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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릉밈씨 Feb 04. 2024

키스하는 방법을 까먹었습니다

 "나 얼마 전에 키스했다?"

 - "뭐어?!!"

 몇 년째 연애를 쉬고 있는 친구가 갑자기 오랜만에 키스를 해봤다며 자랑을 했다.

 "너도 혼자 바에서 술 마시거나 할 때 누가 옆에서 말 시키면 같이 술 마시기라도 해 봐."


 오 아뇨. 저는 혼자 술 마실 땐 나름의 생각 정리를 할 시간이 필요해서, 깊이 탐닉할 읽을거리가 있어서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 말 시키는 것이 싫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키스를 해봤다는 친구의 자랑은 부러웠다. 그도 그럴게 나는 그걸 어떻게 하는지 까먹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혼자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얼굴을 마주 보고, 입을 맞추고, 혀를 넣고.. 근데 혀를 왜 넣어? 갑자기 진심으로 궁금한데 다들 혀 왜 넣는 거예요? 아, 눈 감는 과정도 깜빡했다. 근데 눈은 또.. 언제 감는 거예요? 어느 타이밍에서 감아야 하는 거죠???


 "앗, 푸흡! 저.. 키스할 때 눈 좀 감아줄래? 너무 무서워ㅋㅋㅋㅋ."

 갑자기 첫 키스할 때 당시 남자친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렇구나. 눈은 상대방 무섭지 말라고 감는 거구나. 근데 도통 언제 감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입술을 못 찾으면 어떡해?

 아예 할 줄 모르겠는 상태가 되었기에 나의 키스 포트폴리오는 리셋되었다고 생각한다. 저는 이제 첫 키스도 안 해본 사람입니다!


 어차피 키스할 사람도 없다. 키스를 할 만한 친한 사람도 없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도 없다. 퇴근길에 아는 남자애에게서 갑작스러운 연락이 온 적이 있다.


> 7개월 동안 연락 안 했어 우리. 며칠 전에 너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바 왔는데

 - 퇴근

> 언제 만날 수 있어?

 - 연말까지 약속이 꽉 찼네ㅜ

> 그럼 심심할 때 전화해. 통화는 괜찮잖아



 안 괜찮은데? 나는 카톡 생기고 전화 거의 안 한 지 십 년이 훨씬 넘었는데? 용건 없이 통화하는 거 불편하다.

 ‘그럴 일은 없을 듯.’

 앗, 써 놓고 보니 이 말은 너무 직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통신이 끊겼는지 메시지가 전송 안됨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정말 다행이다. 다시 써서 보내야지.

 ‘불편해.’

 전화가 불편하다는 걸 설명하려고 했는데 대화창을 보니 ‘그럴 일은 없을 듯. 불편해.'라고 두 개의 메시지가 연달아서 전부 전송되어 있었다.


 친하진 않았지만 아는 인맥도 날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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