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자 Nov 07. 2024

[사유의 공간] 생각의 차이  

매너 있음과 없음의 차이 

학부모들이 소통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정보성 글이나 유니폼 거래 게시글을 제외하면 대부분 누군가의 행동에 대한 의견이 주를 이루고, 특히 주차 관련 불만이 많이 올라온다. 호주의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내려주고 태워가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보니, 등하교 시간의 주차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예를 들어, Kiss and Drive 구역에 주차한 후 아이들을 교실에 데려다주거나, 순환이 빨리 이루어져야 하는 곳에 장시간 주차하거나, 교직원 전용 주차장에 주차하는 행위가 대표적인 불만 사례다. (*학교 앞 Kiss and Drive 구역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안전하게 내려주고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마련된 단기 정차 구역이다. 여기서는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아이들만 내리고 타는 방식으로 빠르게 회전하는 것이 원칙이다.)


최근 학교 페이스북 페이지에 한 학부모가 게시글을 올렸는데, 하굣길에 문을 잡아 주었지만 4 가정 중 단 한 명의 학부모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학교의 출입문은 철문으로 되어 있는데 어린아이들이 열지 못하게 문 위쪽의 고리를 빼야 하는 구조이고 대부분 뒤따라오는 사람이 있으면 문을 잡아 주곤 한다.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라도 기본적인 매너를 지켜주길 바란다는 취지였으며, 학교 내에서 예의를 지키지 않는 모습이 꽤 많다는 언급도 있었다.


이 게시물에는 댓글이 달렸고,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을 고려할 때 감사의 표현이 없던 것이 매너 부족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선택적 함구증이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있어, 감사 인사를 말로 표현하지 않았다고 해서 매너 없다고 단정 짓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었다. 의견이 몇 차례 오간 후 대화는 가볍게 마무리되면서 원글자는 Kindy와 Pre-Primary 반 앞에서 학부모들이 줄을 서지 않고 자기 아이를 픽업하는 매너 없는 행동에 대한 불만도 덧붙였다. (*1학년 이전의 어린아이들은 부모가 직접 교실에서 픽업해야 하므로, 학부모들이 줄을 서서 차례로 아이를 데려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글과 댓글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갔다. 문을 잡아준 학부모에게 "Thank you"라고 인사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예의이고, 아이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된다. 하지만 댓글을 단 사람의 말처럼 감사의 표현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기에, 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매너가 결여된 사람으로 단정하기보다는 때로는 너그럽게 이해할 필요도 있다.


올해 새롭게 시작한 대학원 수업을 통해 다양한 인종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다양성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된 점도 떠올랐다. 사실, 나 또한 아이들을 픽업하며 경험한 매너 없는 행동에 불만, 불쾌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의 거리와 공간을 연구하는 학문인 Proxemics도 있지 않은가. 문화적으로, 사회적 맥락에 따라 사람들 간의 거리가 의미하는 바가 분명히 다르고 그것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도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각 문화마다 사람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적정 거리가 다르기에, 아이들 픽업 시 앞사람과의 간격 없이 붙어서 자기 아이를 데려가려는 부모가 나쁜 의도로 매너 없이 행동한 것이 아니라 그 정도의 거리가 “적정” 거리라고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다양한 국가 출신의 조부모가 아이들을 픽업하러 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의 인식은 학부모 세대와 또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호주에 사니까 이곳의 문화에 맞춰야 한다"라고 말할 수도 있을것이다,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사는 다문화 사회에서는 모두가 배우고 맞춰가야겠지만 어느 정도 이해심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의 적정 거리와 인도, 중국, 서구 문화권에서의 사람 간의 거리 개념은 분명 차이가 있다. 그러니 내가 익숙한 거리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차이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본다.


결국, 내가 익숙한 거리나 행동만이 정답이라고 고집하기보다는, 타인과 소통할 때 상대의 배경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원활한 소통과 본인의 스트레스 감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필요한 지적과 논의는 물론 중요하지만, 어떤 말투와 태도로 소통하는지가 큰 차이를 만든다는 점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다. 


<참고>

Proxemics가 궁금하다면  (영문) 

https://thereader.mitpress.mit.edu/understanding-personal-space-proxemic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