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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소년 May 10. 2024

사라져가는 식당과 우리의 추억들

차가운 도시에 우리는 마음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마음을 달래주는 건 작지만 분위기 좋은 공간일지도 모릅니다. 혼자만의 상상이지만 영세한 카페와 식당이 사라지면 현대인은 모두 정신병에 걸릴지 몰라요.



도시에서 카페와 식당은 사람들이 모이는 사회적 역할을 합니다. 친구, 가족, 동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나누며 정을 쌓고 아쉬움을 남깁니다. 인테리어가 훌륭한 장소는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장소에요. 회사에서 있었던 서운한 일과 일의 고달픔도 털어낼 수 있어요. 가장 좋은 점은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얼마 전 지인과 함께 오래 다녔던 식당에 다녀오다 충격에 빠졌습니다. ‘폐업’... 항상 그 자리에 있어서 검색하지 않고 방문했는데 문을 닫았습니다. 검색해보니 ‘폐업’이 맞았어요. 다른 곳에서 밥도 먹고 술도 마셨지만 지인과 함께 가던 추억의 가게가 문을 닫아 슬펐습니다. 뉴스에 자영업이 쓰러진다는 기사를 볼 때 내심 좋아하던 식당은 문을 닫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어요. 지친 몸을 이끌고 가끔 밥도 먹고 술도 한잔 하면서 대화를 나눴던 장소는 잘 버틸 수 있을줄 알았지만 이내 문을 닫았습니다. 영화와 같은 분위기 셰프의 독특한 요리 그리고 한잔의 와인이 있던 그 장소는 이제 추억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식당에서 추억이나 맛있는 음식을 떠올릴 때마다 아쉬움과 함께 서운한 감정이 밀려옵니다. 그 자리에 항상 있던 식당인 오랜 친구와 같은 편안함을 느꼈어요. 이제 그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픔을 더하는 것 같습니다. 음식의 맛이 변한 건 오래 알던 친구가 이제는 변해서 자주 만나지 않는 것이지만 음식점이 사라지는 건 그 친구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말과 똑같죠.


그 장소는 친구 그리고 지인들과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힘든 일이 있으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던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나눴던 대화와 마음가짐 그리고 마음속으로 울면서 위로 받고 싶었던 순간들은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모든 추억의 장소가 물리적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의미하지만 그 시간이 주었던 기쁨과 위로는 제 마음속에 남아있어요. 가끔 있는 약속에 홍대 번화가를 가더라도 온통 임대한다는 종이만 붙어 있습니다. 정말 이대로 식당들은 종말하고 마는 걸까요? 거리마다 활기가 없어졌습니다. 


외식 물가가 정말 비싸죠. 가격을 올리면 손님들도 부담스러워 더 이상 방문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너무도 잘 알지만 사장은 직원을 내보내고 나서도 가격을 올려야 합니다. 그래도 손님이 많이 방문하지 않아서 돈을 벌 수 없다고 합니다. 꽤 유명했던 단골 식당이 문을 닫는다고 영업 중단 소식을 듣고 놀랐습니다. 꽤 유명한 셰프이기도 했고 저 말고도 방문한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손님은 손님의 입장에서 정말 속상하겠지만 폐업한 주인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버티고 버텨도 모래성처럼 무너져 이익은 사라지고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사라지며 이자는 끝없이 올라가죠. 폐업을 할 때는 정리할 것이 산더미처럼 많다고 들었습니다. 폐업신고를 포함해서 함께 일했던 가족과 같은 직원들 월급과 퇴직금 그리고 실업급여도 해줘야 하죠. 이런 절차가 끝나면 식당을 운영했던 멀쩡한 식탁, 의자, 냉장고, 세척기, 그릇과 같은 식기를 모두 처분해야 합니다. 팔고 팔다 팔리지 않으면 도매상에서 헐값에 사갑니다. 


그리고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해 빌렸던 공간을 원래 상태로 돌려놔야 합니다. 임대 기간이 남았지만 다른 주인을 구하지 못하면 권리금도 사라집니다. 이런 과정을 거칠 때 주인의 마음은 온전할지 그 마음을 어루만져줄 사회는 따뜻한지 생각합니다.  


자영업과 관련된 통계를 살펴보면 새로 오픈한 식당은 1년 안에 절반 이상이 버티지 못하고 사라진다고 합니다. 버티고 살아남는 식당은 요즘 인건비도 많이 올라 사장님이 16시간 일하는 곳도 꽤 많다고 들었어요. 우리가 돈을 주고 먹는 음식은 돈을 줬으니 당연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느끼며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낍니다. 나의 추억의 장소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P.S. 추억은 방울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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