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는 기록하고, 시간은 증명한다

68회 그래미 후보로 읽는 음악의 생명력

by 이예진

올해로 예순여덟 살. 그래미의 나이다. 1959년 1회 시상식을 기점으로 출범한 이 상은 오랜 시간 음악 산업계의 중요한 기준으로 기능해왔다. 선정위원에는 프로듀서부터 A&R까지 음악 산업 전반의 관계자들이 포함되고, 아티스트는 ‘그래미 수상자’ 혹은 ‘그래미 노미네이트’라는 이름을 일종의 인증처럼 얻게 된다. 문제는 이 상이 과연 여전히 ‘한 해의 음악’을 대표하고 있는가다.


그래미 트로피. (c) Recording Academy / Getty Images

피치포크는 매년 그래미 결과를 예측하며 ‘Should Win’과 ‘Will Win’을 구분한다. 이는 '받아야 할 음악'과 '실제로 받을 음악'이 다르다는 뜻이다. 이러한 간극은 그래미가 음반 산업 관계자들로 구성된 집단이라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음악을 듣는 리스너라기보다 음악 산업을 운영하는 위치에 가깝다. 그 결과 실험적이라거나 진보적인 사운드, 혹은 논쟁적 메시지는 이 구조의 바깥으로 밀려나기 쉽다. 더구나 위원회는 토론이 아닌 투표로 결과를 도출한다. 이 과정에서 선택은 자연스럽게 반대가 적은 방향으로 기운다. 소수가 강하게 옹호하는 앨범보다 다수가 반대하지 않는 무난한 선택이 살아남는다.


이러한 구조는 여러 사례에서 반복돼 왔다. 프랭크 오션은 <Blonde>(2016) 발매 당시 그래미 노미네이션을 공개적으로 거부했고, 켄드릭 라마 <good Kid, m.A.A.d city>(2012) 역시 수상이 불발됐다. 다프트 펑크 또한 1990년대 혁신적인 전자음악을 선보이던 시기에는 그래미의 중심에 서지 못했다. 그러나 디스코 팝의 언어를 빌려 과거의 사운드를 ‘향수’로 재구성한 <Random Access Memories>(2013)에 이르러서야 그래미의 선택을 받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재평가되는 이러한 사례들은 그래미의 판단이 언제나 음악의 장기적 가치와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문화는 시간이 개입될 때 비로소 의미를 획득한다. 지금 강하게 반응을 이끌어내는 음악이 곧 오래 남는 음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음악에서 쾌락은 중요한 요소지만 그것만으로 작품의 수명을 설명할 수는 없다. 어떤 음악이 끝내 명반으로 남는지는 결국 시간이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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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텍스처를 읽고, 삶에 닿는 글을 씁니다. | 연세대 작곡과 졸업 | <오버톤> 에디터 | <월간 진지> 발행인 | projectjinj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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