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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 설 Mar 27. 2023

손에 새겨진 운명선

일자손금입니다

 

일자손금 또는 원숭이손금 또는 막쥔 손금은 손금의 하나이다.
감정선과 애정선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흔히 생각이 많은 편에 속하며,
그로 인하여 종종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보통은 머리 회전이 빠르고
비상하기 때문에 사업가 체질로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며,
대표적인 일자손금 유명인으로는
고 정주영 회장과 탕웨이, 태양 등이 있다.
『위키백과 ‘일자손금’』 中     

 

 내 손바닥엔 특이한 손금이 새겨져 있다. 일자손금인데 일명 막쥔 손금이라고도 한다. 초등학교 때까지도 모르고 살다가 사춘기에 접어들고서야 알았다.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 앞에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줄지어 있던 철학관 중 가장 큰 글자로 〈손금, 관상〉이라고 쓰여 있는 천막 안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작지만 온기가 있는 그곳은 딱 봐도 ‘나 관상가요.’라고 말하는 듯한 외모의 선생이 등을 굽힌 채로 우리 일행을 반겼다.     

 

 “학생, 막쥔 손금이라고 알아? 이 손금은 안 봐도 성공할 팔자라고들 하지. 공부 잘하겠구먼.”

 “아니요. 못하는데요?”

 “걱정하지 마. 공부는 못해도 성공한 인생을 살 거니까.”

 “그래요? 감사합니다.”     


 사실 관상가가 했던 말 중에 일치하는 부분은 하나도 없었다. 다만 기억에 오래 남는 이유는 막쥔 손금이 일행 중 나뿐이었고 다음날 학교에서 학급 친구들을 만났을 때도 반 전체 학생 중에도 내가 유일했었기에 그때의 작은 천막을 아직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음, 그래서 지금 난 어떻게 사냐고? 대출 없는 남편 명의 집, 대출 없는 내 명의 집을 갖고 있고, 그 부동산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월급쟁이 워킹맘이다. 다만 주관적인 행복지수가 높아서 나름대로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가끔 선망의 대상을 질투도 해보며 꿈을 키우는 야심도 갖고 있다. 이 정도면 인간으로서 성공했다고 봐야 할까?     


 나는 아직도 내 길에 자신감이 없거나, 중대한 결정이 힘들 때 사주를 본다. 타로도 좋고, 신점, 철학, 관상, 손금 무엇이든 좋다. 그렇다고 그것들이 내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내 결정에 용기가 필요하기에 운명을 점치는 것이다, 나 자신에게 확신이 없을 때.      


 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내가 가려는 길이 이 길이 맞을까, 나의 노년은 행복할까. 사람들은 앞으로의 일을 궁금해한다. 운명 중에서도 대운은 10년마다 바뀐다고 하는데 국어사전이 정하는 ‘운명’의 정의를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 운명이란 사실 처음부터 없을지도 모른다. 주기적으로 바뀌는 게 무슨 운명이라고. 운명은 어쩌면 스스로가 개척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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