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빛소년 Sep 22. 2024

메일만 보내 놓으면 내가 어떻게 알 수 있느냐?

[일 못하는 사람은 ‘이메일’로만 소통합니다]


‘이메일 안 읽으면 어쩔 건데? 일 못하는 거 티 내냐’ 


여러분은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두렵습니까?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일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기 싫은 대화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 회사의 많은 사람들은 이메일이나 메신저로만 소통하려고만 합니다. MZ들에게 특히 많이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직접 대면하는 것이나 전화를 두려워하는 걸 넘어선 현상이죠. 저도 별로 회사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지는 않아요.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말하는 것뿐이죠.


어릴 때부터 인터넷, 스마트폰, 이메일, 메신저 등 디지털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비대면 소통 방식을 좋아하고, 회사에서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어서 말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은 이해합니다. 그런데, 말을 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이메일은 모든 대화를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하고, 이어지는 메일로 예전 일까지 찾아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근데 주변에 일을 못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이메일이나 메신저의 텍스트에만 너무 의존하려고 합니다. 나는 이미 수신이나 참조로 당신을 넣었기 때문에 할 일을 다했다고 보는 것이죠. 이메일은 업무가 충분히 논의되고 나서 정리하는 도구로 활용해야 합니다. 도구는 본질이 될 수 없어요. 이메일만 보내는 것은 발신자가 일방적으로 보내는 통보입니다. 


텍스트는 의미 전달의 한계가 반드시 존재하며, 메일에는 감정과 뉘앙스가 부족하여 의도나 감정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아 오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복잡한 문제를 논의하거나 민감한 피드백을 제공할 때 메일로 진행하게 되면 메일을 보내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해석 능력에 따라 이해도가 다르기 때문에 온도차이가 반드시 존재합니다. 일을 떠 넘기려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죠.


상대방이 사용하는 언어의 뉘앙스를 오해할 가능성이 크기에, 의도치 않게 무례하게 보이거나, 공격적으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어요. 이메일의 길이도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너무 짧거나 긴 이메일은 무례하거나 부주의하게 느껴질 수 있고, 읽기 어려워 의사소통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의견을 주고받으며 논의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메일만으로 다양한 의견을 실시간으로 나눌 수 없습니다. 실시간 회의나 화상 통화가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다 프로젝트나 업무의 진행 현황이 자유롭게 공유되지 않아요. 메일을 수신이나 참조로 넣어야 하는 사람을 빼고 보내거나 하는 실수가 나올 수 있어요. 이러한 경우 처음부터 업무에 대한 내용이 공유되지 않아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이메일로 "지금 당장 이거 처리하세요"라는 내용을 메일로 보내는 것은 적절한가요? 정답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당장 처리할 일은 직접 가서 말을 하거나 전화를 해야 합니다. 이메일은 수신자가 언제 볼지 모르고, 메일을 본 사람도 급박하게 느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급하면 제발 업무시간에 전화를 하거나 찾아가세요. 


주변에도 중요한 업무인데 이메일로만 보내고 상대방에게는 말해주지 않아서 기한을 놓치거나 이메일을 너무 감정적으로 보내서 읽기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인간적으로 별로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놀랍게도 8년 차 직장인입니다. 그 사람은 항상 메일을 보낼 때 팀장을 참조로 넣어서 자꾸 다른 사람을 이르는 것처럼 보내고 심지어 이메일에 잘못된 파일을 첨부하거나 첨부 파일을 깜빡하는 것도 반복하고 첨부파일의 내용과 본문의 내용이 다르기까지 합니다. 


수신자가 여러 번 확인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답답합니다. 휴일에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도 이메일로 보내죠. 저는 이 사람을 가르쳐 줄 생각이 없기에 지적하지는 않지만 주변의 평판을 들어보면 대부분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 답답한 사람으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의 생각을 들여다보면 본인은 매뉴얼대로 그냥 자기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회사의 업무는 칼로 무를 베듯 정확하게 나눠지지 않습니다. 일이 생기면 이 일이 너네 팀일이냐, 우리 팀일이냐, 내가 해야 하냐, 네가 했으면 좋겠다. 엄청난 논란이 있습니다. 


회사의 크기와 관계없이 일이란 건 더 하기 싫어요. 망해가는 조직의 특성은 회사의 팀들이 그냥 다 자기 일 아니라고 선을 긋고 일을 할 때 조직의 위기가 발생하는 겁니다. 심지어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메일만 보내 놓으면 정말 예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될 수 있으니 될 수 있으면 가서 이야기를 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중요한 일을 메일로만 공유해서 프로젝트 일정이 늦어지거나 품질이 낮아지면 반드시 서로 탓하게 되어 있습니다. 누구라도 메일만 보내고 내 할 일은 다했다고 생각하는 동료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P.S. 메일도 보내고 메신저도 하고 직접 말까지 해주면 100점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