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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소년 Aug 04. 2024

닭다리 3개를 다 먹었다구요!? 빌런인가?

문제는 닭다리가 아닙니다.

[진정하세요. 여러분 사실이 아닙니다]


‘아무 이유 없이 누군가를 물어뜯고 싶은 사회’


둘이서 치킨을 먹는데 상대방에게 묻지도 않고 혼자 닭다리를 냠냠 맛있게 다 먹는 사람과는 같이 밥 먹고 싶지 않을 겁니다. 그런 사람은 대부분 이기적이니까요. 7월 2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셋이서 닭볶음탕 먹는데 혼자 닭다리 3개 다 먹은 류수영’이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는 허영만, 함연지, 류수영 이렇게 3명이라서 사장님이 닭다리도 인원수 맞춰서 3개 넣어주신 거 같은데 저걸 혼자 뚝딱 한다면서 류수영을 마치 식탐 많고 인성이 나쁜 사람처럼 보이도록 글을 썼습니다. 


글쓴이의 의도대로 해당 게시글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사람들은 허영만 선생님도 계신데 무슨 짓이냐, 사람이 확 추해 보인다, 식탐이 너무 과해 역겨워 보인다며 류수영을 비판했고, 류수영의 인스타그램에도 비판하는 댓글이 엄청나게 올라왔습니다. 엄청난 죄를 지은 것처럼 추측성 비난과 욕설과 조롱에 어이가 없었습니다. 물론 잘못된 행동을 했으면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난이 말도 안 되게 커지자 허영만은 ‘별일 아니고 괜찮습니다. 류수영 씨 음식에 탁월한 식견 있는 훌륭한 친구입니다.’라며 직접 댓글을 달며 류수영을 감쌌지만 여전히 온라인에서는 악플 테러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류수영은 자신의 SNS에 닭다리를 세게 먹었는지? 해명을 했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닭다리를 3개 먹었다고 죄를 지은 사람처럼 욕을 먹은 것도 웃긴데 해명이라니 사회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닭다리를 3개나 먹을 정도로 맛있다’는 장면은 편집으로 3개를 먹은 것처럼 다른 각도로 촬영했고 결론은 하나의 닭다리만 먹었고, 인서트 컷을 촬영하기 위해서 여분의 닭다리가 준비되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닭다리가 없어서 못 먹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촬영 중 농담을 한 것이죠.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 악플에 대한 사과는 없었습니다. 아님 말고 식의 마녀사냥이었습니다. 그의 해명이 아니라면 이미지에 엄청난 피해를 봤습니다. 아니, 이미 이미지가 나빠졌죠. 사람들은 그의 해명보다 다른 사람이 있는데 혼자 닭다리를 3개나 먹은 류수영을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왜, 사람들은 분노할 대상을 찾는가!?]


‘스트레스를 잘못된 방법으로 배출하고 공감을 통해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먹고살기 힘들수록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나 불만이 더 많아지면 사람들은 분노를 표출할 대상을 찾습니다. 취업도 어렵고 월급이 오르는 것보다 물가가 많이 올랐죠. 경제가 힘듭니다. SNS는 발달해서 나 빼고 다 행복해 보여요. 불만도 쌓입니다. 온라인은 이러한 감정을 배출하기에 익명이라 안전하고 간편한 공간이죠.


나와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은 유명인에 대한 분노는 집단 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유대감을 강화하고 소속감을 느끼게 합니다. 화려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 대한 질투나 부러움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닭 한 마리에서 닭다리는 2개뿐이고 그걸 다 먹은 사람은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돌을 던집니다. 닭다리가 싫어서 가슴살을 먹는 사람도 있는데 말이죠. 집단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편향된 정보나 루머를 빠르게 퍼뜨리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특성상 사회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배출하는 공간으로 활용됩니다. 현실에서 실제로 닭다리를 혼자 3개 먹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도 편향된 정보에 믿게 됩니다. 잘못된 정보에서 빠져나올 용기도 필요합니다.


최초에 글을 쓴 사람도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자신이 주목받고 있다는 느낌을 위해 많은 사람들의 악플을 통해서 관심과 인정을 받는 심리적 보상을 느낍니다. 이러한 행동은 책임감 없는 행동입니다.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마음이 악플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고립감을 느끼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온라인에서 활동을 많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소식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아요. 


반복되면 현실 세계에서 하지 못한 말을 책임감을 덜 느끼고, 쉽게 공격적인 발언을 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이 상처받는 걸 외면하고 현실에서도 점점 공감 능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심심풀이 팝콘처럼 물어뜯을 것만 찾아 돌아다니는 사회는 건강하지 못한 사회일 겁니다.


P.S. 잘못했을 때 사과의 중요성. 근데 요즘 사람들 참 안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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