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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크 Jan 10. 2023

옷장사 이야기

2화. 유학을 떠난 롤 모델, 옷 가게 오픈을 앞둔 나

h 옷가게 제안 이야기를 들은  나는 사장이 되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일을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멍하니 잠을 청하고 있을 때도...


그러던 어느  h 고수익을 보장해 주던 브랜드의  마스터 일을 그만두고 유학을 가겠다고 한다.

h 이미  년에 걸친 마스터 생활로 가족이 월세를 내지 아도 되는 아프트를 마련했고, (십 수년이 지난 이야기로 지금의 아파트 가격과는 거리감이 있다.)

늦은 공부를 계속하던 여동생도 얼마 전 취업을 했다고 한다.

늘 검소한 생활로 유학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저축은 되었을 거라 짐작이 되었다.

당시 잘 나가는 샵 마스터들의 상징과도 같던 명품 백 하나도 h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더 늦기 전에 나 다운 삶을 찾고 이제는 돈 버는 기계와 같은 삶에서 벗어나 영어공부를 더 이어서 하고 싶다고 했다. 대단히 의미 있는 결정이면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고수익 은 억대 연봉을 의미했고, 그 자리를 탐내던 브랜드 마스터 들은 주변에 차고 넘치게 있었기 때문이다.

h의 그런 용기 있는 결정은 내 마음을 더욱 울렁이게 만들었다.

곧 서른이 되는 나는, 내 삶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h처럼 나도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나의 삶을 찾겠다며 퇴사를 결정한 h가 유학 준비로 한창 바쁜 사이 나도 내 미래에 대해 진지 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향하던 길, 눈에 들어온 부동산에 발길이 멈췄다.

부동산을 충동적으로 들어가리라곤 생각지 못했는데 그날은 웬일인지 그러고 싶었다.

부동산엔 인상 좋은 중년의 남자 한분이 계셨다. 나는 주변 시세와 옷가게 상권에 대해 물었다.

그 거리엔 음식점들이 즐비해 있었고 옷 가게는 단 하나도 없었다.

중년의 남성은 마침 음식점을 하던 한 상가가 비워질 것인데 평수가 넓어 만약 옷 가게를 하려면 두 개로 쪼개야 하고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고 한다.


그날 퇴근시간이 되기 전에 부동산에서 연락 왔다. 다른 사람도 옷가게 자리를 보러 왔고, 아까 말한 그 상가를 나눠서 계약을 해보자 고 한다. 옷가게를 하라는 신의 개시라도 받은 듯 나는 한걸음에 덥석 계약금을 넣으러 갔다.

큰 사고를 친 것 같았지만 설레었고 두렵지만 신이 났다.


나는 어쩌면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예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에게 " 너는 재능이 있으니 회사를 그만두고 옷 가게를 해봐"라는 말을 들은 후부터 내가 옷 가게를 하는 상상을 여러 번 해봤기에 결정이 쉽기도 했던 거 같다.


다음날 사표를 냈다. 퇴사를 하며 가장 아쉬움이 남았던 건 백화점에서 vip들을 위해 발행하는 월간지와 여러 패션 잡지를 매달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것들을 보며 옷에 대해 공부하는 걸 좋아했고, 근무 중 나의 일탈이자 취미생활이기도 했다.

앞으론 내돈내산으로 이어 가면 될 일인데 괜히 아까운 마음이 드는 건 무슨 심보람..

장기계약직 사원에게 가게를 오픈할만한 돈은 턱없이 부족했다. 오픈에는 보증금과 권리금을 합쳐 3500만원, 인테리어 비용 2500만원 처음 물건 사입비 1000만원 총 7000만원이 필요했다.

4500만원 은 대출을 낼 수밖에 없었다.


 점포가 완전히 비워지는 날까지는   , 그리고 약 한 달간의 인테리어 기간을 합쳐 나에겐 두 달반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수시로 동대문 시장조사를 했다.

처음 오픈 때 상품 구성을 어떻게 할 건지 각 아이템별로 염두에 둔 디자인과 컬러들을 수첩에 빼곡히 그려 넣었다. 늘 그랬듯 패션잡지를 섭렵하고 서울에 있는 명품관과 동대문을 누비며 트렌드에 대해 공부했다. 비록 보세의류지만 컨셉이 있는 백화점 매장과 같은 분위기를 내고 싶었기에 다른 보세의류매장은 조사하지 않았다.


어느덧 인테리어가 끝나고 물건을 헹거링 하며 나는 왠지 자신감이 생겨나고 있었다.

물론 생전 처음 해보는 사업이 주는 압박감이  도 있었다. 지금 내가 미친  하는  아니겠지? 망하면 빚은 어떡하고? 다시 취업은   있을까? 하는 많은 불안감이 엄습해 오기도 했다.


여름의 끈적한 공기와 가을의 쾌청한 공기가 아침저녁으로 공존하던 계절h 어학연수의 길을 떠났고,  나이 스물아홉, 나는 작은  가게 오픈을 앞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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