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 설 Mar 13. 2023

석혼식

벌써 10년

 2013년 4월 14일 서울은 새벽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은 내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올해는 우리 부부 결혼 10주년이 되는 해다. 10년 전, 신혼여행지에서 10주년 되는 해에 여길 다시 오면 의미 있겠다 싶어 서로 다시 오자 약속했지만, 현실은 시간적 여유가 없다. 또, 비행기로 편도 12시간이 넘는 거리를 일반석으로 아이들과 함께 가기에는 체력적으로도 한계가 있을 터였다. 그렇다고 프레스티지석을 타기에는 인당 좌석이 왕복 8백만 원에 육박하니 여행지를 옮길 것이냐, 10주년 여행을 포기할 것이냐를 놓고 남편과 6개월 전부터 고민에 빠졌었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     


발리를 프레스티지석으로 가자!     


 휴양지 중에서 아이들과 가기에 적당한 비행시간과 프레스티지석을 예약했을 때 비용적 부담을 고려했을 때 우리 부부의 마지노선이었다. 대신 남편의 로망이었던 대형 세단 자동차 계약을 포기했다. 올해 계획 중에 ‘카푸어 되지 않기’와 ‘온 식구 해외여행 가기’가 모두 성사되는 순간이다. 급히 항공권을 예약하고-프레스티지라서 네 식구가 뭉쳐서 앉아갈 수 있는 좌석을 찾기 힘들었다.- 회사에 양해를 구했다. 날짜는 5월 12일 출국. 숙박과 일정을 짜고 큰아이에게 얘기했다.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반응에 놀라웠다.     


 “그럼 규랑이는?”     


 이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반응은 내 아이여서일까.     


 “규랑이도 호텔에 갈 거야. 고양이 호텔.”     


 그제야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주는 큰 아이. 2019년 태교 여행을 마지막으로 몇 년 만의 해외여행인지 모른다. 발리는 처음이라 준비할 것도 많지만 그날이 기다려지는 건 10년 전 신혼여행에서 느꼈던 설렘과 다르지 않다. 여행은 내가 상주하던 곳에서 멀리 떨어지는 휴식이다. 그 휴식에서 풋풋했던 사랑의 설렘을 담아 올 수 있을까. 우리 부부는 벌써 연애 7년, 결혼 10년을 함께 가고 있는 이성 친구다. 다시 10주년을 기다리며...     

작가의 이전글 식구가 늘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