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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들이여, 이런 회사는 오래 다닐 곳이 아니다

버티는 게 미덕은 아니다

by 업의여정

그만두는 게 좋은 회사 이야기, 2탄이다.


지난주 발행한 1편 '직원을 소모품 취급하는 회사'에 이어, 이번에는 그 외에도 신입사원이 오래 다니면 오히려 손해가 되는 회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신입사원들은 사회경험이 적기 때문에 처음 희망을 품고 입사한 회사의 문제점을 간파하지 못한다. "어디든 다 비슷하겠지", "조금만 참으면 나아지겠지"하면서 버티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구조적 문제가 심각한 회사라면 버티는 게 능사가 아니다. 커리어 관리와 정신 건강을 위해서 빨리 정리하는 게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첫 일터에서부터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거나 사회에 대한 불신을 배우게 되어선 안 된다.


1. 거짓말하는 회사


제 딸이 취업준비생 시절 겪었던 일이다. 입사면접 자리에서 면접관이 제시한 연봉이 채용 공고문과 달랐다. 딸이 당황하여 “회사가 공개한 연봉은 얼마로 알고 있는데요”라고 묻자, 그 임원은 인사담당자를 보면서 “그 금액으로 공고했어요?, 그건 잘못된 금액인데?”라며 얼버무렸다. 이후 면접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딸은 황당한 마음으로 면접장을 나왔다.


그 회사가 단순 실수를 한 걸까? 그런 실수는 해서도 안 되겠지만 십중팔구 취준생을 가볍게 보고 연봉을 적당히 조정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소중한 인력채용을 이런 식으로 하는 회사라면 평상시 직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경우도 있다. 입사하고 며칠 후 회사가 근로계약서를 내밀었다. 그런데 면접 때 이미 합의했던 연봉이나 복리후생보다 낮은 조건을 슬그머니 제시하는 경우다. 어이가 없지만 이런 일이 종종 벌어진다. 신뢰가 없는 조직에서 배울 것도 없다. 빨리 회사의 진심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2. 불법적인 일을 시키는 회사


직원에게 위법한 일이나 비윤리적인 업무를 시키는 회사가 있다. 본업 내용 자체가 문제인 회사도 있고, 영업활동을 불법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서류 위조, 리베이트, 분식회계, 개인정보 무단 취급 등. 경험이 적은 신입사원들은 불법인지도 모르고 일할 수 있다. 상사가 "회사에서 이건 다들 하는 거야"라고 하면서 당연한 듯 일을 시킨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다면 스스로 법적인 내용을 찾아보고 믿을 만한 선배에게 조언을 구해야 한다. 회사가 지속적으로 위법한 일을 지시한다면 빨리 그만두는 게 상책이다. 잘못되면 불법적인 회사에서 위법한 일을 했다는 꼬리표가 붙을 수 있다.


3. 자본 잠식되거나 재무구조 취약한 회사


꿈을 품고 입사했는데 얼마 안 있어 회사가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부도나는 경우가 있다. 그야말로 최악의 불운이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은행 대출이나 투자 유치를 곧 받을 거라고 말하겠지만 자금은 바닥나고, 더 이상 은행 대출 안 되고 주주들은 고개 돌리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든다. 신입사원은 성장보다는 생존을 걱정하게 되고, 이번 달 월급이 나올지 근심하는 지경에 다다른다.


이런 사태를 피하려면 입사 전 회사 재무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상장사라면 공시자료에서 최근 2~3년 재무제표를, 일반 회사라면 신용정보서비스를 통해 재무제표를 얻을 수 있다. 자본금, 부채비율 등을 살펴보자. 또한 블라인드나 커뮤니티를 통해서 월급이 밀린 적은 없는지, 구조조정이나 자본잠식 소문이 도는지 체크해야 한다. 회사가 이미 무너지고 있는데 그 속에 들어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4. 오너 개인사업처럼 운영되는 큰 구멍가게


회사가 제법 규모가 있더라도 구멍가게처럼 운영되는 회사들이 있다. 회사 밖에서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들어가는 순간 바로 보인다. 오직 오너 생각과 감정에 따라서 의사결정이 바뀌고, 모든 임직원이 오너만 쳐다보는 회사다. 제대로 된 사규도, 시스템도 없다. 오너가 결정하면 그게 곧 법이다.


물론 주식회사에서 대주주 오너가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경영권을 행사하고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바람직한 회사라면 전문 경영인과 임원, 그리고 팀장급 직원들에게 적절하게 권한을 위임하게 마련이다. 여기서는 권한위임이 전혀 없는 회사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


이런 회사는 경영/업무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직원들이 배울 게 없다. 건전한 조직문화를 경험해보지도 못하고 조직에 대한 불신만 쌓이게 된다. 오래 근속한 상사들은 오너 눈치를 보며 일하는 시늉만 한다. 회의는 침묵으로 가득하고 상사는 부하직원의 멘토가 되지 못한다.


5. 직원 적성과 커리어에 무관심한 회사


입사 때 하려고 했던 업무와 너무 다른 일을 시키거나, 업무 조정을 건의해도 묵살당한다면 심각한 신호다.


상사는 “일단 지시하는 일이나 잘하라”, “나중에 업무조정 기회가 있는지 지켜보자”는 정도로 말한다. 이런 반응이 단지 특정 상사의 스타일인지, 아니면 회사 전체의 분위기인지 파악해야 한다. 회사가 직원의 커리어 성장에 관심이 없다면 미래가 없다.


회사가 채용할 때 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이고, 어떤 부서에 배치할 것인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면 문제다(물론 직원도 그때 자기 업무역할을 자세히 물어봤어야 한다). 계속 다니더라도 자기 발전과 커리어 문제 때문에 퇴사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빨리 이직을 검토하는 게 미래를 위해 올바른 선택일 수 있다.




신입사원이 빨리 떠나는 게 좋은 회사 유형 5가지를 살펴보았다.


어렵사리 입사한 회사를 그만두면 주변에서 말들이 많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질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질책을 무심히 넘겨버려야 할 때도 있다.


"배가 불렀다."

"인내심이 그렇게 없어서 사회생활 어떻게 하려고 그래?"

"경력관리 잘하려면 3년은 버텨야지."


하지만 정말 이상하고 비전 없는 회사라면 몸과 마음의 상처를 입기 전에 나오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잘못된 회사를 선택했다고 너무 자책할 필요도 없다. 세상엔 이상한 회사가 정말 많다. 저도 그런 적 있는데 경력을 많이 쌓은 후에도 실수를 저지른다. 그리고 그런 경험도 돌이켜보면 쓰지만 몸에 좋은 약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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