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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Jan 09. 2024

숫자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살아가는 관심사에 숫자가 있다

134556**

불쑥 숫자가 말을 걸어왔다. 이게 뭘까? 


내 머릿속에 맴도는 숫자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언제나 툭툭 튀어나오는 숫자가 있다. 예를 들면 핸드폰 번호나 생년월일, 고향집 전화번호, 차량번호들이다. 아 그런데 차량번호는 빼야 할 것 같다. 지금도 가끔 주차료 때문에 차량번호를 물으면 막힐 때가 있다. 이상한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친숙한 번호는 이제 비밀번호로 못쓴다. 친절한 AI가 걸러 내기 때문이다. 새로 없던 번호로 조합을 하라고 한다. 그것도 처음에는 4자리였는데 이제는 최소 6자리 이상이다. 그리고 더 까칠한 놈은 영어와 한글 그리고 기호까지 거기에다 소문자 대문자를 섞어서 내놓으라고 한다. 어쩌라고 이젠 암기조차 할 수 없어 따로 메모를 해놓고 다녀야 할 판이다. 편하자는 디지털 비밀번호가 아날로그로 다시 넘어가고 있다. 그들을 위한 비밀번호다. 


그러고 보니 더 심한 놈이 있구나 자기가 마음대로 만들어 놓은 단어를 늘어놓고 맘에 드는 것 여럿 골라 순서대로 나열하란다. 그리곤 그것이 이제부터 너의 비밀번호라 한다. 빨리 사진을 찍든 메모를 하든 깊숙한 곳에 숨겨야 한다. 다람쥐처럼 숨긴 곳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디지털을 위한 아날로그의 협찬이다. 아이러니하다.


게 중에 마음에 드는 것도 있다. 핸드폰 인증과 연관시켜 신분증확인등 처음 절차는 복잡 하지만 그 이후 사용이 편리한 간편 번호가 그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것도 6자리이기는 하지만 암기만 잘해 놓으면 제일 편리한 것 같다.


어쨌든 복잡함을 덜려고 날 잡아서 관련된 숫자를 잘 정리해 놓아 이젠 되었구나 싶었는데 문제가 생겼다. 예전에 처음에 만들어 사용하던 비밀번호들 때문에 곤란이 왔다. 가끔 들어가는 사이트에 접속을 하다 보면 비밀번호가 도통 생각이 안 난다. 그래서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하나 걸려라 식으로 넣다 보면 시도 횟수가 넘었다고 직접 방문하라는 어려운 부탁을 한다. 에라이~ 안 쓰고 만다. 그러다가도 운 좋게 그 턱을 안 넘어 비밀번호 재설정을 하려고 하면 묻는 것도 많다. 그 사이트 한번 들어가 보겠다고 핸드폰과 이리저리 오가며 결국 낯선 번호를 또 만들어 넣어야 한다. 


키오스크 운용이 어렵다고 했던가 그럼 이런 사이트접속은 어쩌라고 그저 나이 든 사람은 발품 팔아 직접 찾아다녀야 할 판이다. 그것보다 더 큰일은 잘못하다간 집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거기에도 긴 번호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늘 머리를 맑게 가지고 사는 축복을 누려야 하는가 보다.




그나저나 불현듯 튀어나온 저 숫자 134556**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8자리다. 그러고 보니 또 있구나 비 오는 날 불쑥 찾아온 숫자 그리고 길을 가다 무엇을 보았는지 문득 떠오르는 숫자 모두 나와 관련된 사연이 있어 강하게 뇌리에 남겨 놓은 것이다. 무얼까?


어이쿠, 이럴 수가 나의 군번이었다. 40년이 다되어간 번호가 어찌 이렇게 생생하게 갑자기 떠 올랐을까 아마 그때 최대 관심사로 초 집중하여 깊이 저장해 두었는데 어떤 연유로 뇌의 시냅스 연결고리에 걸려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또 어릴 적 우리 할머니는 동네 사람들 경조사 날짜를 모두 기억하셔서 신기했었는데 아마 그때 우리 할머니는 그날 식사 초대에 관심이 많으셨던 것 같다. 이렇듯 우리가 기억하는 숫자에는 삶이 숨어있다. 


그럼 내가 요즈음 자주 사용하는 번호들이 나의 삶을 대변해 준다는 것인데 지금 내가 사용하는 숫자들은 모두 아내와 관련되어 있다. 그렇다면 내가 아내에게 관심이 많다는 말인데

그것 참 삐리리~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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