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hoon Apr 22. 2022

날이 좋을 때 실컷 다녀보자

날은 밝지만 곧 저물기 마련이기에


01. 홍상수 <소설가의 영화>


<소설가의 영화>, 홍상수 (2022)


마지막 장면,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배우가 어머니(로 추정되는)와 함께 어느 공원에서 핸드폰 카메라로 흑백 영상을 담다가 이 영화가 시작되었나 보다(이후 그녀의 말을 듣고 컬러로 꽃을 담는다). 이 공원에서 영화를 찍으면 좋겠다고(이 대사는 영화에서 반복된다).​


이번 영화는 감독의 다른 영화들보다 더욱 개인적고 아름답게 본인의 영화에 관한 이야기와 재능을 썩히고 있다는 배우 김민희가 아닌 그저 예쁜 사람인(뚫어져라 그녀를 쳐다보는 아이의 시선처럼) 사람 김민희에 관한 시선을 드러낸다.​


술이 좋다고(그러나 <그 후>에서 부터 <강변호텔><당신얼굴 앞에서>까지 죽음이 드리운 것의 연장인 듯 건강이 중요하여 술을 자제하자 한다), 의사를 믿지 말아보자고, 사람들이 먼저 있고 그 이후 글이 써진다고, 300번 정도 영상을 보며 열정적으로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이 지나가기 전에 글을 써보자고, (본인의)영화가 취향만 맞으면 좋아할거라고, 전과는 다른 영화를 찍고 있다고, 돈과 유명세가 중요한게 아니라고, 카메라로 담을 때 그 앞의 배우들이 편안한 환경에서 진짜를 보여주게 만들자고(이를 연기하고 있는 이혜영 배우가 홍상수 감독의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것이 메타적으로 느껴진다). 누구든지(시인, 작가 혹은 영화 감독) 정말 팬이라고 말하는 어린 여성의 말을 듣고 어이 없는 듯 웃는 작가까지.



홍상수 감독의 개인적인 영화 중 다른 영화들보다 (그의 말대로)가장 맑고, 깨끗하고, 아름답게 담으려 노력한 점이 드러난다. ‘날은 밝지만 곧 저문다(죽음이 찾아올 것이다). 날이 좋을 때 실컷 다녀보자’ 라는 이혜영 배우의 반복되는 수화처럼 모두의 삶은 밝고 아름답다. 어떤 말로도 아름다운 타인에게 피해 끼치지 않게 건강하게 살아보고 싶다. 이전작에서 죽음이 두려워 보인 듯한 그였다면 이제는 과정(날, 삶)을 예찬하는 것만 같다(꽃으로 엮어 만든 부케와 함께하는 김민희 배우와 카메라를 든 홍상수 감독).

이번 관람은 <도망친 여자> 속 에무시네마였다. 다음에는 <소설가의 영화> 속 라이카 시네마로 떠나 봐야겠다. 옥상은 얼마나 예쁜 것일까?


작가의 이전글 지나간 시간과 선택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