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받는 직장인은 상사를 관리한다
회사생활이 만만치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성실하게, 열심히, 일을 잘한다고 해서 항상 꽃길이 보장되는 건 아니라는 데 있다.
조직생활은 누구에게나 예상치 못한 장애물과 막다른 골목, 울퉁불퉁 험지를 맛보게 한다. 모둠 3종세트다.
그럼 회사에서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비교적 수월하게 평탄한 길을 걸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상사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
조직에서 나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는 사람은 직속상사와 차상급상사(직속상사의 상사)다. 이 사람들은 나에게 곧 조직이고, 회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내가 매일 보고하고 지시받으며 함께 일하는 직속상사는 가장 중요한 핵심 인물이다.
인사평가는 보통 직속상사와 차상급상사가 2단계로 진행하지만, 차상급상사의 평가는 상당 부분 직속상사가 평소에 나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달려 있다. 결국 직속상사가 키맨이다.
그렇다면 상사에게 인정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면 되지 않나요?”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많다. 그것은 필요조건일 뿐, 상사에게 인정받기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다.
상사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상사를 만족시켜야 한다.
그리고 상사를 만족시키는 방법이 바로 ‘상사관리’다.
'상사관리'라는 말을 처음 듣는 분들은 자칫 오해할 수도 있고, 불편해할 수도 있다.
“상사에게 아부하라는 말인가?”
“비위 맞추라는 뜻 아닌가?”
또는 "부하직원이 어떻게 상사를 관리할 수 있나?" 같은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상사관리는 그런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마케팅 기본 개념을 잠시 떠올려보자.
회사가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제품이나 서비스 품질이 좋아야 하고, 동시에 고객의 니즈(Needs)를 충족시켜야 한다. 그래서 기업은 타깃 고객의 성향을 분석하고, 시장을 세분화해 공략 지점을 찾는다.
우리는 이 논리를 상사에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왜냐하면 상사는 우리의 최대 고객이기 때문이다.
상사가 나에게 만족한다는 것은, 내가 제공하는 ‘업무 서비스’에 만족한다는 의미다. 그 만족은 다음 중 하나, 또는 두 가지가 동시에 충족될 때 만들어진다.
● 내가 제공한 결과물의 품질이 우수할 때
● 상사가 필요로 하는 시점에, 가려운 곳을 긁어 주었을 때(니즈를 충족시켰을 때)
상사관리는 바로 이 지점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행위다.
상사관리는 상사에 대한 관심과 세심한 관찰을 통해 그의 성향과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상사의 일하는 방식, 선호하는 보고 방법, 의사결정 속도, 현재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제 등을 읽어내고 그에 대처하는 능력이다. 부하직원이 상사 성향과 니즈에 맞추어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이런 행동이 쌓이면 상사는 점점 부하에게 신뢰를 느끼고, 중요한 일을 맡기게 된다. 이것이 상사관리의 핵심적 내용이다.
제 저서『꼴 보기 싫은 상사와 그럭저럭 잘 지내는 법』에서 저는 상사관리를 이렇게 정의했다.
“상사관리란 부하직원이 상사로부터 신뢰를 얻고 인정받기 위하여 취하는 선제적 행동으로서 상사의 특질과 니즈를 파악하고, 상사에게 적시에 필요한 니즈를 충족시켜 주는 행동이다.”
예를 들어 보자.
당신의 상사가 최근 인도네시아 신사업 추진에 집중하고 있고, 경영진에게 빨리 보고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가정해 보자. 또한 그는 성격이 급하고, 문서보다 구두보고를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 인도네시아 시장조사를 지시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사관리를 잘하는 직원이라면 다른 업무보다도 이 과제의 우선순위를 바로 높일 것이다. 1차 시장조사를 최대한 빠르게 진행한 뒤, 완벽한 보고서를 만들기보다는 핵심만 정리해서 신속하게 구두보고할 것이다. 상사를 만족시키는 맞춤 행동이다.
상사는 당신의 빠른 정보 제공에 만족하고, 그 정보를 토대로 경영진 보고 방향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영진에게 보고할 사업계획서 작성 단계까지 함께 논의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경험이 몇 차례 반복되면 상사는 당신을 이렇게 인식하게 된다.
"이 직원은 내 성과와 우리 팀 성과에 크게 기여하는 사람이다."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사람이야".
이 순간부터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는 수직적 주종관계가 아니라 상호 의존적이고 생산적인 관계로 발전한다. 대등한 관계로 서서히 발전해 가는 것이다.
부하직원은 항상 상사의 영향력 아래에만 있는 존재가 아니다. 상사관리 전략을 통해 부하직원도 상사에게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것은 아부와는 전혀 다르다.
상사를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의 문제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상사에 대한 객관적인 관찰과 이해다.
많은 직장인이 상사를 일부러 멀리 하고 상사에게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한다. 상사를 스트레스 요인으로 인지하고 회피하려는 심리가 있어서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본인에게 손해로 작용한다. 상사관리를 도무지 시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는 태도는 기본이다.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조직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상사관리 전략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일상에서 상사에게 조금 관심을 가져보자. 상사관리를 조금씩 실천하다 보면 상사와의 관계는 서서히 달라진다. 그것은 사적 친밀감이 아니라, 상호 생산적인 관계를 의미한다.
회사가 '고객 만족'을 목표로 삼듯, 직장인은 '상사 만족'을 전략적 목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당신이 상사관리를 시전할 수 있다면, 직장인 상위 10%에 속하는 고수가 될 수 있다. 험난한 회사생활이 조금은 수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