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모두아이였다.
어부의 요새는 적당한 오르막이 있고
올랐을 때 페스트지역이 한눈에 보이는 경치가 볼만하다.
인생사진 스팟이 있어 늘 사람들로 북적이고
스타벅스가 자리잡고 있어
접근하기 쉬운 산책코스로 어부의 요새를 종종 택했다.
그날도 산책을 갔다가 계단을 내려오는데
내 앞의 부부와 유모차에 탄 아기를 말끄럼히 쳐다보게 되었다.
3층정도의 계단을 내려가야만 하는 계단길
디럭스 유모차에는 돌 조금 지난 아이가 자고 있다.
부부는 그 유모차를 함께 들어 내려가는 방법을 선택한 모양이다.
계단을 한단 내려갔다가 쉬고 한단 내려갔다가 쉬고 가쁜숨을 몰아쉰다.
아이 부모의 표정이 자동차를 들고 옮기는 것 처럼 어둡다.
나라면 어땠을까?
애는 안고 남편에게 유모차를 접어서 가자고 하지 않았을까?
설마, 저 부부가 그걸 몰랐을까?
아이가 곤히 잘 수 있도록,
아이가 깨우지 않기 위한 선택을 한 것이 아닐까?
멀리서 보면 오동통 말랑말랑한 팔다리를 가진 삼등신 아기천사를 키우는 행복한 가정이지만
그 안에서의 삶이 얼마나 고단할지 알기에 눈길을 뗄 수 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두 손 가득 커피배달만 아니었더라도 달려가서 저 유모차 함께 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은편 저쪽에서 배낭하나 멘 서양인 여행객이 계단을 올라온다.
그 부부를 바라보는 나를 보면서 그놈이 말한다.
"이래서 내가 애 낳을 계획이 없어"
이놈아!. 너도 그렇게 컸다.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영어가 짧아서 말보다 표정으로 답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