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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CMH Dec 29. 2023

거북이 발가락이 전해준 몸살

거북이를 키우는 건 아니다.

여름철 땀을 씻어내기 위해 샤워를 자주 했다. 가을을 지나 겨울이 되니 샤워를 할 일이 점점 줄어든다.

그렇다고 더럽거나 냄새가 나는 건 아니다. 샤워를 안 하는 대신 정기적으로 때를 밀어야 된다고 생각이 든다.


그러나 겨울철 추위는 목욕탕으로 가는 걸 막는다. 그러다 보니 뽀얀 발가락에 각질이 겹겹이 쌓여 마치 거북이 발가락이 되었다. 사실 알고는 있다. 그러나 귀찮다. 그리고 춥다. 집에서 각질을 제거하려면 마음을 먹어야 한다.


어릴 적에 어른들 손에 이끌려 목욕탕을 갔다. 어릴 적 목욕탕은 뜨거운 탕에 들어가면 보상으로 배불뚝이

바나나 우유를 먹으러 간다. 어른들은 목욕탕을 가면 본전 생각이 있다. 빨래를 하거나 때를 박박 밀어 피부가

빨갛게 변해야 목욕을 다녀왔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사람은 매일 미세먼지를 만들어 낸다. 사람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의 몸의 세포는 매일 노화되고

새롭게 생성이 된다. 노화된 세포가 곧 각질이다. 각질도 우리 몸을 위해 하는 일이 있다. 외부의 세균이 우리 몸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준다. 이런 이유로 외국에서는 때 미는 문화가 없는 듯하다.


요즘은 목욕탕에 가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이러한 이유로 목욕탕은 하나, 둘 사라져 가족끼리 목욕탕을 가는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 그렇다고 피로를 풀거나 서로의 등을 밀어주기 위해 목욕탕을 방문하는 일도 많이 사라졌다.


발가락에 쌓인 때를 없애기로 마음먹었다. 3달만의 결심이다. 아마도 엄청난 체력 소모가 예상된다.

우리는 어린 시절 운동회를 하면 온몸에 근육통을 경험해 봤다. 이러한 이유로 내 몸을 깨끗이 하기 위해

마음에 준비를 해야 한다. 약 3~4일간 외출을 자제하고 최소한의 동선으로 체력을 비축한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온수 모드를 확인하고 욕실로 들어선다. 춥다. 샤워기 손잡이를 올려 온수가 너무 뜨거운 건

아닌지 꼼꼼히 체크한다. 각질이 제거된 민감한 피부는 따가움을 유발할 수도 있다. 각질을 제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도구를 준비해 두었다. 우선 때비누로 각질을 촉촉하게 만들어 준다. 촉촉한 각질 위로 사포같은 이태리 타워로 팔운동을 시작한다욕심을 부리면 팔에 쥐가 날 수 있으니 욕심은 금물이다.


1시간의 사투 끝에 몸에 각질을 충분히 제거했다. 물기를 제거 후 남아있는 각질을 본다면 짜증이 날 수 있으니

마무리 샤워를 한다. 드디어 그 동 몸에 붙은 각질을 모조리 제거했다. 개운하고 상쾌하다. 이런 상황에는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잠들면 오늘 하루는 완벽함 그 자체이다.잔다.


아침이 되었다. 기대한 개운함은 없고 몸이 으슬으슬하다. 코로나19 때의 증상과 비슷한 것 같다. 설마 또 코로나19에 걸린 걸까? 일단 증상을 가지고 약국을 방문한다. 감기 몸살 약을 처방해 준다.


그렇다 코로나19가 아닌 몸살이다.

거북이 발가락과 몸살을 바꾼 것이다. 왜냐하면 4일 동안 밖을 나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때를 밀다 몸살이 나는 현실에 헛 웃음이 난다. 다음에 때를 밀기 위해서 근력 운동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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