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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크 Jan 12. 2023

옷장사 이야기

3화. 29살의 가을 정말 옷가게 사장이 되다.

당시 나는 돈도 부족했지만 미술품이 돋보이는 갤러리처럼 인테리어는 최대한 단조롭게 하고 싶었다. 대신 옷이 돋보일만한 페인트색에 집중했다.

인테리어 하시는 분과는 내가 원하는 색의 농도를 찾을 때까지 자잘한 신경전이 있기도 했다.

때때로 인테리어 현장을 지키다 음식점을 쪼개 같이 계약을 했던 옆 가게 사장님과 마주쳤다.

옆 매장 사장님은 나보다 예닐곱 살쯤 많고, 날씬한 몸에 날카로워 보이는 눈매였다. 옷가게 경력도 꽤 있는 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젊은 날의 패기였을까? 그분의 카리스마도 이력도 부담스러웠지만 나를 믿어 보기로 했다.

시간은 흘러 마침내 2019년 9월의 첫 주 금요일에 나는 옷가게를 오픈하게 되었다.


시작이 좋았다.

나만의 색과 감각을 매장에 담고 싶어 시장조사 면목으로 다른 보세 옷가게를 구경하지 않은 건 신의 한 수였다. 고객들은 그동안의 보세의류 매장과는 다른 분위기의 옷들을 보며 브랜드냐 묻기고 했고, 유행스럽지 않고 세련돼 보이는 내가 선택한 옷들을 알아봐 주었다.


옆 매장과 다른 분위기의 인테리어도 한몫했다.

베테랑이었던 사장님은 과감히 인테리어에 투자했고, 그만큼 옆 매장의 분위기는 많이 고급스러웠다.

한편 상대적으로 고급보다는 심플한 나의 매장에 고객들은 더 쉽게 유입이 되었고, 다행히 그동안 명품관과 동대문을 누비며 나름의  공부를 한 것들이 결과로 나타나듯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 부분에 대해선 나중에 따로 글을 쓰겠지만 단순히 옷을 잘 입는 것과 장사는 다르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옷 좀 입는다고 생각하면 옷장사를 쉽게 시작한다는 걸 알고 있기에..)

나의 매장에서 산 옷들은 거리에서 잘 겹치지 않았으며 소재 또한 좋았기에 신상품이 들어오는 날엔 줄을 서기도 했다. 나는 동대문에서 비슷한 디자인이면 비싸더라도 늘 소재가 더 좋은 걸 선택했다.

장사 풋내기 매장에 고객들이 북적 대자 옆 매장의 옷들은 더 중구난방 갈길을 잃어갔다.


이런저런 정황들이 장사가    있게  주었지만, 그만큼 점점 할 일이 쌓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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