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어느 날 우리 집 윗층에 이사를 왔다. 혼자 사는 여자인 것 같았다. 뭐, 이런 원룸에 혼자 살지, 살림 차릴 일은 없지. 그녀가 이사온 첫날, 나는 윗층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걸 들었다. 아! 층간소음. 예전에 살던 사람은 안 그랬는데, 이거 골치아프게 됐군. 나는 이사 첫날이라 짐 정리하느라 그럴 수 있겠다 라고 이해하며 그냥 넘어갔다. 쿵 쿠궁 쿵쿵쿵쿵 쿵 쿠궁 쿵쿵쿵쿵, 그 소음은 매우 규칙적인 박자를 타고 있었다. 드러머 인가? 나는 몇일을 그냥 견뎠다. 층간 소음으로 분쟁을 겪는 것도 귀찮고, 나만 참으면 아무 문제 없는 것. 별로 정도 안 가는 원룸에 문제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 소리는 점점 커지고 선명해졌다. 쿵 쿠궁 쿵쿵쿵쿵 쿵 쿠쿵 쿵쿵쿵쿵, 나는 점점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았다. 안 되겠다. 정말 귀찮아 죽겠지만, 이대로 살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 소음은 꼭 자정이 되면 났기 때문에 자정까지 자지 않고 기다렸다. 자정이 되었다. 소음이 들려온다. 쿵 쿠쿵 쿵쿵쿵쿵 쿵 쿠궁 쿵쿵쿵쿵, 나는 윗층으로 올라갔다. 초인종을 눌렀다. 어떤 여자가 하품을 하며 눈을 비비며 나왔다. 어? 자고 있었나? 그렇담 헛다리 짚은 건데, 어떡하지? 난 그간의 소음에 대해 설명하고 혹시 소음을 유발할 행동을 했다면 주의를 부탁한다고 얘기했다. 그 여자는 자기는 10시만되면 자기 때문에 아마 다른 집에서 나는 소리일 거라고 했다. 일단 거기까지 얘기하고 내려왔다. 그렇다면 이 불길한 소리는 어디서 나는 것일까? 이미 그 소음에 집착이 생겨버린 탓에 그 소음의 진원지를 알아내야 겠다 생각했다. 그 날부터 나는 자정까지 자지 않고 버티다가 소음이 들리기 시작하면 윗층으로 올라가 집집마다 귀를 갖다대고 소음이 나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아무 집에서도 소음은 나지 않았다. 수소문한 끝에 그 여자가 이사온 같은 날 한 층 위에 이사온 집이 있다고 한다. 나는 그날 부터 자정이 되면 나는 한 층 위의 집들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 여자의 위층 집에서 소음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그렇다면 그녀는 왜 층간 소음을 느끼지 못한 것일까? 나보다 더 가까운 곳에 살면 더 크게 느껴야 하는 것 아닐까? 아! 그녀는 10시에 취침에 든다고 했다. 그래서 잠이 깊이 들어 소음이 들리지 않는가 보다 생각했다.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 그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딩동, 식육점 주인 같이 비닐 가운을 걸친 사람이 문을 열었다. 나는 그 간의 층간 소음을 설명하고 주의를 부탁했다. 그 사람은 바로 아래층 사람도 아무 말 안하는데 왜 저 밑에서 올라와서 난리냐며 도리어 나에게 신경질을 부렸다. 말이 안통한다. 잠시 안에 들어가 봐도 되겠느냐고 하니 안된다고 했다. 나는 그 다음날 부터 그 사람에 대해 뒷조사를 시작했다. 알보고니, 그 사람은 대학 교수였다. 동물 해부학을 가르친다고 한다. 그럼, 그 사람은 매일 밤 집에서 짐승을 잡는 것일까? 생각할 수록 의심스러웠다. 어쩔 수 없다. 나는 그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그 집안을 살펴보기로 했다. 낮에 열쇠 수리공을 불러 문이 잠겼다고 대충 둘러대고 문을 열어 달라 했다. 미심쩍은 눈으로 수리공은 문을 열어줬고, 나는 그 집 안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별 특별한 점은 없었다. 집안에서 동물을 잡은 흔적도, 핏자국도 없었다. 지극히 평범한 1인 가구였다. 이런! 나는 서둘러 그 집을 나와 내 방으로 돌아왔다. 뭘까? 도대체 그 소리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 가장 의심이 가는 집을 선정해 소리가 나는 그 시간에 현장을 덥치는 수밖에 없다. 나는 다시 내 윗집에 의심의 촛점을 옮겼다. 자정을 기다렸다.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쿵쿵 쿠궁 쿵쿵쿵쿵, 나는 바로 윗집으로 올라가 문에 귀를 갖다댔다. 분명 이 집에서 나는 소리다. 문고리를 돌려봤다. 어라? 문이 열린다. 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봤다. 그녀는 10시면 취침에 든다고 했다. 침실에 가 보았다. 그녀는 땅바닥에 머리를 찧고 있었다. 쿵 쿠궁 쿵쿵쿵쿵, 왜 저러는 걸까? 자세히 보니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녀는 분명 자고 있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뭔가가 그녀의 머리를 잡아 채고 바닥에 찧고 있다. 쿵 쿠궁 쿵쿵쿵쿵, 귀신이다. 보는 순간 직감했다. 그녀는 매일 밤 그렇게 귀신에게 머리를 잡아 채인 채 머리가 방바닥에 찧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으악! 나는 어쩔 수 없이 소리를 질렀다. 순간 귀신이 나를 쳐다 본다. 나는 얼른 뛰어나와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사지가 부들부들 떨리고 오줌을 지릴 것 같았다.
그러나 더 공포스런 순간은 다음날 자정부터 찾아왔다. 나는 자정이 넘어야 잠이 든다. 자정이 되면 그 귀신이 홀연히 나타난다. 그리고 내 머리를 잡아채고 땅바닥에 찧기 시작한다. 쿵 쿠궁 쿵쿵쿵쿵, 그 날부터 나는 아래집으로부터 층간소음 항의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누가 믿겠는가? 귀신의 짓이라고.
오늘 밤도 나는 여지없이 귀신에게 내 머리를 잡아 채여 바닥에 찧이고 있다. 그리고, 내 윗집 그녀는 그 저주에서 벗어날수 있었다.
그녀가 아침에 찾아왔다. 사실은 자기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자신에게 귀신이 붙은 것을. 너무너무 무서워 머리를 잡아 채여 바닥에 찧이는 순간까지 그녀는 자는 척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저주를 푸는 방법은 하나, 그 귀신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방법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한테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저녁 자정에 우리 집에 와 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오랜만에 한잔 하자고 했고, 문을 열어 놓을테니 침실로 들어오라고 했다. 그렇게, 나는 내 저주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친구야,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