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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는 마음 Nov 11. 2022

전시회 '나의 첫 창작일지'에 참여하고



조금 더 빨리 포스팅을 했어야 하는데 요즘 영문법 책을 집필 중인 관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포스팅을 이제야 올립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산하인 SeMA창고라는 전시실에서 11월 1일부터 11월 16일까지 열리는 미술 전시회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명신 큐레이터님의 기획으로 전문 작가가 아닌 평범한 일반 시민들이 미술 작품(시각예술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미술과 자신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경험하고 내면의 성찰과 느낌, 아픔과 욕구를 미술을 통해 외부와 소통하고 승화하는 과정을 함께 기록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교사를 하고 있지만 어릴 적부터 화가의 꿈이 있었던 아내에게 프로젝트에 대한 제안이 먼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나머지 4분의 일반 시민 작가님들과 함께 큐레이터님과 멘토 교수님들의 지도에 따라 여러 미술 전시회를 관람하고 기존의 미술에 대한 관념을 재정립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 작가님의 작품에 깊은 인상과 영감을 받습니다.



그 작가님의 아버님께서 예전에 국전에 응모했지만 번번이 낙선하셨다고 합니다. 그런 자신의 아버지의 작품들을 한 데 모아놓고 아버지의 인생 이야기를 묘사하며 아버지의 작품들을 같이 전시하는 프로젝트를 관람한 아내는 이미 유명을 달리한 시동생의 작품을 이번 기회에 자신의 작품과 같이 전시하면 뜻이 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동생은 미대를 졸업한 판화가 겸 화가이고 많은  유작을 남겨 놓고 뜻밖에 세상을 먼저 떠났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저에게 동생의 작품을 전시할 아이디어를 같이 생각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동생의 작품에 유달리 개가 자주 등장하는 데 착안하여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 개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쓸쓸하고 외로워 보였는데 그들은 고향별로 돌아가기를 갈망하는 외계인들이라고 설정했습니다. 푸른 지구별을 동경하여 지구로 왔으나 우주선이 고장 나 자신의 별로 돌아갈 수 없어 지구에 정착하게 된 외계인들. 그들을 '차차 성인'으로 명명했습니다. 동생의 작품에 서명이 'chacha(차차)'로 되어있는 것을 보고 그들을 '차차별'의 '차차 성인들'로 부르게 된 것입니다.



지구별에 착륙하는 차차 성인


향수 - 차차 정착민들 (Homesickness - Chacha settlers on Earth)


지구의 팍팍하고 경쟁적인 삶에 원래 낙천적이고 재미를 추구하던 차차 성인들은 본래 모습을 잃어가고 점차 삶에 찌 들립니다. 그들도 지구인처럼 무미건조하게 삶을 소모하며 생기를 잃어갑니다. 그때 차차 성인들의 슈퍼히어로인 차차는 그들을 구하기 위해 지구에 옵니다. 그리고 지구의 가치를 알아본 차차는 차차 성인들을 모아서 지구에 혁명을 일으킵니다. 지구를 우울하게 만드는 모든 것들을 쳐부수기 위해 진격하죠. 결국 새 세상이 도래하고 새 세상을 위한 협주곡을 차차가 지휘하며 작품이  마무리됩니다.



차차 성인들의 눈에 비친 지구인들


차차 성인들


질주하는 차차



피터팬 같던 동생의 시각에서 현대인의 무미건조한 삶을 바라보고 마치 판타지나 동화처럼, 우울한 모든 것을 단번에 뒤엎어 모두가 즐거워하고 재미있게 살 수 있는 이상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기존의 동생의 판화와 회화 작품에 덧붙여 제가 입체 조형물과 설치물을 제작하여 입체적인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전체 작품이 하나의 세계관을 가진 하나의 작품처럼 보이길 바랐습니다.













질주하는 차차



조화로운 세상을 위한 협주곡(feat.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


오시면 저와 동생의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4분의 시민 작가분들의 작품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님이신 이덕주 교수님은 과거에 실험 도중에 예기치 않게 실수로 찍혀 나온 파동이 굉장히 아름다운 무늬를 만든 것을 보시고 영감을 받아 작품을 만드셨습니다. 인생의 결함이나 고통으로 보이는 것도 아름다움일 수 있고 이는 물질과 비물질 모두에 적용되는 세상의 이치라는 점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으셨다고 합니다.



이덕주 교수님의 '생명의 파동'



청년사업가인 박가영 작가님은 어린 시절부터 미술 작가가 꿈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한 사업 초기 시절의 추억이 어린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고 여태껏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쌀로 만든 케이크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성공한 사업가이지만 그 시절의 사랑과 열정, 꿈이 담긴 물건들을 자신의 영원한 명품으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예술 작품 '영원한 명품'을 선보입니다.



박가영 작가님의 '영원한 명품'


사랑받지 못했다는 생각과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러브로라 조한영 작가님은 암과의 지난한 투병 끝에 병을 극복하고 오랫동안 원망의 대상이었던 아버지와의 화해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힘을 깨닫게 됩니다. 이제 사랑을 믿고 사랑의 힘을 전파하고 싶은 뮤지션이기도 한 조한영 작가님은 사랑의 진동수인 639헤르츠의 파동을 캔버스 위에 뿌린 석채에 스피커로 보내어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 냅니다. 사랑을 시각화하는데 성공한 이 작품의 이름은 '사랑의 모양'입니다.





러브로라 조한영 작가님의 '사랑의 모양'



통합치유 심리상담가로 앞만 보고 달려온 윤혜정 작가님은 일신 상의 변고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의 여정을 하나의 그래프로 나타내며 삶의 중요한 순간에 느꼈던 감정들을 부분적으로 그림으로 담아내고 어두운 감정에서 빠져나오는 치유의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번 전시회에서 관객들도 작가님이 제시하는 방법에 따라 자신의 힘들었거나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그림으로 나타내며 치유를 경험하게 하는 관객 참여 프로그램이 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결국 작가 자신의 작품과 관객 참여 작품이 하나가 되어 윤혜정 작가님의 작품 '삶을 그리다'가 완성됩니다.



윤혜정 작가님의 '삶을 그리다'


요즘 전시회가 진행되는 서울혁신파크 안의 세마창고 주변은 가을 단풍으로 아름답게 수놓아지고 있습니다. 11월 16일 저녁 7시까지 진행되는 전시회 '나의 창작일지'에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한 번 들러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작품 감상과 함께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작품들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는 관객분들도 계서서 작품을 만드는 그동안의 여정이 새삼 보람되게 느껴졌습니다. 평범한 시민 작가들이 만든 자신의 인생과 꿈을 표현한 작품을 통해 공감하고 힐링하시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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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가 진행 중인 세마창고 앞


참고로 세마창고가 위치한 서울혁신파크는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은 주차가 무료이고 평일은 주차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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