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뒤편 산책로
양가로 나무가 빼곡하게 자라
쭈욱 뻗은 길을 늘 좋아했는데 말이야
초 중 고 대학생 그리고 이십 대 중반까지
뺀질나게 드나드니까
한편으로는
뭐랄까 평생 이 동네에
들러붙어가지고
뻔한 풍경화의 배경처럼 남을 것만 같아
기를 쓰고 도망쳤거든
결국엔
어느 곳에 속 할 틈도 없이
이리저리 차이다
이곳저곳 나를 떼어주다
한참을 빙빙 돌다
그러다 그러다 그러다
언제 일지모를 내 순번만을 기다리다
그러다 그러다 그러다
겨우 껍데기만 챙겨 돌아왔어
너는 참 속도 없지
그런 웃는 얼굴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