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인 듯 아닌 듯 흙을 잔뜩 머금은 지저분한 얼음 위로 달려 한가운데 섰다. 여기가 몇만 년 버텨온 빙하라는 것이다. 둘레 산들이 거대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그리 크지 않아 보였지만 모여있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비교할 때 어마어마한 크기임은 분명하다. 지구에 남은 몇 안 되는 올라타고 놀 수 있는 빙하라며 돈 받고 장사를 한다. 손에 이끌려 한 바퀴 휘돌고 돌아 나온 쉼터엔 그곳을 가려는 사람들과 관광차의 아우성으로 야단들이었다. 그 틈을 비집고 화장실로 가는 한구석에 조그맣게 전시되어 있는 사진판. 100년 전 빙하와 지금을 비교한 사진이다. 언뜻 봐도 1/3은 줄어든 것 같다.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일요일 휴일 오후 영통 영흥수목원 벤치에 앉아 쉬면서 캐나다 벤프의 기억 중에 그 사진판이 유독 떠오른 것은 겉옷을 벗어젖힌 반팔로 숨어든 가을을 찾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Chat GPT에 물어봤다. 추석도 지난가을이 왜 아직 덥냐고 똑똑하다는 GPT는 거침없이 내뱉는다. 지구 온난화, 도시열섬효과 그리고 대기 순환패턴의 변화라며 특히 유럽과 북미 지역도 올 9월 10월 이례적으로 높은 기온이 기록되고 있으니 너도 엄살 그만 떨라며 핀잔을 늘어놓는다.
그렇다 지구 온난화 때문 이란다.
작은 돌멩이에 금이난 자동차 앞유리가 조금씩 티를 내더니 한해 겨울을 나자 제 팔을 뻗어 금을 키우듯 우리의 환경도 곪아 든 상처를 참고 매만지다 이제는 제풀에 내려놓은 것 같다. 그렇게 외쳐대던 환경보호 소리가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리고 오히려 왠 놈들이 이리 오지랖이 많아 시끄럽게 구는가 라며 핀잔도 했던 내가 이제는 피부로 와닿으며 겁을 먹으려 한다. 점점 빨라지기 때문이다.
수목원 가로수 단풍나무의 황토색 어정쩡한 물듦이 안쓰러워 보인다.
가을에 입으려고 장만한 두터운 남방을 아직 입지 못하고 한여름 늘어진 반팔만 끼고도는 나의 아쉬운 마음도 울긋불긋 자랑하고픈 그 단풍나무의 초조함에 비교나 될까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찬바람이 불 텐데 걱정이다. 점점 좁아든 계절의 무대 위에 봄, 가을이 설자리가 없어짐이 안타깝다.
점점 열병을 앓아 끓어오르는 지구 온난화 때문 이란다. 지금이라도 신경 쓰며 환경에 귀 기울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