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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니 May 05. 2023

어부의 요새 계단산책길

우리는모두아이였다.

어부의 요새는 적당한 오르막이 있고 

올랐을 때 페스트지역이 한눈에 보이는 경치가 볼만하다.

인생사진 스팟이 있어 늘 사람들로 북적이고 

스타벅스가 자리잡고 있어

접근하기 쉬운 산책코스로 어부의 요새를 종종 택했다.




그날도 산책을 갔다가 계단을 내려오는데

내 앞의 부부와 유모차에 탄 아기를 말끄럼히 쳐다보게 되었다.


3층정도의 계단을 내려가야만 하는 계단길

디럭스 유모차에는 돌 조금 지난 아이가 자고 있다.

부부는 그 유모차를 함께 들어 내려가는 방법을 선택한 모양이다.

계단을 한단 내려갔다가 쉬고 한단 내려갔다가 쉬고 가쁜숨을 몰아쉰다.

아이 부모의 표정이 자동차를 들고 옮기는 것 처럼 어둡다.



나라면 어땠을까?

애는 안고 남편에게 유모차를 접어서 가자고 하지 않았을까?

설마, 저 부부가 그걸 몰랐을까? 

아이가 곤히 잘 수 있도록,

아이가 깨우지 않기 위한 선택을 한 것이 아닐까?


멀리서 보면 오동통 말랑말랑한 팔다리를 가진 삼등신 아기천사를 키우는 행복한 가정이지만

그 안에서의 삶이 얼마나 고단할지 알기에 눈길을 뗄 수 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두 손 가득 커피배달만 아니었더라도 달려가서 저 유모차 함께 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은편 저쪽에서 배낭하나 멘 서양인 여행객이 계단을 올라온다.

그 부부를 바라보는 나를 보면서 그놈이 말한다.


"이래서 내가 애 낳을 계획이 없어"



이놈아!. 너도 그렇게 컸다.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영어가 짧아서 말보다 표정으로 답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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