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적당한 비
입춘이 지나고 두꺼운 패딩에서 점점 줄어드는 옷이 봄으로 다가가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비가 적당히 내려 우산 쓰기 좋은 날씨입니다. 너무 많이 내리는 비는 밖에서 바라볼 때 아름답습니다.
토독 토독 내리는 비는 잠깐동안 우산을 들고 걷기에 기분 좋은 외출입니다.
비가 내리는 순간은 아무도 관심이 없습니다. 갑자기 작은 웅덩이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담아 보고 싶어 졌습니다. 바닥에 떨어지는 비는 더 이상 비가 아닙니다. 과거에는 비였지만 지금은 비의 모습은 사라지고 작은 웅덩이가 되었습니다. 웅덩이에 떨어진 비는 그나마 빗방울들이 모여있는 도심 같습니다.
땅에 스며든 비는 그 형태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어떤 비는 누군가에게 자연스럽게 흡수됩니다. 흡수된
비는 성장을 도울지 뿌리를 썩게 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결국 나무가 결정해야 할 선택입니다.
개천 옆에 뿌리를 깊이 내린 버드나무는 비를 기다리지 않고 비가 모여 흐르는 개천이나 저수지에 찾아와
자랍니다. 사람이 고생해서 산 꼭대기에 심어 놓는다고 버드나무는 사람들의 정성을 봐서 건강히 자라지는 않는다. 자연스러움은 결핍이 만든 결과와 같습니다.
봄의 작은 빗방울은 새싹이 되어 새로운 시작을 알려줍니다. 어떤 빗방울은 작은 참새의 갈증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여름의 비는 시작이 아닌 개운함입니다. 적당한 비는 어떤 순간에 내려야 사람들이 좋아할까요?
작년 폭우에 불어난 개천물이 화가 난 것처럼 물이 흐르게 됩니다. 모조리 삼켜버릴 개천의 물은 결국 산책로를 집어삼키더니 다리밑에서 쉬고 있던 비둘기의 실수에 관대하지 않습니다.
거칠게 흘러가는 개천의 물 위로 떨어진 비둘기는 결국 다시 날아오르지 못하고 도와 달라는 날갯짓을 마지막으로 빠르게 떠내려 갔습니다.
뭐든지 적당해야 기분이 좋고 마음이 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