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빛소년 Oct 09. 2024

흑백요리사:자본주의 코스 한상

[계급에 열광하는 사회]


‘성취와 성과가 만들어 낸 자본주의 코스 한상’


흑백요리사는 넷플릭스의 요리 서바이벌 예능으로 흑수저와 백수저라는 계급을 나눕니다. 무명의 요리사인 흑수저와 정상급 스타 셰프인 백수저들이 요리를 경쟁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라운드가 지날수록 요리사들이 무더기로 떨어지는데, 총 100명의 셰프가 참가하고, 80명의 흑수저와 20명의 백수저로 나뉘어 요리 대결을 펼칩니다. 백수저는 이미 성공한 사람들로 이겨도 본전이고 지면 손해일 텐데 출연했습니다.


뭐, 결과적으로 식당이 홍보되면 경제적으로 이익이겠지만요. 


[사람들은 왜 흑백요리사에 열광하는가?]


이 프로그램은 한국에서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계급을 건드려 시청자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유도했습니다. 그 계급이란 곧 자본이죠. 흑백요리사에 나오는 요리사들의 음식은 대부분 예약도 하기 힘들 정도로 유명하고 비싸죠. 한 끼에 20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레스토랑에서 먹어야 하는 고급 요리입니다. 


역사적 배경으로 조선시대의 신분제가 존재하여 엄격한 계급 구조를 형성했습니다. 양반, 중인, 평민, 천민 등의 신분이 존재했고, 각 계급 간의 차별은 삶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공식적으로 이러한 신분 제도는 공식적으로 사라졌지만, 계층화된 사회 구조는 현재까지도 존재로 남아 있습니다. 학벌 중심주의, 부동산 자산 격차, 가문과 출신 지역, 기업 내 서열 문화 등이 그 예시죠. 언젠가 사라져야 할 문화이지만 아직 갈길이 멀었습니다.


좁은 사회인 한국에서 교육은 매우 중요한 자본으로 여겨집니다. 좋은 학벌이 곧 성공의 지름길로 여겨집니다. 학벌에 따라 서열화되거나, 직업에 따라 지위를 구분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학벌이나 직업에 의한 계급이 형성되고,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게 됩니다. 그 결정된 직업에 의해 버는 돈이 달라지고 그 돈으로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레스토랑을 이용하죠. 미쉐린 3 스타도 결국 자본주의에 따라 주관적인 맛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놓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급속한 경제 성장 후 계층 간 경제적 격차가 넓어져, 계급을 나누는 또 다른 기준이 되었고 부동산, 소득, 자산 등에 따라 사람들의 사회적 위치가 차별화되었습니다. 흑수저와 금수저 논란에 이 프로그램도 편승합니다. 안 그래도 매우 경쟁적인 사회로, 성취와 성과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요리도 비교한다고 하니 얼마나 재미있겠습니까? 흑수저가 백수저를 이기는 과정은 많은 사람들의 즐거움이 됩니다. 한국 사회는 외형적으로는 평등한 사회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계층 이동이 매우 어려운 구조입니다. 부동산이 곧 재산이고 권력이라 물려받을 것이 없으면 생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월급과 투자 소득이 부동산 자산에 비해서 상승률이 형편없어요. 결국 부동산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삶의 격차가 벌어집니다. 


흑백요리사는 넷플릭스 프로그램 중에서도 화제가 될 정도로 흥행했습니다. 그 요소는 지금 설명하고 있는 계급 외에 독특한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요리사들의 계급 이동 가능성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무명의 요리사가 미슐랭 셰프를 연속해서 이기는 장면은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공정한 경쟁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흑수저와 백수저, 무명 요리사와 유명 셰프 간의 대결에서 심사위원들이 안대를 착용하고 오직 맛으로만 평가를 한다는 점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백종원은 이미 음식으로 성공한 사업가 그리고 안성재는 미쉐린 3 스타 셰프입니다. 백종원과 안성재 셰프를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심사를 하는 입장에서 좋을 것이 없습니다. 둘 다 이미 업계에서는 최상위 계급이기 때문이에요. 자기주장을 강요했을 때 대중적으로 욕을 먹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심지어 안성재 셰프는 자기가 운영하는 식당도 휴업 중이라서 출연한 요리사보다 얻어가는 것이 적습니다. 사람 자체가 재미있는 사람도 아니라 예능 캐릭터도 아닙니다.  


요리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서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이것이 현실적인 공감대입니다. 요리라는 소재는 대중적으로 친숙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입니다. 저도 요리를 즐겨하지만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을까 유튜브와 레시피를 찾아봅니다. 그 정도로 정보가 많습니다. 요리사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청자들이 자신들의 상황과 연결 지을 수 있는 요소였습니다. 좋은 대학교를 들어가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수험생, 회사에서 승진하기 위해 애쓰는 회사원 등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우리네 모습이죠.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는 어찌 보면 현대 사회의 슬픈 모습입니다. 번아웃과 우울, 공황장애로 달려가고 있죠.


이러한 요소에 출연자들의 각자의 사연과 열정으로 요리에 임하는 모습이 감정적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겼습니다. 특히,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면서 집과 식당을 10년 넘게 왔다 갔다 하고 요리사지만 라면을 좋아하며 점심과 저녁은 최대한 빨리 먹어야 하는 그런 대중적인 모습이 참 좋았죠. 


백종원과 같은 대중적인 인물도 긴장감을 줄여줬습니다. 흑백요리사 열풍에 음식점 예약 플랫폼인 캐치테이블의 예약은 148%가 상승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셰프들이 운영하는 식당은 한동안 예약이 쉽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있겠죠. 재미있게 봤지만 저는 이 프로그램에서 뒤에 받쳐주는 힘이  많이 약했다고 생각합니다. 

뒤로 갈수록 기본적인 재료, 음식의 사연과 정성보다 화려한 기술이 중요하게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고급스러운 음식으로 보이게 만드는 마술 같은 속임수만 반복되었죠. 차라리 본인의 색깔을 살리는 것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백악관 셰프 에드워드 리가 역대 미국 대통령이 맛있어서 두 개 먹는 햄버거나 스테이크 혹은 미국의 음식을 했으면 어땠을까요? 그러다 보니 비싼 음식 가격에 대해 합리화와 대회의 수상 경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마 심사위원의 눈이 높아서 그랬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재료에 엄청난 칼질을 하고 모양이나 크기를 다 맞추는 것이 요리사의 기본이라고 강요하는 것 같아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음식의 맛 평가는 주관적이지만 미쉐린 3 스타의 평가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것도 불편했습니다. 경쟁 보기에는 재미있죠. 그러나 경쟁의 끝은 입 끝에서 맴도는 씁쓸한 뒷맛 그리고 텅 빈 잔고뿐이겠죠. 


P.S. 어떠한 기술적 솜씨나 예술성 보다 내 입맛에 맛있으면 좋은 요리라고 생각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탕후루 가고 두바이 초콜릿 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