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칼퇴를 했다.
지난주부터 연이은 야근과 회식에 찌든 몸은 이미 정상이 아니었다.
머리는 멍하고 몸은 퍼진 라면 면발처럼 볼품없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생각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예민하고 잡생각이 많은 나에게 생각이 많아졌다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열심히 해오던 일들이 갑자기 하기 싫어지고, 업무 효율이 떨어진 상태다.
오늘을 살기보다 내일을 걱정하게 된다.
때문에 이런 전조증상이 느껴지면 나는 일단 헬스장을 간다.
몸을 움직이고 나면 기본적으로 생각의 양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가벼워진 몸과 함께 운동을 했다는 성취감과 뿌듯함은 무이자로 제공된다.
사실 오늘도 일은 쌓여있었다.
다행히 어제 야근으로 급한 일들을 어느 정도 쳐낸(?) 상태였기에 6시가 되자마자 과감히 사무실을 나왔다.
헬스장에 도착하니 퇴근하고 운동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네'
속으로 생각하며 옷을 갈아입고 재빨리 운동하는 무리에 합류했다.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인터벌로 러닝을 하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운동을 하면 도파민이 분비되어 행복감을 느낀다던데.
역시 난 호르몬의 노예인가 보다.
그렇게 운동을 하자 도파민 덕분인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히 기분이 나아졌다.
이어서 롱풀과 레그익스텐션으로 상하체 근력운동까지 하고 잠시 쉬는데 문득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시선이 갔다.
'다들 퇴근하고 온 건가?'
그중에는 몸매를 가꾸기 위해서 온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자기 관리를 위해 또는 정말 운동을 좋아해서 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눈에는 왠지 모르게 '살려고 온 사람들'처럼 보였다.
저마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
몸을 움직여 일상의 고단함을 잊고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는 사람들로 말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왠지 모르게 내적 친밀감과 함께 동질감까지 생겼다.
그리고 사람들이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을 보며 에너지가 느껴졌다.
'앞으로 헬스장에 자주 와야지'
화요일 저녁 6시 반 헬스장에 모인 사람들.
나이도 직업도 성별도 모두 다르지만,
말 한마디 없이 각자 운동을 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에너지를 나눠 가졌다.
* 사진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