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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 설 Jan 05. 2023

태몽

복권 사재기

 신기했다, 꿈이 너무 신기했다. 활활 타오르는 초가집 앞에서 나를 포함한 성인 세 명과 어린아이 한 명이 똑바로 서서 손뼉을 치고 있었다. 꿈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얇고 기다란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를 낀 채, 너무 행복해하는 내 모습, 이것이 두 번째 꿈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 꿈은 처음 보지만 귀엽게 생긴 남자아이와 손을 잡고 한가로이 산책하는 꿈이었다. 세 가지 꿈의 공통점이 있었으니, 내가 임산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난 삼일 연속의 이 기분 좋은 꿈에, 복권 명당을 찾아가 복권을 샀다.      


 “20장이요.”

 “허허, 좋은 꿈 꾸셨나 봐요. 대박 나세요.”     


 호기롭게 복권을 구매한 5월 첫 번째 주말, 난 8시 뉴스 보며 숫자를 하나하나 맞춰보기 시작했다. 이럴 수 없다며 두 번, 세 번 다시 맞춰본다. 무슨 생각으로 스무 장이나 구매했는지, 맞춰보는데 만도 십 분은 거뜬히 넘겼다. 하지만 진짜 한 장도, 숫자 2개 이상을 맞은 게 없었다. 분명 길몽인데, 복권 명당인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적당히 사지. 20장씩이나 샀어?”

 “분명히 꿈이 대박이었어.”     


 꿈에 배신당한 기분에 잠들기도 싫던 주말을 넘기고 월요일, 회사 직원들에게 억울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실장님께서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한다.     


 “복권 명당이 아니고 산부인과를 가야 할 것 같은데? 태몽 같지 않아?”     


 그 길로 난 산부인과로 향했다.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후 3주 만이었다.   

 

 엄마는 내 태몽으로 황소 꿈을 꿨다고 하셨다. 윤기가 흐르고 빛이 나서 너무나 눈부신 황소였다고 태몽 이야기를 하실 때마다 감탄하셨다. 황소, 일하는 소. 어쨌든 그 시대에 밭일을 책임지는 소. 그래서 일을 지금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는가 싶다. 일 하면서 빛이 나면, 내가 하는 일도 빛이 나야하는데 그래서 일 잘 한다고들 하나보다. 하지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건 '글 쓰는 일'이다. 글 쓰는 노동자로 살고 싶다. 빛나는 글을 쓰는 전설로 남는 작가가 되고 싶다. 나도 가끔 엄마와 마찬가지로 아이의 태몽이야기를 한다. 그때마다 듣는 이들은 놀란다. 큰 사람이 될 길몽이라고. 태몽에 흉몽은 없다. 꿈이란 해석하기 나름이라지만 태몽에 흉몽이 없는 건 처음부터 나쁜 사람은 없다는 깊은 해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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