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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공 Oct 18. 2020

[서평] 설민석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 500년과 27명의 왕

  말을 잘하는 것과 글을 잘 쓰는 것의 상관관계를 단언할 수는 없지만, 말을 잘하는 사람이 좋은 글을 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었다. 500여 년의 조선사를 한 권의 책으로 간략하면서도 분명하게 보여준다. 방대한 자료 속에서 핵심 정보를 추려내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조선 왕조의 역사를 매끄러운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설민석, <조선왕조실록>, 세계사


 책은 ‘조선왕조실록’의 편찬과정과 역사적 의의를 설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조선왕조실록’을 단순히 조선 역사의 기록물이라고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조선왕조실록’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한다.

    

  역사책을 읽을 때 눈여겨보는 점은 책이 독자를 얼마나 많이 배려하고 있는가이다. 몇백 년 혹은 몇천 년의 이야기를 단행본으로 압축해서 엮어내다 보니, 역사에 대한 배경 지식이 충분하지 못한 독자에게는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가 역사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은 독자 친화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본격적인 조선 왕조의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서 고려 말, 혼돈의 시대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조선 건국의 배경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 점. ‘권문세족’ ‘신진사대부’ ‘신흥무인세력’과 같이 조선 건국 이후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부분을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다.

     

  더불어 왕실의 계통을 가계도를 통해 도식적으로 제시한 점 또한 만족스럽다. 조선 왕조의 역사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는 왕과 정실부인, 후궁, 그리고 그녀들의 자녀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점이다. 조선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복잡한 혈연관계 속에서 이해해야만 하는 독자에게 왕실의 가계도는 큰 도움이 된다.

     

  책 읽는 재미를 한층 더 쏠쏠하게 만드는 것은, 현대의 지명과 유적지, 명승지에 숨겨져 있는 조선사 이야기이다. 압구정, 잠실, 청령포 등 익숙한 지명이 품고 있는 사연은 책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다.

     

  조선사는 영화, 드라마, 소설에서 모티브로 자주 차용되고 있다. 실제로 ‘왕의 남자’, ‘관상’, ‘광해, 왕이 된 남자’와 같이 걸출한 작품들이 조선의 역사를 배경으로 탄생하기도 했다. 그동안 조선사에 대해 잘 몰랐던 분이라면 책을 읽고 조선의 역사가 어떻게 영상화되었는지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설민석 작가도 그 부분을 염두에 두었는지, 책의 마지막에는 조선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 목록을 추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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