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을 부품으로 보는 회사
“아니, 요즘 같은 불황에 회사를 그만두라니, 무책임한 얘기 아니냐?"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싹수가 전혀 없는 회사도 분명 존재한다.
특히 대기업보다는 중견, 중소기업 중에 이런 문제 기업이 많다. 직원을 인적 자본으로 보기보다는 그저 '일 시키는 도구'로만 여기는 회사들 말이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니 수단으로 여길 수 있겠으나 대놓고 부품 취급하는 회사가 문제다.
직원들에 대한 성장이나 투자 같은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주로 단기계약을 선호하고, 인력 시장에 대체 요원이 많다면 인력 착취를 당연시하는 회사들이다.
취업이 어려운 시대다. 그래서 어떤 회사라도 들어가면 일단 오래 다니면서 잘 정착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무조건 버티는 게 능사는 아니다. 잘못된 직장을 억지로 참고 다니다 커리어 관리를 망칠 수 있고, 자존감을 해칠 수 있으니 조심스레 꺼내보는 말이다.
회사에 실망하여 급하게 사직서를 내는 것도 문제지만, 성장 가능성이 전혀 없는 회사에서 오래 참는 것도 문제다. 때로는 빨리 그만두는 게 내 경력과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한 경우도 있다.
빨리 그만두는 게 차라리 좋은 직장, 직원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회사에 대해서 살펴보자.
직원은 회사의 소중한 무형자산이다. 인적 자본이 재무제표에 숫자로 표시되지는 않지만 제대로 된 회사라면 직원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안다. 구성원이 점차 성장하고 자기 역할을 하게 되면 회사에도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아는 회사는 직원에게 투자할 줄 안다.
반대로 직원을 부품처럼 여기는 회사는 결코 장기적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이런 회사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 연봉과 복리후생은 최소한으로 유지한다.
● 직원 교육훈련이나 역량개발은 돈 낭비라고 생각한다.
● 경영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
● 불만 있는 직원은 바로 내보내고 시장에 널린 인력을 저렴하게 다시 채용한다.
그러니 업종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어떤 기업에서는 대졸 신입 연봉이 10년 전 수준 그대로 머물러 있다.
심지어 수습이나 인턴 제도를 악용해 '잠시 써보고 버리는' 패턴을 반복하는 회사도 있다. 이런 회사라면 미련 둘 필요 없다. 빨리 나오는 게 현명하다.
회사가 직원을 어떻게 대하는지는 결국 오너와 대표이사의 철학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새 회사에 입사한 사람이라면 오너/대표이사가 평상시 직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말투는 어떤지 관찰하면 진심을 알 수 있다. '직원을 하인이나 노예 부리듯 하는가?', '직원을 존중하는가?', '화가 나면 감정을 그대로 폭발시키고 화풀이를 직원에게 하는가?' 그렇다면 오래 다닐 가치는 없다. 조용히 대안을 준비하자.
여러분이 오너/대표이사를 직접 상대할 일이 별로 없다면 두 번째 방법이 있다.
입사하자마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조건을 명확히 설명해 준다면 그 회사는 직원을 배려하는 회사다.
반대로 며칠, 심지어 몇 주가 지나서야 계약서를 내민다면 문제가 있다. 직원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전형적인 태도다. 다른 영역에서도 늘 이런 식으로 직원을 대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근로계약서의 연봉이나 근무 조건이 면접 때 서로 이야기했던 것과 다르다면? 당신에게 다른 말을 한다면? 그럼 더 볼 것도 없다. 그 순간이 바로 퇴사 타이밍이다.
세 번째는 사규와 경영방침을 읽어 보는 방법이다. 사규와 경영방침을 보면 그 회사의 철학이 보인다. 직원과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철학이나 가치관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창립한 지 얼마 안 된 중소기업이라서 연봉 수준이 낮고 복리후생 제도가 약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직원에게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양해를 구하고, 복리후생이나 제도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있는지 체크할 수 있다.
경영진이 회사 사정을 솔직하게 직원과 공유하고 양해를 구할 줄 아는 회사는 희망이 있는 회사다. 규모가 작아도 그런 회사는 직원과 함께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경영방침에는 대게 '인재경영' 또는 '사람이 자산이다' 같은 멋진 구호가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 안에 진정성이 있는지 보아야 한다. 경영진 말과 행동에 괴리는 없는지 살펴보자.
입사한 지 1년 이내 퇴사율이 높은 기업은 대게 직원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기업일 가능성이 크다. 직원들이 회사에 소속감을 가지지 못하고, 방황했을 가능성이 크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회사는 구성원이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기 때문에 성장성도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반대로, 회사가 어려울 때 직원에게 투명하게 설명하는 회사, 대표와 임원부터 솔선수범하고 흑자가 나면 직원들과 함께 나눌 줄 하는 회사라면 괜찮다. 믿고 다닐 만하다.
직원을 사람으로, 동료로,
같이 가는 '파트너'로 여기는 회사.
그런 회사를 만났다면 당신은 운이 좋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