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CMH Dec 28. 2023

처음 하는 비수면 위내시경

12월에 건강검진대상자들이 병원을 가득 채운다. 미루다 미룬 건강검진을 11월에는 받으려고 예약을 하려 했는데 12월 중순까지 예약자로 꽉 채워졌다. 건강관리를 게을리하면 안 되는데 생각처럼 부지런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에는 처음 받는 위내시경이 두렵고 설렌다. 


검진 전날 밤 9시부터 금식이다. 원래 식욕이 없긴 했지만 먹지 말라고 하면 왠지 더 먹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이다. 그냥 일찍 자는 게 현명한 답이다.


아침 8시까지 예약된 병원을 방문했다. 아침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들이 별로 없다. 안내하는

병원 직원분이 많은 사람들을 분주하게 통제한다.


오늘 검진의 핵심은 위 내시경인데 수면으로 할지 비수면으로 할지 고민이 된다. 옆 사람이 수면 내시경을 

하겠다고 하니 병원 직원분이 약 4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이야기한다. 4시간이 걸려서 내시경인가?라는 

쓸데없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아마도 비수면을 유도하려는 맨트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처음이고 하니 그냥 비수면 내시경을 하기로 한다.


건강검진을 진행하는 병원 직원들이 굉장히 많다. 접수하는 사람 안내하는 사람 검사하는 사람 검사를 보조하는 사람 등등 대략 30~40명 정도의 사람들이 로봇처럼 움직인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다 보니 모두에게 친절하기는 힘든 것 같다. 어르신들은 알려줘도 본인이 하고 싶은데로 하려고 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다 보니 언성이 높아지거나 화를 많이 내는 것 같다.


기본적인 검사를 지나 대기 순서가 적은 채혈을 한다. 이상하게 팔에서 피 뽑을 때 바늘이 혈관으로 가는 들어

가는 과정이 신기해서 빤히 쳐다보게 된다. 심기어 바늘이 들어가면 웃음이 난다. 주변에서는 이런 나에게 

변태냐고 놀리기도 한다. 이상하게도 바늘에 찔리면 아픈 게 정상인데 채혈할 때만큼은 웃음이 난다.


주사 바늘을 극도로 무서워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약간 이해는 간다. 채혈이 끝나고 오늘의 메인 검사라고 

할 수 있는 내시경을 받을 차례다. 내시경을 받기 전에 검사 시 진행되는 간단한 처치나 추후에 치료에 관련하여 서류를 작성한다. 검사를 위해 물약을 2가지 준다. 안내에 따라서 내시경을 받기 위해 누웠는데 검사를 

도와주는 학생이 친절히 안내해 준다.


10분 정도가 지나도 검사가 진행이 되지 않자 검사를 도와주는 학생이 검사가 진행할 때 주의 사항을 설명해 준다. 검사 과정에서 공기를 넣게 되어 트림이 계속 나오게 되는데 참아야 하며, 침도 삼키지 말고 줄줄 흘려야 한다고 한다. 처음 하는 검사라 몸에 힘이 들어간다. 설명을 해주지만 귀에 들리지 않아 괜히 비수면으로 했나?라는 생각이 든다. 검사도중 숨 쉬는 것에 집중하라고 하는데 말처럼 쉽지가 않다. 검사가 끝날 때쯤 헬리콥가터가 있다고 한다. 검사를 받기 전 처치가 가능한 내용에 대해 동의한 부분이 떠오른다. 검사를 하던 직원이 해당부위를 처치를 진행한다고 한다. 그렇게 위내시경이 끝났다.


침범벅이 된 볼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검사하기 전 시간을 측정했는데 느낌상으로 30분 이상 검사를 한 것 같은데 실제로는 4분 정도 검사를 했다. 4분이 이렇게 힘든지 몰랐다. 막상 끝나고 나니 시간을 절약한 거 같아 만족감이 있었다. 


사실상 식도의 길이가 약 30cm인데 내시경을 넣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게 맞다. 어차피 카메라로 확인만 하는 과정이니 참을 수 있다면 굳이 수면으로 할 필요성은 없는 것 같다.


검사가 끝나고 주변 지인에게 위내시경 검사를 물어봤더니 처음이라 비수면으로 검사를 했다는 사람이 꽤 많았다. 수면으로 검사를 한 사람들은 꿀잠을 자고 왔다는 의견이 많았다.


2년 뒤 검사는 수면내시경을 고려해 봐야겠다.


아직까지 나는 건강하다. 


작가의 이전글 어떤 맛이 오래 기억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