했지만, 구속까지 갈 수 있었던 위험한 상황이었다.


다음엔 체질 이란 단어를 사용한다고 문제를 제기한 단체가 있었다. 다행히 합당한 자료를 제출해 경찰 조사에서 종결되었다.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내가 운전을 잘해도 누군가 나를 공격하면 사고는 날 수밖에 없다.


사업도 그렇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문제는 늘 생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치료, 진단 같은 단어들, 법에 저촉될 만한 단어들을 싹 다 모아서 금지어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리스트를 자동으로 거르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후에 식품사업, 유통사업을 할 때도 광고법이나 식품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일일이 변호사의 확인을 받았다. 항상 변호사에서 확인받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어떤 경우엔 법률 검토를 로펌 한 곳에서 말고 복수로 의뢰해 체크하기도 했다.


리스크를 줄이는 첫 단계는 법을 잘 지키는 것이다. 너무 기본적으로 상식적인 일이지만, 법을 몰라서 혹은 안 지켜서 나도 모르게 리스크를 키우는 경우가 너무 많다. 법률 전문가처럼 다 알 수는 없더라도, 법이 싫어하는 것은 하면 안 된다. 이것을 최대한 찾아내고 예방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매출이 늘자 세무조사가 나왔고, 지점을 2배로 늘리자 여러 이익단체의 고소, 고발, 공격이 이어졌다. 누가 각본이라도 짠 것처럼 연매출 100억을 넘었을 때, 300억을 넘을 때였다.  그즈음 나는 이제 장사가 아니라 사업을 해야겠구나 절실히 느꼈다.


잘되면 배 아프고 법이다. 로톡은 변호사들이 소송을, 강남언니는 의사들이 소송을 걸었다. 삼쩜삼이 잘되자 세무사들이 소송을 걸었다. 성공하는 기업들이 겪는 통과의례로 보인다. 그러니 세례 받기 전에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하지 않기 위해 일단 책을 정말 많이 읽었다. 이런 말을 하면 수능 만점자가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고 하는 것 같다며 다들 좀 실망하는데, 정말 나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똑같이 따라 한다고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 말하지는 않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세무, 회계 관련 전문서는 물론이고 조직관리, 리더십, 팀워크, 직원 교육 등에 관한 책도 많이 읽었다. 그리고 당대 베스트셀러에 오른 경제경영서는 모조리 탐독했다.


직원 교육 커리큘럼 중에서 독서교육이 핵심이었기 때문에 책의 저자를 회사로 모셔와 강의도 듣고, 개인적으로 멘토링을 청하기도 했다.


장사와 사업의 가장 큰 차이는 시스템이다. 세무 조사당할 때 고객 차트를 모두 가져갔다. 세금 낼 테니 제발 차트만 달라고 하니까 와서 복사해 가라고 했다. 그래서 직원 5명이 새벽까지 복사해서 그걸로 영업을 했다.

그때 다짐했다.


“다시는 그 어떤 것도 종이로 하지 않겠다. 내가 다시 종이로 뭘 하면 사람이 아니다.”


이 사건 역시 모든 것의 데이터화를 결심한 계기였고, 그렇게 쌓인 빅데이터가 AI 도입과 활용에 더 수월하게 해 주었다.


나는 평소에도 사람 손은 반드시 실수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어서, 무엇이든 가능하면 자동화 시스템을 지향했다. 고객이 RF카드를 찍고 체중계에 올라가면 그 순간 측정된 체중이 서버로 전송된다. 체중은 물론이고 인바디 측정 수치도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서버에 올라가도록 만들었다.



수많은 대기업들이 야심 차게 다이어트 사업에 진출했다가 빠르게 사업을 접었다.


대기업이 우리 같은 회사를 만들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1. 직원을 제대로 키우지 않으니 본점은 운영할 수 있어도 지점을 내서 확장할 수가 없다.

2. 직원을 키워낼 교육 프로그램이 없다.

3. 리더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더디기 때문에 그 과정과 시간을 참는 게 어렵다.

4. 고가의 가격 정책을 유지하지 않는다. 쥬비스는 그 고가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서 매년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론칭하면서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갔다.



데이터는 팩트다. 그리고 객관적인 정보다. 고객이 이런 노력을 해서 이 부분이 이렇게 좋아졌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시켜주면, 고객은 확신을 갖는다. 예를 들어서 부종이 몇 % 줄었고, 내장 지장 비 몇 g 줄었다고 나오는 그래프를 보여주면, 고객은 신뢰가 높아지고 컨설턴트의 안내를 믿고 따른다. “그래요? 그럼 조금만 더 하면 되겠네.”하면서 스스로 동기부여를 한다.


가장 빠른 다이어트가 가장 실패하는 다이어트이고, 가장 바른 다이어트가 가장 빠른 다이어트라는 우리의 가치관, 원칙이 중요했던 것 아닐까 싶다. 그래서 우리는 고객에게 바른 다이어트를 늘 강조하고, 세끼 밥을 꼭 드시고, 일찍 주무시고, 몸에 좋은 것을 드시고, 몸에 안 좋은 것을 멀리 하시라고 했다. 이처럼 바른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되찾는 다이어트가 결국은 가장 빠른 다이어트가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체인점을 거둬들인 후 직영점 체제를 고수했다.(체인점들이 직영점처럼 교육 등에 응하지 않아서 서비스의 퀄리티가 천차만별이었다.) 앞에서 말했듯이 모든 지점의 모든 고객정보를 컨트롤하고, 고객의 불만사항 하나까지 세심하게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 직영점을 운영하고, 정규직만 뽑고 직원 교육에 끊임없이 투자에 품질을 관리했다. 어쩌면 그래서 쥬비스는 살아남을 수 있었고, 이것은 바른 다이어트와 같은  맥락이다. 빠른 확장보다 바른 성장을 지향했고, 더디더라도 직원들이 스스로 성장하길 기다렸다.


쥬비스는 체인점을 내줬다가 퀄리티 유지가 안되자 결국 다시 사들였다. 약손명가는 지점을 내기 위해서 10년간 일을 해야 하는 조건 때문에 가볍게 접근한 사람들이 지점을 열 수 없었다. 둘 다 방식은 다르지만 퀄리티를 중요시한 것은 똑같았다.


직원 교육에 공을 들이는 것도 공통점이다. 쥬비스와 약손명가 모두 직원들에게 독서를 권장했다. 약손명가의 '관리사들이 책을 봐야 하나?'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반대로 보면 다른 에스테틱 업체들과 다르게 직원들이 꾸준히 책을 본다면 장기적으로 경쟁에서 이길 확률이 올라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반복 업무만 하는 사람과 생각하는 사람, 장기적으로 누가 살아남겠는가?


퇴사 후 사업하고 싶다고 젊은 친구들이 자주 찾아온다. 이 친구들의 공통점이 있다. 사업 아이템만 있지 인사, 노무, 법률, 회계, 세무 등은 아예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지 싶은 생각이 들어 그런 조언을 해줄 때면 더욱 마음이 쓰인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빨리 성공하는지 방법이 궁금해서 나를 찾아온 것은 알겠지만, 답만 빨리 얻고 싶어 하지 스스로 성공한 사람들을 공부하려고 하지는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조성경도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는 게 재밌었다. 다들 투자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다들 주식의 오르내림만을 이야기한다. 중요한 기업의 경쟁력 같은 건 관심이 별로 없다. '좋은 기업을 사야지'라고 말하면서 정작 좋은 기업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모르는 걸 알아야 하는데, 그게 결국 책과 신문을 봐야 한다는 걸 알고는 오래 걸리니까 무시해버린다. 그런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들어서 한두 번 운 좋게 돈을 버는 경우도 있지만, 운 좋게 돈 번 사람들이 '나는 이제 따고 배짱~'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더 큰돈을 가져와서, 결국은 크게 물리고 '역시 주식은 하면 안 되는 거였어.' 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 이게 내가 본 빨리 가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인사가 만사다


나름대로 채용에 신경도 많이 쓰고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왜 일을 못하는 직원보다 일을 잘하는 직원이 ‘나는 일을 못한다’며 나가겠다고 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2011년 이후부터는 직원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그때 고용노동부에서 제공하는 인적성 검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 우리는 그 프로그램을 받아서 먼저 전 직원을 대상으로 검사를 해보았다. 그 결과를 가지고 통계를 냈다.


우리 회사에서 일을 잘하는 직원들은 인적성 검사에서 성취, 인정, 보상 항목의 점수가 높았다. 그리고 성실과 책임이 특히 중요한 포인트였다. 반대로 성과가 비교적 낮은 직원들은 애국심, 봉사심 같은 항목의 점수가 높았다. 우리 회사에서 일하고자 한다면, 그것만으로는 고객의 감량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


봉사정신이 투철한 직원을 전공과 성적만 보고 뽑았으니 이 친구가 성과 중심, 숫자 중심인 우리 회사에서 일하기가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레이달 리오가 창업한 브릿지워터에서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인적성검사를 한다. 각각의 직원들의 특성을 이해해서 능력에 맞는 업무를 배분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창의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신사업을 맡긴다면 제대로 일이 진행될 수 있을까? 반대로 개성 넘치고 창의적인 사람에게 이미 궤도에 오른 사업을 관리하게 한다면 제대로 관리가 될까? 이런 일들을 막기 위해서 브릿지워터는 인적성검사를 하고 있다. 참고로 인터넷에서 누구나 무료로 인적성검사를 해볼 수 있다. 시간은 1시간 정도 걸린 기억이 나는데, 결과가 평소에 내가 생각했던 나의 모습과 안 좋은 모습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무료니 한 번쯤 해보는 것도~~


https://principlesyou.com/


이것은 결국 채용 단계에서 인재상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안되었다는 뜻이다. 우리 회사는 고객과 약속한 체중을 감량해줘야 한다. 약속한 체중을 감량하는 데서 성취감을 느껴야 하고, 고객과 같은 성취감과 고객의 인정 그리고 숫자로 확인되는 보상이 있어야 하는 철저히 숫자 중심의 회사다.


숫자를 잘 보고 숫자에 의해 동기부여가 잘되는 사람, 숫자로 나타나는 인정과 보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우리 회사와 잘 맞는 사람이다. 사회적 의미나 헌신, 봉사 같은 데서 일과 인생의 의미를 찾는 사람과는 잘 맞지 않는다. (워라밸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사람들)


그 후 우리는 인적성 검사 결과를 채용에 반영했고, 책임감, 성실함 등의 항목이 부족한 사람은 채용하지 않는다. 또 스트레스에 취약하거나 마음의 안정을 너무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도 우리 일은 어려울 수 있다.

반면 성취와 보상을 중시하는 유형의 직원은 고객의 체중을 목표치까지 끌어내리기 위해 엄청나게 동기 부여하고 밀착 관리하면서 고객을 놓지 않는다. 고객이 목표를 달성하면 자신이 더 기뻐하는 유형이다.




나는 책을 읽을 때 그냥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꼭지 하나를 딱 집어서 바로 실행해본다. 이 정도 책을 낸 사람이 했다는데, 그리고 성공했다는데 나도 해봐야지 하면서 말이다. 직원 면담을 하기 전에도 내가 지금 고민하는 것과 관련된 부분을 찾아서 다시 읽는다. 그리고 사소한 것 한 가지라도 꼭 실행에 옮겨본다.


재밌는 건 성공한 사람들은 책을 읽는데서 끝내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2달간 읽었던 책중에서 예를 들어보면, '개발자로 살아남기'의 저자 박종천도 책을 읽고 나서 관련 분야의 사람을 만나서 신나게 써본다고 했다. 그렇게 해야 진짜 내 것이 된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것 99%보다 잘하는 것 1%에 승부를 걸어라'의 김현숙도 100명 중 20명만이 책을 읽는데, 그중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딱 4명이라고 말한다. 딱 4명만이 책을 읽는데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 실천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쥬비스의 조성경 대표도 책을 읽고 하나를 집어서 바로바로 직원들에게 사용을 한다.


책이 도움이 되냐? 읽지 않는 것보다 읽는 게 당연히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냥 읽기만 하는 것보다 현실에서 관련 전문가와 이야기하거나, 내가 이해한걸 전혀 지식이 없는 타인에게 이해시키는 게 더 도움이 된다. 사람과의 교류가 적다 보니 이런 출력을 하기 위해서 독서모임을 시도하고 있다.



매출이 주춤하면 본사 직원들에게 2가지를 주문한다.


첫 번째는 '지점에 나가자'이고, 두 번째는 '악플을 찾자' 다. 2가지 다 목적은 고객의 생각을 파악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매달, 매일 고객의 소리, 고객의 불만에 귀 기울이고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오너가 그 부분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신경 쓰면 직원들도 자연스럽게 고객의 불만에 직접 귀 기울이고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한 번 두 번 그냥 모른 척 넘어간 고객의 목소리가 나중에 브랜드에 치명타를 입히고 리스크로 돌아온다.


고객들은 본능적으로 기업이 자신을 위하는지 아닌지 금방 알아챈다. 본능적으로 편하고 좋은걸 찾는다. 조금만 불편해도 냉정히 돌아선다. 쥬비스도 이런 걸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이 사업적으로도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고객에게 만족을 줬다는 건 충성고객이 많을 수 있고, 입소문도 많이 날 수 있다. 반대로 고객에게 만족을 주지 못했다는 건 충성고객도 적을 것이고, 나쁜 소식들이 많이 돌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고객을 진심으로 위하는 기업을 알아볼 수 있다면, 그건 좋은 기업을 고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다. 좋은 기업은 결국 나에게 돈을 벌어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고...


화제의 광고


쥬비스 광고 중에 가장 큰 화제가 되었던 것은 CGV 극장 화장실 랩핑 광고였다. 처음 화장실 광고를 고민할 때, 본사 직원들이 직접 주말에 극장에 나가서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계수기를 손에 쥐고 세어 보았다. 사람들은 극장에서 영화 1편을 볼 때 화장실을 몇 번 이용할까? 우리는 영화 시작하기 전에 혹은 끝나고 나올 때, 화장실에 들어가는 사람의 수를 세어 통계를 냈고, 당일 입장객 수와 비교해보았다. 그리고 극장 이용고객의 95%가 영화를 보기 전이나 영화를 보고 난 후 무조건 화장실에 들른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래서 CGV, 메가박스와 협업해서 화장실 랩핑 광고를 낮은 가격에 시작했다. 화장실 입구부터 분홍색의 쥬비스로 도배했다. 사람이 몰릴 때는 화장실 앞에서 '한 줄 서기'를 했기 때문에 우리 광고모델을 안 볼 수가 없는 구조다. 그 결과 영화관 광고가 대히트를 쳤다.


화장실 광고는 쥬비스 광고 역사에서 가장 효과가 좋았던 것 중 하나였다. '볼 수밖에 없는 마케팅'이었고, 남들이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초기에 저비용으로 극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한정된 자원에서 최선의 결과를 뽑아내는 게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광고를 해야 하는데 어떤 직원이 "BTS를 모델로 써서 TV광고를 하면 사람들이 우리를 주목할 것입니다."라고 말한다면 아마 쌍욕을 한 바가지 먹을 것이다. 이런 식의 의견은 개나 소나 다 낼 수 있다. 결정적인 문제가 모냐면, 이 방식은 돈 많은 기업이나 쓸 수 방식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돈이 별로 없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그렇다고 돈이 없어서 졌다고 핑계 댈 수도 없다. 그 불리함을 창의력으로 극복해야만 한다. 풍족한 자원이라면 좋겠지만, 현실은 항상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이건 개인도, 기업도, 심지어 국가도 마찬가지다. 풍족한 자원에서는 창의력이 발현되지 어렵다. 부족한 환경 속에서 기존 방식을 사용할수 없기 때문에, 기존에 없던 새롭고 기발한 방식들이 찾을수 밖에 없다. 돈 많은 기업이라고 다를까? 넷플릭스는 마블 한편 제작비의 10분 1을 가지고 오징어 게임을 만들어서 그 이상의 성과를 냈다. 아마존 같은 빅 테크들이 풍족함과는 거리가 있는 헝그리함을 강조하는 것도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과는 괴리가 있다.


쥬비스는 아무도 해보지 않은 화장실 광고로 대박을 쳤다. 처음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바로 승인을 했을까? 아니다. 그게 효과가 있는지 어떻게 아냐는 반문이 나왔을 것이다. 그래서 직원들이 화장실 앞에서 일일이 사용자수를 카운트했고, 거기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을 내린 거다.


직원 중 일부는 내가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명문대 나왔는데, 고작 이런 일 하려고 들어온 건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이런 막일을 하고 있다. 리멤버는 500만 개의 명함을 수작업으로 입력했고, 배달의 민족은 전단지 5만 개를 수집해서 데이터화 했다. 뱅크 샐러드는 국내에 발행된 3000개가 넘는 신용카드들을 다 수작업으로 분류했다.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이기에 데이터가 있을 리 없다. 없으니 직접 수집해야 했다. 그런 게 불만이라면 당신은 스타트업에 들어갈 수 없을 것이다. 들어가도 당신이 할 일이 없을 것이다.  


고객 이해하기


남성 고객들은 눈에 보이는 숫자와 데이터를 굉장히 좋아한다. 근거, 수치, 데이터를 가지고 설명하면 이해도도 높고 실행력도 높다.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근육량이 여자보다 많고, 그래서 대사량이 여자보다 크다. 그러다 보니 남성 고객들의 만족도와 감량 결과가 여성 고객에 비해 월등히 높다. 여성 고객들이 위로와 동기부여 같은 감성적인 면을 중시한다면 남성 고객들은 수치와 데이터에 더 민감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감량 결과가 좋은 모범생 고객은 남성 고객이 훨씬 많다.


실제로 만족도 조사를 할 때 어떤 점이 가장 좋은지 물으면 남성 고객들은 첫째 원리를 설명해주는 것, 둘째 그 결과를 데이터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콕 집어 언급한다. 반면 여성 고객들은 항상 케어해주고, 걱정해주고, 동기부여를 해주는 컨설턴트를 첫 번째로 꼽는다. 이렇게 요구도 다르고 접근도 다르다. 그래서 남성 고객들은 좀 더 데이터 중심으로 컨설팅을 진행한다.




100억대 회사가 됐을 때 구조를 완전히 갈아엎었던 덕분에 쥬비스는 계속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일부 직원들의 이탈도 있었지만, 어쨌든 규모에 맞게 새로운 인재를 다시 세팅했고,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던 직원들도 노력하고 맞춰가면서 회사와 함께 성장해갔다. 그때 쥬비스에게 선택지는 성장밖에 없었다. 나 역시 속도를 높여 올라가는 데 집중했다.


경영서적을 읽다 보면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초기 창업 멤버와의 불화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CEO가 변했다고 말하기도 하고, 예전에 내가 알던 회사가 아니라고 말하는 경우도 많았다. 좀 더 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이해하게 됐다.


창업할 때 최고의 프로그래머, 기획자, 아티스트를 모아서 창업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현실에는 대학 동기나 직장동료와 의기투합해서 창업하게 된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니까 그렇게 한 거다. 하지만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초기 멤버 중 성장하는 속도를 못 따라가는 사람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성장과 발맞춰 동료들도 성장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성장할 때까지 마냥 기회를 주고 기다릴 수도 없는 게 스타트업의 생리이다. 10명을 관리할 때랑 100명을 관리할 때, 1000명을 관리할 때는 다른 이야기다. 그래서 경영서적을 보면, 성장단계에 맞춰서 적절한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고 항상 강조하고 있다.


쥬비스도 매출 100억에서 300억으로 레벨 업할 때 시스템을 바꾸면서 초기 멤버들이 많이 떠났다. 조성경은 자신이 실수를 한 것인가? 고민하며 자책했다고 한다. 자책하던 중 멘토에게 이런 조언을 듣는다. "버스에서 내려야 할 사람은 그냥 내리게 해 주세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을 억지로 끌고 가면 결국 일 잘하는 사람이 내리게 됩니다. 그들이 내린다고 할 때 내리게 해 주세요.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태워야 합니다."


키카 클 때 뼈가 아프듯, 기업도 성장통을 겪는다고 이해하게 됐다.



2014년경 연예인 마케팅을 시작하고 가수 노유민 님 광고 때문에 소위 난리가 났다. 300억대 규모가 되었을 즈음이다. 그때부터 나는 무언가 새롭고 특별한 것을 더 하기보다는 위험이 될만한 요소를 모두 찾아내 차근차근 없애는 데 집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뭐든지 빼야 합니다. 필요 없는 것, 쓸데없는 것은 다 빼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늘려서 1인당 성과를 올려야 합니다. 브랜드가 망하는 것은 한순간이에요. 어쩌면 일이 터지고 나서 그것을 막는 것은 우리 능력 밖의 일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 브랜드가 한 번에 망가질 만한 모든 위험을 없애고 예방하는 것뿐입니다. 리스크가 될 만한 것이 무엇인지 찾고, 미리 사고가 터지지 않도록 대비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때 우리는 1인당 매출이 높여 고효율의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AI를 도입하겠다고 선포했다.


레벨업


600억에 도달했을 때 파이프라인을 늘리기로 결정한다. 푸드 사업에 진출한다.


먼저 우리만의 원칙이 하나 있었다. 셰이크 형태는 절대 안 된다. 밥을 굶게 만드는 건 안된다. 고객의 몸에 허튼짓하지 않고 어떻게 다이어트 식품을 만들어낼까? 긴 고민 끝에 만든 것이 현미밥 기반의 간편 푸드 현미 밥바였다. 여기에 소금, 설탕, MSG를 넣지 않고 맛을 내기 위해 소금 대신 해초가루, 설탕 대신 꿀, 이런 식으로 천연조미료를 넣는 등 다양한 연구를 했다. 그렇게 천연 식자재로 간편 푸드를 만들었고, 이것을 우리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기반을 잡았다.


푸드 사업은 시작하자마자 수익이 났다. 주문량이 너무 많아서 공장을 24시간 3교대로 풀가동해야 할 정도였다. 우리에게 이미 관리고객이라는 훌륭한 자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고객이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기존 다이어트식과 차별화할 수 있었다. 그중 하나가 100% 현미로만 만든 빵이다. 고객들이 다이어트를 할 때 제일 먹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빵이다.


고객들이 그렇게 먹고 싶다고 했던 빵을 내놓자,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졌고 덕분에 푸드 매출이 크게 올랐다. 사실 우리가 항상 타깃으로 삼은 소비자는 지점 고객이었는데 이때부터 유통 채널을 넓히기 시작했다. 쥬비스 관리 고객이 아니어도 푸드를 구입할 수 있도록 온라인 마켓에도 진출했다.


다음은 채소다. 출근할 때 챙겨가기도 번거롭고, 여행이나 외식 때는 더더욱 가져가기 어렵다. 한여름에는 빨리 시들어버리고, 지퍼백에 담아도 물이 새어 나올 수 있다. 말려서 가루로 만들면 영양소가 파괴되지만 돌 결 건조 방식은 영양소가 98% 이상 살아있다. 까다로운 공정을 통해 ‘샐러드를 그대로’를 출시했다.


우리 고객들이 실제로 먹고 임상시험에 참가했는데, 정말 내장지방이 줄어들면서 살이 빠졌다. 생채소를 먹은 것과 효과가 똑같았다. 예를 들어 생채소 5장을 먹은 효과를 보려면 샐러드를 그대로는 2봉 정도를 먹으면 됐다. 샐러드를 그대로는 출시하자마자 말 그대로 대박이 났고, 유통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히트 상품이 되었다.


우리는 고객한테 너무 관심이 많고, 그래서 늘 고객의 심리를 분석한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하나 있다. 고객이 포기하지 않게 하려면 자동화가 답이라는 것이다. 지금 먹은 사과 하나, 귤 하나까지 사진만 찍으면 식단일기에 자동으로 기록되면 어떨까? 고객이 허락한다면 음식에서 식 시 하고 카드를 긁으면, 그 내역이 바로 식단일기로 연동될 수도 있다. 번거롭게 내가 직접 입력하지 않아도 되는 자동화 서비스에 주력하기로 했다. 그러면 ai가 영양소를 물론이고 나의 식습관까지 모조리 분석해서 고객에게 뭘 바꾸면 좋을지, 오늘 뭘 하면 좋을지, 내일은 뭘 시도해볼지 예측해서 제안해준다. 쥬비스는 이런 식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무엇이든 파이프라인을 준비할 때는 최소한 3~4년 전에 시작해야 한다. 당장 수익이 안 나온다고 포기하면 안 된다.


다이어트 회사가 AI 회사로 변신?


우리가 가진 데이터를 미래 트렌드에 맞게끔 생각해야 하고, 그것이 우리의 전략이 되어야 한다. 아마존이 온라인에서 얻은 데이터를 가지고 오프라인 진출을 결심했을 것이다. 온라인에서 나온 어떤 데이터가 오프라인을 시작하는 사인을 보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오프라인에서 모아둔 이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어떻게 온라인으로 가야 할지 그 시작점을 고민해야 한다. 아마존도 계속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는데, 이 조그마한 회사가 그런 노력도 없이 어떻게 계속 살아남겠는가?


그 수많은 기술 중에 왜 하필 AI였을까?


나는 종종 ‘내가 언제까지 이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렇다면 반복되는 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직원 교육은 신입사원이 들어올 때마다 거의 같은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똑같은 교육을 공채 신입직원이 들어올 때마다 재직 중인 직원에게도 직급별, 분야별로 세분화된 교육을 하다 보니 교육 자체만으로도 시간과 에너지 소모가 꽤 컸다.


그러다 AI가 떠올랐다. 무한 반복하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을까?


나는 AI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학습하는지, 딥러닝을 하려면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업의 본질이 다이어트이므로 결국 AI 컨설팅의 목적도 감량이라는 결론을 냈다. 고객 데이터라는 재료를 가지고 체중감량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AI 컨설팅의 목적인 것이다.


업의 본질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 사람도 삼성 관련 책을 읽은 사람이구나 싶다. 시간 되면 '삼성가 사람들'을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삼성전자를 이해하기에 좋은 책이다. 업의 본질 개념에서 삼성전자를 바라본다면 'PC방'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스스로 풀어보는 걸로... ^^;;


AI를 학습시키는데 가장 필요하고 가장 가치 있는 데이터는 조건이 있다.


동일한 환경에서 추출되어야 하고, 그 동일한 환경에서 성공한 사례와 실패한 사례가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 쥬비스 다이어트의 15만 고객 데이터였다. AI는 성공과 실패가 명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성공 데이터로 가기 위해 스스로 학습한다.


우리는 성별, 나이, 체중, 직업, 비만 유형, 지방 유형, 내장 지방과 체지방량 등 15개 데이터를 키 값으로 잡았다. 그 데이터를 고객을 구분해 살이 잘 빠진 고객은 왜 잘 빠졌는지, 안 빠진 고객은 왜 안 빠졌는지를 찾아냈다. 어떤 데이터에서 차이가 있었는가를 찾아내는 것이다. AI가 도출한 결과는 처음에는 적중률이 60%대 정도 나오는 게 당연하다.


거기에 디테일한 데이터를 더 추가하고, 새로운 데이터들의 성패 여부를 추가해 학습시키면 70%->90%대로 튜닝이 된다. 누가 그걸 끝까지 붙잡고 늘어지며 적중률을 높이느냐의 싸움이다.  AI도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 성공하게 된다.


최근 읽은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AI지식'이라는 책을 통해 인공지능에 대해 기초를 이해할 수 있었다.

딥러닝의 핵심은 양질의 막대한 데이터다. 똥이 들어가면 똥이 나온다. 쥬비스는 딥러닝의 핵심인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었다 건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어느 날 책을 읽다가 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1970~1980년대는 우리나라가 제조업 중심이었으니까 노동력과 토지, 자본이 중요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부터는 자본의 규모와 속도, 이 2가지가 산업을 결정한다는 내용이었다.


생각해보니 정말 맞는 말이었다. 네이버, 카카오를 보면 결국 자본이다. IT 시대, AI 시대가 되면 자동화 설비와 로봇 시스템이 노동력을 대체한다. 세상이 빠르게 발전하니까 결국 속도 싸움이라고 판단했다. 누가 선점하느냐의 싸움이라는 뜻이다. 누가 더 큰돈을 가지고 투자를 계속하느냐, 그 투자금을 가지고 얼마나 빠르게 변신하느냐가 시장의 구조, 더 나아가 사회의 구조를 바꿔놓았다.


'꼭 내가 정답이 아닐 수 있다. 대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빠른 속도로 글로벌로 나가는 것이 우리 회사의 미래 방향성에 더 좋을 수 있다.'


조성경은 2500억에 회사를 매각했다. 5000만 원으로 창업해 5000배를 키워냈다.



우리는 2500억이라는 숫자에 집중한다. 하지만 단지 조성경이 얼마에 회사를 팔았다에 집중하면 얻을 게 없다. 쥬비스를 어떻게 시작했고 어떤 고난을 겪고 어떻게 성장했는지의 관점으로 책을 보는 게 공부에 도움이 된다.


허름한 비만관리숍을 인수해서 시작한 게 사람의 눈에 띄기 쉽게 간판을 바꾸고, 항상 더러운 건물 1층 외부를 매일 쓸었다. 고객이 건물도 허름하고 지저분한데 그런 곳으로 비만관리를 받으러 가고 싶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광고를 위해 신문에 전단지를 꼽더라도, 요일별로 매체별로 테스트를 하면서 어느 요일에 어느 매체가 가장 효과가 있는지 데이터를 분석했다. 2000년 초반에 조그마한 동네 샵을 운영하는데도 데이터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했다.


고객이 요요로 살이 찐 모습에 충격을 받고, 책과 논문에 파고들어서 지금의 쥬비스의 기초를 다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요요가 온 고객을 보고, 단지 그 사람의 의지 문제라고들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조성경은 위기감을 느꼈고, 미친 듯이 책을 팠다.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 그렇게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스스로 주위를 살펴보자. 1년에 책 1권을 제대로 안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에어비앤비 CEO 브라이언 체스키는 부족한 경영능력을 메꾸기 위해 미친 듯이 책을 봤다. 그리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조성경도 회사가 100억에서 300억으로 그 이후로 성장할 때 스스로의 부족함을 느끼고 각종 서적들을 섭렵했다. 그리고 멘토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회사를 키워나갔다.


회사가 300억을 넘어서 600억이 되었을 때도, 고객센터의 불만사항을 직접 살피며, 고객과의 통화도 마다하지 않았다. 궤도에 오른 회사의 사장이 그런 것까지 해야 하나? 생각할 수 있지만, 직책이 높아질수록 고객과 멀어지는 현상을 경계했다.


조성경은 직원의 발전이 회사의 발전이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독서를 강조했고, 직원들이 조금이라도 독서에 접근할 수 있게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고 적용했다. 꾸준히 책을 읽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 10년 후에 어떤 회사가 살아남을까? 쥬비스 조성경도 약손명가의 김현숙도 같은 생각을 했다.


AI가 지금처럼 주목받기 전부터 서울대와 협업을 통해 AI를 도입했다. AI 중요성을 간파하고 있었다.


회사 팔아서 좋겠다고 부러워만 하면 우리에게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들 속에서 보물을 캐내야 한다. 캐서 그걸 현실에서 투자든 사업이든, 직장이 든 간에 써먹어야 한다. 책을 읽는 이유가 남을 부러워하기 위해서는 아니지 않은가?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을 모르면 미래에 결과가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 뛰어난 기업에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다 알 것이다. 지금 시대의 뛰어난 기업은 뛰어난 인재를 보유한 기업이다.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있는 곳이 어떻게 일하는지, 뛰어난 CEO는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해 모른다면 그런 기업들을 고를 수 있을까? 그런 데이터가 많이 쌓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사람 그런 기업이 눈에 띄게 된다.


그런 면에서 조성경이라는 성공한 CEO의 사례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습해보는 걸 추천한다.





책이 투자에 도움이 안 된다고? 시리즈

https://brunch.co.kr/@1532b33dfd6b438/3

https://brunch.co.kr/@1532b33dfd6b4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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