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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troduce Apr 11. 2023

MZ 혼자 로컬여행 부여편

부여 시골동네 규암마을이 '자온길'로 불리게 되다


안녕하세요

2주간의 국내로컬투어 여정을 브런치 독자분들과 공유하려 온 Mintroduce입니다. 민트로듀스라고 읽어주시면 되세요!

오늘의 로컬투어는 부여의 백마강 옆 규암마을로 시작합니다. 처음 들어보셨다고요? 예 저도 그랬습니다. 과연 어떤 곳이길래 수도권에 사는 제가 여기까지 갔는지 설명드릴게요 :)




규암마을은 이런 곳이었어요!


지금은 이렇게 그저 낡은 옛 건물들이 즐비한 옛날 동네로 보이지만, 예전엔 부여에서 소위 잘 나가는 동네였다고 해요. 부여사람들은 금강의 하류를 백마강이라고 부르는데, 백마강 바로 옆에 있었기에 수운의 중심지로서 마을은 번영했어요.

사진 속 오래된 강변단란주점 간판이 보여주듯이 한때 규암마을은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고 각종 주점, 여인숙, 목욕탕은 물론이고 번화가의 핵심시설인 극장까지 있는 동네였다고 해요. 각종 물건이 오고 가는 공간답게 꽤 규모가 큰 오일장도 열렸다고 합니다.



대게 오늘날 시골마을들이 그러하듯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이 동네를 떠나게 되었어요. 특히 이곳은 강에 다리가 생기고, 백마강이 수운기능을 잃게 되자 유동인구와 거주자 모두 급속도로 줄고 생기를 잃게 되었다고 해요.


규암마을은 이렇게 변했어요!


그랬던 규암마을이. 

사진 속 지도를 대~충 훑어봐도 뭔가 이것저것 있는 게 많아 보이듯 다시 활기를 찾고 있어요. 많이들 말하고 있는 도시재생이 규암마을에도 찾아온 것입니다.


그 시작이자 자온길 프로젝트의 시작인 책방세간부터 이야기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책방세간을 만든 (주)세간의 대표 박경아 님이 바로 규암마을 변화의 큰 역할을 하셨다고 해요. 대표님은 과거 인사동 쌈지길, 서촌, 삼청동, 헤이리 등에서 전통공예 상점을 운영하셨는데요.  예술인들이 가꾼 땅에 계속해서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불청객이 찾아오는 것을 매번 지켜보며, 그렇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그때 부여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왜 하필 부여일까? 궁금했는데, 부여롯데아울렛 바로 옆에 있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가 모교라고 하셔요


그렇게 예술인들이 쫓겨나지 않고 100년이 갈 수 있는 문화거리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스스로 자(自) + 따뜻할 온(溫) 자온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해요



첫 출발점은 바로 이 시골책방 '책방세간'. 시골에 뭔 서점이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자온길 프로젝트엔 문화요소가 분명히 필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셨다고 해요. 지금 이곳은 부여의 유일한 독립서점이자 자온길의 앵커시설로 중요한 공간이죠.


❕재생을 꿈꾸는 지방도시들을 보면 대게 독립서점부터 먼저 생기더라구요. 출발점으로 서점이 좋은 이유는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 같아요. 카페, 북토크를 비롯한 모임장소, 행사장소 등. 당연히 책이란 요소도 분명 중요하지만, 공간공유의 개념이 큰 장점이라는 제 사견입니다 :)


다시 책방세간으로 돌아와서, 이 공간은 오랫동안 '임씨네 담배가게'이었어요. 이젠 담배 진열장을 책장으로 쓰고, 리모델링 당시 발견한 물건들은 책방의 소품이 되었어요. 레트로 그 자체더라구요. 또 인테리어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게 반짝반짝 거리는 은박벽지였는데 담배가게의 역사를 살려 담배속지를 표현했다고 합니다.


어떤 리뷰에도 언급이 안되었던 것 같은데, 전 이 책방의 구비된 북리스트가 좋았어요. 부여, 로컬산업, 브랜딩 같은 제가 흥미 있는 책들로 꾸려졌더라구요. 만약 이곳에서 한달살기같은 오랜 기간 머무를 일이 있으면

맨날 올 것 같아요!








다음 공간은 책방세간 바로 옆 부여서고란 곳이에요. 이름만 보곤 책방 옆에 또 책방?.. 이랬는데, "서고의 책처럼 다양한 문화가 모이는 공간"을 지향하는 수공예품 편집샵이었더라구요


천연염색과 라탄소재 소품들이 정말 많았어요. 개인적으로 라탄을 너무 좋아하는 터라 바구니 겸 가방을 하나 사고 싶었는데, 뚜벅이이자 2주 여행 초반기였기 때문에 짐을 들고 다닐 자신이 없어서 포기했답니다.


아쉬움과 함께 가려하던 제게 사장님은 실팔찌를 하나를 고르라고 하셨어요. 여기까지 찾아와 주신 분들께 감사의 의미로 모두 드리고 있으니 부담 갖지 말라고. 여행하는 동안 머리끈으로 애용했는데

사용하려고 볼 때마다 뭔가 부여서고의 따뜻한 무드와 초행길에서 느꼈던  따뜻함? 같은게 떠올라서 행복한 기분이 들었어요.







책방세간
부여서고

나란히 붙어있는 책방세간과 부여서고 건물이랍니다. 둘 다 슬레이트지붕의 단층짜리 오래된 건물이고

바로 옆에 있으니 뭔가 세트 같고 그렇더라고요. 실제로 책방세간 들렀다가 부여서고 가는 루트도 추천드리기도 하고요 :)




이 곳은 주소가 등록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책방세간과 부여서고에서 마을 안쪽 방향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인분이 없는 한 공간을 발견했어요. 외관이 단출해서 하마터면 자전거 타고 쌩 지나갈 뻔했어요. 자전거를 뒤로 돌려세우고, 공간을 찬찬히 살펴보니 플라스틱 뚜껑과 빨대를 모아 업사이클링을 하는 곳이었어요.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긴 했지만 왠지 이런 공간은 성수동과 같은 세련된 도시에만 어울린다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런 시골마을에서 업사이클샵을 만나다니 와..굿아이디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물론 사견입니다만,  시골분들은 되게 규칙적이세요. 외가, 친가 모두 시골집인데 적어도 어릴 적부터 제가 봐온 시골은 그래요, 그 규칙성을 적극활용해서 일상루틴에 업사이클링 행동들을 녹일 수만 있다면 정말 업사이클의 열혈 참여자분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신선한 만남 새활용연구소X규암마을. 계속 응원할게요!





이젠 식사장소를 추천드릴게요. 낡은 고택을 개조해서 만든 이탈리아 파스타 전문점 더테이블입니다.


이곳에서 쓰이는 식재료들은 부여 농산물을 활용한 신선한 메뉴들이라고 해요. 제가 방문한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구요. 예약제로 운영된다고 해서 혹시나 하며 "한 명이고 오늘 먹고싶은데 혹시 예약되나요?" 여쭤봤더니 된다고 하셔서 너무 기뻤어요.


전 '뽈로 알 부로'란 닭가슴살 구이 및 야채요리와 '간바니나 유기농 음료'를 주문했어요. 이건 정확한 정보는 아니지만, 사장님께서 외국 유학도 다녀오시고 요리에 꽤 오랜 시간 일가견이 있으셨던 분이란 글을

본 것 같은데, 사실일 것 같아요. 아아주 훌륭한 맛이었어요!

 

시골집에서 먹는 양식이라. 그치만 또 내부의 원목, 패브릭들이고 소품들이 자온길이나 건물 분위기랑 잘 어울리는 웜한 톤이었어요. 덕분에 눈도 배도 따뜻한 한 끼 먹었습니다 :)






이 밖에도 술을 팔던 옛 요정을 개조해 만든 카페 수월옥,

100년 된 고택을 개조한 한옥스테이 이안당 

천연염색 공방 목면가게 등 먹고 놀고 잘 공간들이 꽤나 다양하게 있으니 자온길 여행자분들께선 참고하세요 :)


❕그치만 전 평일 오후에 둘러봤는데 꽤 많은 곳들이 닫혀있더라고요. 아직 유명세를 타진 않은 거리인지라 관광객도 저 혼자인 느낌이었어요. 방문한 곳들은 모두 좋았지만, 기회가 된다면 공예가들이 많은 동네이니

공방체험도 슬쩍 기대해 봤었는데 다 닫혀있어서 체험기회를 갖지 못한 점이 아쉬웠어요.



이건 부여서고에 갔을 때 봤던 홍보물이에요. 자온마실이라는 자온로 일일투어가 있더라구요. 프로그램 내용이 흥미로워서 발견하곤 너무 행복했는데 예약을 전화로만 진행해야 했고 운영기간, 참가최소인원 등 세부적인 정보를 알 수가 없어서 정말 아쉬웠어요. 나중에 찾아보니 예약번호는 목면가게라는 공방의 번호더라고요. SNS운영채널로 인스타그램 링크가 있었는데, 자온로 투어에 대한 게시물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추후엔 문득 찾아온 방문객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좀 더 다양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부여= 백제의 수도.

냉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밖에 떠오르는 아이콘이 없던 것이 사실인 것 같아요. 이런 부여에 천천히 불어오는 익숙한 듯 새로운 바람이 전 반갑습니다. 몇 년 후엔 더 다양한 로컬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있길 바라요. 그리고 그땐 저만 아는 스팟이 아니라 로컬문화에 관심이 없는 제 친구들이 먼저 권유해서 가게 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포근했어요 자온길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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