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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릉밈씨 Feb 08. 2024

저 좀 내버려 둬 주세요 ①

 친하진 않았지만 아는 인맥은 계속 날아갔다.


 연휴가 줄이어 이어지던 어느 따뜻하고 행복했던 날. 그날도 나는 나와의 시간을 만끽 중이었다. 그 시간을 방해한 한 메시지.

 '뭐 하냐?'

 엄청 친하지는 않았지만 가끔 나의 치열했던 이혼 소송을 걱정하며 안부를 물어주었던, 같은 동창 모임에 속해 있는 친구였다. 메시지를 주고받다 보니 서로 가까운 곳에서 연휴를 보내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되었고 바로 만나 커피나 한잔하기로 했다. 둘이서 보는 건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던지라 조금 긴장도 되었다.


 "여자친구는 뭐 하길래 혼자 놀고 있었어?"

 - "아, 나 3주 전엔가 헤어졌어."

 "그렇게 오랫동안 사귀어 놓고?"

 뭐, 인연이 엇갈리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이 엇갈리게 되지. 그의 이별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이야기가 길어져 장소를 옮겨 저녁식사 겸 반주도 곁들이기 시작했다.


 "옛날이야기긴 하지만, 나 예전에 걔랑은 왜 헤어졌는지는 알아?"

 그는 이번에 헤어졌다는 여자친구 이전에 사귀었었던 여자친구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 옛날 여자친구는 내 친구, 즉 그는 이미 결혼해 다둥이의 엄마가 된 내 친구의 전 남자친구이기도 했다.

 - "아니 몰라. 물어본 적도 없어."

 내 친구랑 사귀었었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던 내게 그는 열심히 설명을 시작했다. 별로 궁금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시작되니 그저 잠자코 들어줄 수밖에 없었는데...


 "이야기를 너무 잘 들어주니까 내가 평소보다 말이 더 많아진다. 사실 예전 내 여자친구가 너 싫어해서 좀 어색한 게 있었는데....."

 그는 우리들의 학교 후배였던, 또 다른 전 여자친구 이야기를 시작했다.

 - "걔가 나를 왜?"

 "너가 새벽에 나한테 좀 그런 문자를 한 적이 었었잖아."

 - "어떤?"

 "나중에 만나서 얘기 하자는 문자."

 나는 우리가 만나서 이야기를 하던 시간 중에서 가장 많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 "그 때 우리 동창 모임 했을 때, 새벽에서야 끝났잖아. 집에 가려고 하는데 너가 나중에 우리끼리는 대화 못한 거 같다고 나중에 이야기를 나누자 했었잖아. 나한테 따로 할 말 있나 싶어서 집에 가면서 바로 나중에 만났을 때 이야기 하자고 한 건데?"

 - "그 문자를 보고 걔가 너 되게 싫어했었어."

 아 그랬구나. 거 참 말 많네. 내가 아는 전 여자친구라는 애들은 왜 이렇게 많고? (2명 더 있었다.)


 적당히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서서 집에 가는 길에 그가 물었다.

 "너는 남자 안 만나?"

 - "이혼녀가 무슨~."

 "이혼이 뭐 어때서? 우리 누나도 이혼했어."

 말은 고맙네.

 "내일도 쉬어? 내일 드라이브 안 갈래?"

 - "그래, 지하철 와서 바로 가볼게!"


 집에 가는 길에 다시 메시지가 왔다.

 '집에 잘 들어가. 집에 가서 연락해!'

 도대체 집에 잘 들어가라는 인사를 몇 번을 하는 거람. 나는 술기운에 너무 피곤해서 집에 가서 씻고 바로 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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