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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노반 May 17. 2022

무시했던 아프리카 TV 이야기

꾸준함을 이길 그 어떤 재주도 없다

유튜브가 있는데 아프리카 TV가 되겠냐고 무시했었다.


2012년에 출간된 '꾸준함을 이길 그 어떤 재주도 없다'란 책을 보고, 스스로에게 부끄러웠다.


"아프리카 TV를 아무것도 모르고 내가 무시하고 있었구나..."


이 책을 출간 당시에 봤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들을 해봤다.




문용식의 인생은 파란만장하다. 20대를 운동권 생활로 인해 5년 넘게 감옥에서 보냈고, 32살의 나이에 IT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IT회사를 선배와 공동 창업한다. 그러다 하이텔 출신 10명이 새로운 곳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우콤에서 영입하게 된다. 회사에게는 기회였지만, 문용식에게는 기회가 아니었다.


기존 사업부는 축소되고 PC통신 사업부가 커졌다. 회사에서 연차가 쌓이면 승진하는 게 보통이지만 문용식은 거꾸로 갔다.


실질적으로 대표이사나 마찬가지였으나, 부장으로 강등, 이후 '경력 부족'으로 인해 차장으로 강등된다.


보통 자기 직급이 강등이 되면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데, 문용식은 차장으로 강등되는 동안 그만두지 않았다.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걸 인정했기 때문이다. 과장이었던 사람이 평사원으로 강등된다면 당신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저는 솔직히 받아들일 자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문용식은 남습니다.



묻고 또 물어라

나우콤 초기, 문용식은 PC통신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했다. 다른 회사도 그렇겠지만 기술적인 면이 중요한 PC통신에서는 실무를 모르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부서장이 제대로 알고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안심’한다. 모르면서 ‘그저’ 결정만 내리는 것은 안된다. 그래서 묻는 것이다. 그렇게 여기저기 사정없이 질문을 던지고 배운 과정을 거친 덕분인지 이후 많은 선택의 시기에 ‘허튼’ 선택을 한 적은 거의 없다.

누구에게든 물어보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특별히 남자들은 ‘누구에게 물어보면 그 사람 밑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심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 모르면 머리 숙이고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배울 수 있다. 또 질문을 통해 다른 직원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회사는 열려 있는 곳처럼 보여도 오픈마인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많은 부분을 가려두고 업무를 처리한다. 모르는 것도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아는 것은 자기만의 노하우로 감춰두려 한다. 그런 직원들이 많아지면 결국 문제가 터진다. 사내 게시판을 통해서라도 많은 이야기가 오가야 한다. 사내 게시판이 죽어 있는 회사는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문용식은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묻고 또 물었다.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이 나보다 많이 안다면 질문을 던졌다. 사람들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는 질문하는걸 그렇게 어려워하지 않지만,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는 쉽사리 질문하지 못한다. 우리 안에 편견이 있다고 본다. 좀만 생각해봐도 나이가 많다고 다 지식이 많은 건 아닌데.... 자존심이 그런 선택을 어렵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문용식은 자존심을 묻어두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국제정치를 전공한 사람이 IT에서 대해 알리가 있겠는가? 아프리카 TV를 만든 원동력은 문용식의 끊임없는 탐구욕에서 시작되었다.


보통은 문제가 많으면 불만을 제기하고 떠나기가 쉽다. 그런데 나는 그 반대였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게 나의 미션처럼 느껴졌다. 나의 인생을 위해서도 그렇고, 동료들을 위해서도 그렇고, 사업과 회사를 위해서도 문제는 해결되어야 했다.


3종류의 사람이 있다. 1차원적인 사람은 문제를 만드는 사람이다. 2차원적인 사람은 문제를 인지하지만 회피하며 거리를 두는 사람들이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이런 마인드가 2차원적인 사람들이다. 집 앞에 똥을 점프해서 뛰어넘는 사람이다. 3차원적인 사람은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사람이다. 집 앞에 똥을 피하지 않고 치운다. 치우는데 그치지 않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원을 찾아 해결책을 제시한다.


문용식은 남들이 기피하는 문제들을 해결을 했다. 기피하는 문제들을 해결함으로써 남들이 갖지 못한 능력을 가지게 된다. 남들에게 없는 능력을 가지게 됨으로써 더 이상 문용식은 무시받는 존재가 아니게 됐다.



문용식은 고객지원실로 발령 난다.  나우누리의 성장 속도를 보면서 기존 방식의 고객센터 운영으로는 감당이 안될 것으로 판단한다.


PC통신보다 규모가 10배나 컸던 이동통신 회사를 찾아간다. 그 회사는 우리가 업종이 달라서 경쟁할 일이 없다고 판단해서인지 고객 상담 업무에 대한 노하우를 잘 알려주었다.

 고객 상담에만 수백 명이 근무하고 있었던 그 고객지원실은 업무 프로세스에서 상담 매뉴얼까지 책자로 잘 정리돼 있었다. 직원들의 상담 매너와 근무체계가 그야말로 꽉 짜여 있었다. 전화를 처리하는 교환기 시스템도 완벽했고 상담 직원들이 이용하는 휴게 시설도 너무나 훌륭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무조건 찾아가는 게 나의 사회생활 첫 번째 원칙이다. 이 세상에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걸 먼저 경험하고 해답을 찾아놓은 사람이 어딘가에 반드시 있다. 그 사람을 찾아서 배워 오면 된다.

혹시 안면이 없더라도 업무와 연관된 사람이 직접 찾아오면 당사자도 싫지 않다. 관계는 그렇게 만들어지고 그런 관계에서는 많은 정보가 오간다.

나는 이렇게 현장형으로 일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나중에 ‘업무 배분의 333원칙’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자신의 에너지와 시간을 고유 업무에 3, 조직관리 3, 나머지 3은 외부인 만나는 데 쓰라는 이야기다.


이렇게 모르면 묻는 습관을 기반으로 문용식은 나우누리가 폭발적인 성장 속에서 안정적으로 고객센터를 운영하게 된다. 고객센터라고 하면 한직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런 곳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한 것이다. 증명하니 다른 직원들이 자연스레 인정하기 시작했다.


시키는 것만 하는 건 노예다

일반적으로 회사원들은 ‘회사에서 시키는 것만’ 한다. 그렇게 일을 하면 회사도 힘들고 개인도 발전이 없다. 무슨 일이 주어지기 전에 우리 회사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하고 하지 말라는 조항이 없으면 스스로 알아서 실행해내는 게 중요하다.

무엇이든 누가 말하기 전에 알아서 만들어서 하다 보면 그렇게 얻어낸 결과와 경험이 고스란히 자신의 재산이 된다. 그렇게 해야 개인과 회사의 미래가 열린다. 외부에서 동기부여가 주어지기를 기다리보다 자기 자신의 내부에서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직원은 상사가 관리할 필요가 없는 톱클래스 인재가 된다. 실제로 기업에서 임원까지 올라온 인물들은 대부분 이런 성향의 사람들이다.


남들이 관광여행이라고 생각하는 일본 출장을 갈 때도 문용식은 현지 업체와 스케줄을 잡고 방문했다. 일 관련자들과 인터뷰하고 일본 PC통신 시장의 동향과 전망 그리고 각 회사의 미래계획을 들었다. 더 나아가 나우누리와 함께 해보자는 도에 넘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럼으로써 일본 정보통신사업의 미래 트렌드를 엿볼 수 있었다.


놀다 오라는 출장에서 일을 하고 왔다고 놀림받기도 했지만, 이런 게 쌓여서 문용식은 후에 대표 자리에 오르게 된다. 1998년 4월 1일, 나이 마흔에 차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한다. 그 이후 2001년에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된다. 문용식이 남들과 똑같이 일본 출장을 관광쯤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면, 이런 초고속 승진이 가능했을까?


남들과 똑같이 하고 있다면 어떻게 남들과 다를 수 있겠는가? 당신이 똑같이 행동하고 있다면, 앞으로의 인생도 그저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해라.


그냥 되는 일은 없다

회사의 비전 설계와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외부업체인 '아더 앤더슨 코리아'에 의뢰하게 된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에 컨설팅을 맡기면 한국 기업들은 그들의 프로젝트 진행방법과 결론에 별다른 이견을 달지 않았다. 세계적 컨설팅 회사라는 브랜드가 갖고 있는 로열티 때문이다.


근데 문용식은 처음부터 믿음이 덜 갔다. 특히 그들이 사용할 전략 수립 방법론이 무엇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프로젝트 초기부터 이의를 제기했다.


아무리 좋은 보고서라도 해도 완벽할 수 없다. 모두 다 빈틈이 보인다. 하지만 회사의 미래가 걸려 있는 컨설팅에서는 더더욱 신중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컨설팅업체의 전략 컨설팅은 붕어빵 찍어내듯 천편 일류적인 측면이 있었다.

(중략)
 
내가 그렇게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자 컨설턴트들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팅을 할 때도 더 철저하게 준비를 해왔고 디테일한 부분에서 보고서의 수준도 높았다. 몇 번의 수정을 거친 끝에 ‘나우콤의 비전 및 중장기 전략’ 보고서가 완성됐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관리자가 아는 만큼 직원들은 일은 한다. 관리자가 많이 알수록 직원은 높은 기대치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관리자가 잘 모른다면, 직원들은 최선을 다하지 않게 될 것이다. 대충 해도 대충 했다는 걸 알지 못하는데, 과연 최선을 다하겠는가?


의문이 생길 때마다 질문을 던지는 것은 좋은 습관이다. 책을 통해 질문의 답을 얻고 간접 경험을 쌓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몰라서 물어보는 것은 창피한 것도 아니고 결례도 아니다. 오히려 의문 없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거나 의문이 생겼는데도 그냥 넘어가는 게 문제를 키운다.

우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부족해도 묻고 채우려 하지 않았다. 그런 대충대충 넘어가는 분위기는 옳지 않다. 회사는 끈질기게 의문을 던지는 사람이 넘쳐나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질문으로 계속 시끄러워야 한다.


문용식은 의문이 풀릴 때까지 "왜?"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건희의 '5 WHY'를 연상시키는 부분이다.


우리는 늘 무언가 부족한 상태에서 판단과 선택을 강요받는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철학, 가치관 , 세계관, 인생관이다.

세상을 살면서 부딪치게 되는 수많은 문제를 해결할 때 결국 마지막 판단과 선택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근본 원리와 기본 생각에 따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우리 머릿속 알고리즘을 향상해야 한다.



합병 결정을 뒤집다

모기업의 악화로 두루넷과 나우콤의 합병을 결정한다. 문용식은 합병하는 순간 나우콤이 망한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대표도 아닌 자회사의 이사가 삼보 컴퓨터 부회장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나우콤 이사 문용식입니다. 합병과 관련해 상의드릴 게 있습니다. 바쁘신 줄 알지만 30분만 시간 내주십시오"


부회장은 30분의 미팅을 수락한다. 문용식은 나우콤을 인수하기 위해 지불한 700억이 두루넷과 합병으로 인해 모두 사라질 거라고 말한다. 문용식의 설득으로 이 부회장은 합병을 철회하기로 한다. 일개 손자회사의 임원이 모회사의 부회장에게 연락했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결과를 얻기 위한 행동이 셰이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합병했다면 모회사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이때 결정으로 인해 나우콤은 모회사가 3번 바뀌는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다.


두루넷과의 합병이 무산된 후 사장과 담판을 짓게 된다. 한때 신뢰를 받던 사장도 시대가 변화하는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 문용식은 사장과 자신중 둘 중 하나는 나가야 한다고 압박한다.


문용식과 사장은 애증의 관계였다. 문용식에게 잿덜이등 물건을 3번이나 던졌다. 그래도 그 둘은 일을 해냈지만, 시대의 변화를 비껴갈 순 없었다.


결국 사장은 팀장급 간부들과 의견을 나눈 뒤, 사임하게 된다. 사장은 사임 후 후임자로 문용식을 추천한다.


자신을 몰아낸 사람을 사장으로 추천한다.... 솔직히 멋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된다고 보고하니 결국 되었다

대표가 됐지만 돈이 필요했다. 회사를 먹여 살려야 했다. 정부보증 CBO를 따내기 위해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직접 아는 사람이 없면 한두 다리 건너서 필요한 사람을 전부 소개받았다.


CBO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힘이 될 만한 모든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다닐 때 20년 넘게 사귄 친한 친구와 논쟁을 심하게 벌인 적이 있다.


친구
"너무 무리하게 부탁하고 다니지 마라. 네 회사도 아닌데 신세를 지게 되면 그게 다 너 빚이 된다. 나 같으면 그렇게 안 한다. 나는 내 사업할 때 그 카드(그동안 쌓은 네트워크)를 쓰지, 내가 대주주도 아닌 회사에 그 카드를 쓰지는 않는다. 잘 생각해봐라"

문용식
"현재가 없는데  어떻게 미래가 있을 수 있냐? 현재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미래도 없기 때문에 빚이 되든 어쨌든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주어진 현재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서 그럴듯한 미래가 언제 오냐?"


문용식은 자신의 생각을 관찰시켰다. CBO를 따내 회사의 숨통을 트이게 했다. 지금 살아남지 못한다면 미래가 있기나 하겠나? 문용식의 현실적인 생각에 공감이 된다.


이기는 설계

차세대 사업으로 웹스토리지 사업인 PD박스를 선택한다. 광고 없이 입소문 만으로 2년만 아 800만 가입자를 모았다. 그 당시 경쟁사 달은 유료에 전송도 유료였다. 하지만 PD박스는 모든 고객에게 '10G 저장 공간'을 무료로 제공했고, 대용량 파일을 다운로드할 때 기본 전송 속도를 무료로 보장했다. 한마디로 대용량 파일의 '무료 저장 무료 전송'을 제공한 것이다.


무료라는 파격적인 서비스는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남이 유료로 파는 걸 무료로 파는 것은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비용을 절감하는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저장 무료 전송 무료'를 뒷받침하는 핵심기술 역량이 있었다. 대용량 데이터 전송 비용을 최소화하는 p2p 기반 분산 전송 설루션과 중복 파일 저장 방지 시스템이었다. 끈질긴 R&D로 다른 회사가 갖추지 못한 핵심기술 역량을 확보하였기에 파격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요즘 우리는 수많은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런 무료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 우리가 모르게 수많은 노력들이 들어갔다. 이걸 이해한다면 근본적인 기업의 경쟁력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투자의 성공률도 높이게 될 것이다.


진정 일을 잘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사람이 중요했고 직원 행동의 기준으로서 인재상이 필요했다. 또 인재상이 명확하면 그에 따르는 상벌 역시 명확해질 수 있다.

일을 회피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 싸워 이겨내야 한다. 일을 할 때 적당히 요령껏 하는 것이 아니라 될 때까지 끝을 보는 사람이 인재인 것이다.

가장 좋은 선택은 버스에 태울 사람만 태우고 맞지 않는 사람은 버스에서 내리게 하는 일이다. 그것이 기업에도 좋고 그 사람 인생에도 좋다.

대신 일을 할 만한 사람이면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될 때까지 밀어주고 끝까지 믿고 맡기는 것이다. 이것이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되게 하는 사람,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걸 현실에서 구현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셀트리온이 유럽 EMA에 최초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허가 신청했을 때 이야기다. 자료 보강을 요청하게 됐고, 셀트리오는 국내 상황 때문에 2개월 안에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다. 유럽 협력사는  6개월이 걸린다고 이야기한다. 서정진은 담당 직원과의 통화에서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달성하라고 압박한다.


담당 직원은 하루에 8시간씩 6개월 걸리는 일이니, 24시간으로 풀가동하면 2개월에 끝나는 거 아니냐며, 자신이 보강작업에서 밤을 새울 테니 협력사에 제안을 한다. 그 결과 기적처럼 6개월 걸린다는 일이 2개월 만에 끝나서 최초의 바이오시밀러 자격을 얻게 된다.


이런 사람들이 정말 일을 되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하루에 8시간 일하라는 건 우리가 임의로 정한 룰일 뿐이다. 담당 직원은 그런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결과를 만들어냈다. 문용식도 이와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라면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솔직히 실패를 머리에 두고 좌절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좋은 사람이란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단지 성격이 좋은 사람이 아니다.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다.


짧은 글에 많은 것이 담겨있다. 성격이 좋은 게 좋은 사람이 아니다. 생각해보자. 일을 하는데 동료가 성격이 좋다. 그런데 일을 더럽게 못한다. 협업을 하는 입장에서 마냥 좋게 볼 수 있겠는가?


상대를 배려한다는 것은 상대의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는 뜻도 있다. 같이 일을 하는 입장에서 동료의 실수가 연속돼서 나의 업무가 진행이 안된다고 생각해봐라.. 아마 짜증이 밀려올 것이다. 동료에게 질문을 한다. 그런데 질문 수준이 웹 검색으로 찾을 수 있는 간단한 내용을 동료에게 자주 질문한다면 이건 동료의 시간을 낭비하는 행동이 아닐까?   


상대를 존중한다는 것은 상대의 의견에 대해 합리적인 개방성을 보인다는 뜻이다. 협업을 하면서 독불장군처럼 생각을 고수한다면 과연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까?


트렌드가 사업 성패의 70%를 좌우한다

사업 성패의 70% 정도는 트렌드에 얼마나 잘 올라타느냐에 달려 있다. 트렌드에 거역해서 성공할 수 없고 그렇다고 트렌드에 너무 빨리 올라타서도 성공하기 어렵다.


어떤 이들은 성공한 사업에 대해 단지 운이 좋아서 성공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트렌드를 읽는다는 건 그만큼 많이 알아야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것이 있어야 새로운 것과 비교점이 생기면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트렌드를 파악한다는 것은 결국 미래를 보는 혜안을 가졌다는 뜻이다. 단지 지식이 많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많은 지식과 풍부한 경험, 깊이 있는 생각,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 끝없는 토론 등, 이 모든 것을 통합한 ‘지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트렌드는 지혜의 문제, 타이밍은 결단의 문제, 조직력은 신뢰의 문제라 할 것이다. 나는 사업 성패를 이야기할 때 날과 결의 비유를 곧잘 한다. 사업은 날을 날카롭게 버려서 결에 따라 내리칠 때 성공한다. 날은 핵심 역량으로서 경쟁의 무기에 해당된다. 결국 타깃 고객을 찾아내는 시장분석이다. 날이 무디거나 결을 잘못 찾으면 그 사업은 백전백패다. 순간 반짝할 수는 있을망정 결코 오래가지는 못한다.

결국 사업을 한다는 것은 우리의 핵심 경쟁 역량은 무엇이며 고객은 누 군인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해가는 과정이라 하겠다.


페이스북을 보라. 페이스북이 등장하기 전에도 SNS는 등장했었다. 단지 그들은 인터넷이라는 인프라가 대중화되기 전에 등장해서 성공하지 못했다. 페이스북은 적절하게 인프라가 깔렸을 때 등장해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요즘 많이 차고 다니는 애플 워치, 갤럭시 워치 같은 스마트워치는 최근에 나온 게 아니다. 무려 40년 전에 카시오에서 처음 출시했다. 단지 기술적 토대가 준비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아프리카 tv는 왜 폭발적으로 성공했는가?

아프리카라는 이름은 네이밍 전문업체 '네임 네트'에 의뢰해 만들었다.

아프리카가 떨 올리는 이미지가 좋았다. 아프리카 대륙!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날것, 미지의 세계, 야수, 거침없음, 광활함, 모험, 자유로움, 다채로운 문화, 가능성 등의 이미지,

기성 미디어와 차별적이면서 무한한 확장 가능성이 있는 실시간 개인 방송 서비스의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해준다. 아프리카를 선택한 이유다.

부차적으로 아프리카 TV는 영문 도메인인 'afreeca'가 'a free casting' 즉 무료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방송의 약자로 풀이된다는 점도 좋았다.


벤쿠퍼 동계 올림픽의 김연아 경기를 보기 위해 순간 동접 40만 명이 몰렸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는 상한가를 쳤다. 연예인의 개인방송에 몇천 명씩 몰렸다. 일단 택시기사도 방송을 할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부산 해운대 화재 사고 때는 기자들보다 먼저 목격자가 아프리카 TV로 중계하는 일도 있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도 아프리카 TV로 중계됐다. 무려 5만 명의 동접자가 몰렸다.


그러다 6월 1일 여대생 구타 사건, 경찰이 진압을 피해 차 밑으로 숨었던 여대생을 끄집어내 발로 짓밟은 사건이 생중계되었다. 무려 순간 100만 명이 시청하게 되었다.


아프리카 TV는 촛불집회를 통해 세상에 많이 알려졌다.


젊은이들은 아프리카 TV를 '대안 미디어'로 생각하고 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조직에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있다. 보통 사람들은 회사의 외형, 건물, 수익, 직원 수 같은 하드웨어만 본다. 눈에 보이는 것을 중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에서도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듯 기업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

조직문화가 바로 기업의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다. 조직문화가 좋은 기업이 진정으로 좋은 기업이고 강한 기업이다. 좋은 조직문화란 직원들이 서로 협조하며 일하는 조직, 서로 신뢰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은 조직, 가치와 원칙이 분명한 조직 등을 일컫는다.

“좋은 관리자는 훌륭한 숫자를 만들어내지만 좋은 리더는 훌륭한 문화를 남긴다.”


부패한 권력이 이끄는 나라가 잘되는 걸 본 적이 있는가?



꾸준함을 이길 그 어떤 재주도 없다

비행기는 이륙할 때 3,4킬로미터 활주로를 달리면서 연료의 절반을 소비한다. 온 힘을 불태우는 것이다. 활주로를 박차고 오르면 그 후로는 공기 흐름을 타고 쉽게 이동한다.


모든지 처음이 힘든 법이다. 꾸준히 한다는 것을 쉽다고 사람들이 간과하지만, 매일 책을 꾸준히 빠짐없이 볼 수 있겠는가? 막상 해보면 알게 된다. 그게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일이란 걸.... 비행기가 임계점에 도달하는 것처럼 우리도 막대한 에너지를 쏟아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조직의 주인이 되는 선택을 해야지 주인을 위해 대신 싸워주는 용병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남을 위해 사는 사람에게 에너지를 태울 동기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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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식은 5년 1개월의 감옥생활을 했다. 그곳에서 시간을 허송세월 보내지 않았다. 신문이 반입이 안되자, 영국 이코노미스트를 반입해서 영어공부를 하면서 세상의 견문을 넓혔다.


아침에는 운동을, 낮에는 영어와 독어 어학공부를, 저녁에는 사회과학 공부를 하거나 문학책을 읽었다.


서울대를 졸업했으나 전과자이기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사람이었다. 그가 자신의 상황을 잘 인지하고 있었기에, 나우콤 시절에 무시와 멸시를 견디면서 모르면 물어보면서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



3941%


10년 전에 아프리카 TV에 투자했다면 작년 고점에 얻을 수 있었던 수익률이다.


책이 투자에 도움이 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꾸준함을 이길 그 어떤 재주도 없다'를 읽으면서 너무나 아쉬웠다. 이 책을 2012년 출간 당시 읽었다면 아프리카 TV를 한번 다른 시각으로 봤을지도 모른다. 제로 투 원을 보고 느낀 감정과 똑같다. 제로 투 원은 2014년 출간됐는데 테슬라에 혁신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당시 제로 투 원을 봤었더라면 테슬라는 기업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을지도 모른다. 너무 아쉽다. 그래서 요즘엔 기업에 대한 신간은 빠짐없이 보려고 한다.


책을 읽다 보니 알게 됐다. 이런 식으로 책을 쓴다는 건 꾸며내서 쓸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는 걸... 문용식의 인생사만 있었다면 재미없었을 것이다. 추가로 기업 경영에 대한 실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심지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썼다. 쉽고, 재밌고, 유익하기까지 하다.


별풍선에 대한 나의 편견이 문용식이라는 유능한 CEO를 알아보지 못하게 했다.


PC통신에서 인터넷 시대로 그리고 모바일 시대로 변화하는 동안 살아남은 게 문용식이다.


나는 사람을 보지 않고 아프리카TV의 선정성만 봤다.


"내가 멍청했다."


책이 투자에 도움이 안된다고? 시리즈 -2

https://brunch.co.kr/@1532b33dfd6b4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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