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for Beginners
채용 정보 앱에서 QA 포지션을 검색해 보면 정말 많은 회사에서 QA를 필요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많은 회사들 중 회사 소개란만 보고 나와 맞는 회사를 찾기에는 소개팅을 할 때 상대의 외모와 약간의 신상 정보만 보고 연애하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블라인드와 같은 앱이 있다지만 결국 내가 직접 겪어봐야 회사의 만족도를 평가할 수 있는 법이다.
연봉, 복지, 성장 가능성, 기업 문화, 동료 등 만족도의 기준은 다양하다. 이번 글에서는 나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회사 소개 외의 정보에는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단, 본인이 이미 팀 또는 회사에 속해 있어 QA를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거나, 직접 QA 관련 사업을 하려는 경우는 제외하겠다.
취업 또는 이직을 목적으로 QA 포지션이 있는 회사를 알아본다면, 회사의 지배 구조와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인소싱인지 아웃소싱인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지배.. 프로.. 뭐? 간단하게 설명해 보겠다.
지배 구조는 대기업들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의 2021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살펴보면, 카카오라는 상위, 즉 갑이 되는 모회사가 있고, 그 계열회사로 카카오커머스,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하위, 즉 을이 되는 자회사가 있다. 주식 투자가 목적이 아니므로 여기까지는 그렇구나 정도로만 알면 된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이다. 자체 서비스를 갖고 있고, 그 서비스를 위한 QA 조직을 보유한 회사가 있고, 자체 서비스 없이 모회사의 서비스를 위해 QA를 해주는 자회사가 있다. 전자라면 회사가 모회사인지, 또는 자회사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오래 머물수록 연봉이나 커리어 측면의 문제가 두드러지게 발생할 수 있다.
우선 자회사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손자의 손자뻘 자회사가 아닌 이상 자회사는 모회사의 프로젝트에 같이 투입되거나, 프로젝트의 일부를 분담받아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뜻은 대체로 대기업 유관 부서와의 교류가 잦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덕분에 대체로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경험할 수 있고, 모회사의 교육 자료를 참고할 수 있어 기초를 다지기에도 좋으며, 모회사 복지도 어느 정도 맛볼 수 있다. 또한 본인의 역량이 우수하다면 모회사에서 눈여겨보다 이직 시 스카우트 제안을 받는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앞서 말한 장점을 전혀 수혜 받지 못했더라도, 대기업 서비스에 참여한 경험은 이직 시 분명 본인의 경력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안정 궤도에 오르지 않아 급여도, 프로세스도 주먹구구식인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 입사하는 것보다는 분명한 메리트를 갖고 있다.
그러나 자회사가 갖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분명한 단점도 존재한다. 지배 구조상 자회사는 모회사 산하에 있는 회사이다. 이 말은, 피고용인이 고용인에게 월급을 받듯, 자회사는 모회사로부터 정해진 계약 금액을 지급받는다는 것을 뜻한다. 자체 서비스를 보유한 회사인지를 파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회사지만 자체 서비스가 있는 회사라면 본인들의 서비스 벌어들이는 매출이 발생하므로, 그 이익이 복지나 급여의 형태로 돌아올 확률이 높다. 하지만 자체 서비스가 없다면 자회사는 추가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모회사의 계약금 외에는 없다. 한정된 예산 내에서 급여나 복지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모회사의 프로젝트가 대박을 쳐도 모회사가 자회사에게 보너스를 추가로 지급해주지 않는 한 자회사는 모회사와 같은 가용 금액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나 연봉 인상을 제공하기 어렵다. 모회사에서 올해 보너스를 많이 줬다는 뉴스를 보고 출근했을 때 바로 옆에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모회사 소속의 동료가 눈에 들어오면서, 노력한 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한 본인의 모습이 대조되며 쉽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자체 서비스의 뜻은, 어떤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사회에 제공하고 있는지를 뜻한다. 그런데 QA는 직무의 특성상 자체 서비스를 만들어서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서비스를 검증한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자체 서비스를 만들어줄 생산자가 필요하다. 우리가 찾는 생산자인지를 알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은,
첫째로 이 생산자가 사내 개발팀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둘째로 이 생산자(개발팀)가 모회사에 종속된 서비스가 아닌 자회사 고유의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어야 하며,
셋째로 이 서비스로 매출이 발생하고 있어야 한다.
복잡하게 설명했지만 그냥 해당 회사를 조사할 때 지원(support)의 뉘앙스의 회사 소개와 구체적이지 않은 매출액을 제시하고 있으면 자체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회사로 의심할 수 있다.
조직 구조를 갖지 않더라도,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아웃소싱인 회사가 있다. 인소싱과 아웃소싱을 쉽게 설명하면, 자체 서비스를 사내에서 진행하는 프로세스가 인소싱, 타 회사와 계약하고 일을 맡기는 하청의 형태가 아웃소싱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QA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인 경우 아웃소싱일 확률이 높은데, 장점으로는 다양한 회사와 계약하며 QA를 전문으로 하기 때문에, 투입되는 프로젝트마다 다른 서비스, 다른 프로세스를 겪으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본인만의 인사이트를 가진 전문가로 성장하기 좋다는 것이다. 본인의 역량이 된다면 제로에 가까운 스타트업의 QA 프로세스를 디자인하고 결함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되므로, 경력에 있어 상당한 플러스 요인을 챙길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이상적인 모습일 뿐, 현실은 모회사와 자회사의 관계와 같이 돈을 주는 갑과 돈을 받는 을의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자체 서비스가 있으면서도 이를 직접 QA 하지 않고 전문 회사에 위임한다는 말은, QA 프로세스가 제로 거나 QA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회사임을 방증한다. 전자라면 본인의 능력을 발휘하기 좋은 환경이 될 수 있으나, 후자라면 QA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에 QA를 배려하지 않는 프로젝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배려하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는, 갑이 원하는 대로 고무줄처럼 QA 범위와 일정이 산정될 수 있으며, 빌드 배포 주기가 불규칙하여 QA가 제대로 진행될 수 없으며, 그로 인해 QA 자율성이 떨어지므로 QA의 활동 범위는 테스터 수준의 활동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배려의 형태는 계약금의 규모로도 표현될 수 있기에, QA의 성과에 맞지 않는 보상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여러 회사와 협업하기 때문에 앞서 말한 장점과 같이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의 균형 잡힌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순 있겠으나, 장기적인 관점으로 볼 때 전문적인 QA로 성장하는 데에는 환경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장점에 비해 단점만을 부각해 적은 것 같지만, 무조건 자회사나 아웃소싱을 하는 회사들이 좋지 않은 회사인 것은 아니다. 자체 서비스가 있고 QA 조직도 보유한 회사이지만 그저 개발자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QA 팀을 조직했을 뿐, QA에 대한 인식이 낮고 체계적인 프로세스가 확립되지 않은 경우라면 보상을 많이 준다고 해도 커리어 면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이다.
또는 서비스의 매출이 좋지 않아 급여가 생각보다 적거나, 팀이 배울 점이 없는 동료로만 구성되어 있거나, 상대적인 보상은 좋지만 그만큼 업무 강도가 강해서 절대적인 보상은 만족스럽지 않은 회사일수도 있다.
회사의 비교를 떠나, 무엇보다 본인의 역량 대비 좋은 환경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싶다면 앞서 말한 회사들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평생직장의 개념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내가 몸담을 회사를 고르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 회사에 기대하는 부분들을 본인의 만족도 우선순위에 따라 나열하고, 면밀히 조사하라. 회사의 간판만 보고 입사하여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는 환경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보다는 나에게 한 가지라도 확실한 플러스 요인을 제공할 수 있는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최악의 회사는 어느 부분에서도 나의 비전에 도움 되지 않는 (성취감을 느낄 수 없는) 회사다. 지금 당장 많은 급여를 제공하더라도 5년 뒤의 미래에는 의문이 든다면, 결정을 재고해 보길 권한다.
더 많은 마시멜로를 먹게 될 날을 위해 눈앞의 마시멜로를 먹어치우지 마라.
본인만의 명확한 기준으로 경력을 쌓아가는 QA로 성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