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 들은 음악에 대한 기록 #진지한디깅
❶ 5월 넷째 주, 한 주의 시작은 에스파였습니다. 데뷔 3년 반 만에 발매한 정규 1집 ‘Armageddon’이 화제였는데요. 현대적이면서 동시에 복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괜찮다고 생각하는 트랙들의 크레딧에서 SUMIN(수민)을 빈번하게 발견하고 있네요. 타이틀곡 작곡, 코러스 참여. 개인적인 취향은 주제가 확실하고 직관적인 ’Set The Tone‘이었습니다.
❷ 팔칠댄스의 공연을 지금 봐서 다행입니다. 나중에는 유명해져서 보기 힘들어질 테니까요. 브라스가 더해진 ‘야행성’은 여름밤의 시티팝 그 자체였고 ’even if fall into a fail‘의 보사노바 버전에서 이 팀의 편곡 실력을 느꼈습니다. 두 곡 모두 정규 1집 <COLOR PAPER HOTEL>의 수록곡.
‘YOU’RE MY CAKE‘의 사이키델릭한 세련미가 반가운 이유는 이번 공연의 유일한 커버 곡이 라디오 헤드의 ’My Iron Lung’이듯 이 밴드 감성의 출처 때문이었고, EP <Youth Heritage>의 쇼케이스였던만큼 ’숨바꼭질‘의 기타와 드럼이 휘몰아치는 구간과 한국 가요 감성이 물씬 나는 ’RANDOM BOX‘의 떼창을 통해 훗날 리스너들이 오래 찾는 앨범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들었던 공연이었네요.
❸ 한로로는 정확하게 자기 언어로 명확한 멜로디를 노래하고 그것이 꼭 사랑 노래에 국한되지 않아 좋았습니다. 박쥐단지의 신보는 실험적인 요소가 많아서 흥미로웠는데, 귀에 남는 건 20년 간 녹슬지 않는 못의 이이언 감성이 느껴지는 두 트랙이었네요.
❹ 크루앙빈이 부산 록 페스티벌에 온다고 하여 지난달에 나온 신보를 들어봤는데 연주 앨범이더라고요. 초심으로 돌아간 게 느껴졌고 향 냄새 나는 건 여전합니다. 쉴 때 BGM으로 듣기 좋은 앨범입니다.
❺ 한 인간의 내면을 이렇게나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경험은 귀한 것 같습니다. 핑크플로이드의 <The Wall>과 앨런 파커 감독의 영화를 정주행했는데요. 록 오페라라는 장르의 미학과 자유분방하고 창조적인 구성이 신세계였네요.
❻ 누자베스의 F.I.L.O의 익숙한 코드를 따라 세르지오 멘데스의 Let Me를 듣는 재미, 칙 코리아의 Lazy Bird에 이어 포레의 곡을 이어보는 균형감, 제목을 이제야 챙겨서 미안한 곡들의 향연. 구멍 난 부분에 주섬주섬 주워 담느라 디깅을 못 끊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