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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릉밈씨 Feb 21. 2024

저 좀 내버려 둬 주세요 ②

 다음 날 일어나서 생각해 보니 같이 드라이브 가기로 대답한 것이 맘에 걸렸다. 오픈된 공간도 아니고 차라는 밀폐된 공간에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랑 둘이 같이 앉아 있는다는 상상만으로도 낯가림이 찾아왔다. 고민하다가 어제 오랜만에 술을 마셔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 못 나갈 것 같다고 연락을 했다. 한 2시간 자고 일어났을까, 휴대폰을 보니 1시간 전에 이런 메시지가 와 있었다.


 '이제 몸 괜찮아? 지금 다른 친구랑 드라이브 가려고 데리러 가는데 너희 집 앞 지나가게 되어서 지금이라도 셋이 같이 안 갈 건지 물어봐.'


 1시간 전 메시지인지라 이미 알아서 지나갔을 것이라 생각하고 다음에 보자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 뒤로도 같이 놀자는 연락은 끊이지가 않았다.


 '영화 표가 생겼는데, 같이 안 볼래?'

 '한강에 같이 놀러 안 갈래?'

 

 맘에 들지 않았던 영화를 들이밀어서 거절하고, 한강에 벌레가 많아지기 시작할 때라 거절했다. 그리고 사실 왜 걔랑 영화를 보고 한강에 놀러 가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는 너무 많은 내가 아는 사람들의 전 남자친구였기에, (까먹었었지만) 그가 그 사실을 직접 상기시켜 주었었기에, 개인적으로 뭔가 친구로서라도 둘이 친밀하게 지내기가 뭣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놀자는 연락이 왔을 땐 이전 <35살에 절교선언을 받다> 글에서 썼었던 핑계를,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잃었던 마음의 안정을 찾으러 당분간 LA에 가서 지낼 것이라는 거짓말을 여기서도 알차게 써먹었다. 가서 잘 놀고 오라는 대답을 확인하고 이제 그만하겠지 했는데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었다(?)


 LA 출국 당일 또다시 잘 다녀오라는 인사가 DM으로 왔을 때 계속되는 그의 인사 뇌절에 신경질이 나기 시작했고, 읽씹 했음에도 LA 도착 당일 잘 도착했냐는 DM이 왔을 때 결국 난 화를 내버렸다.


 '너 나한테 무슨 용건 있어? 할 말이 있어서 계속 연락하는 거야?'

 - '아니? 딱히 없는데'

 '용건도 없이 연락하지 마.'


 몇 주 지나지 않아 그의 인스타그램에 새로운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사진이 빈번하게 올라오는 것을 보며 이제 정말 연락 없겠지 하고 한시름 놓았다. 그런데 그즈음 그의 절친한 친구로부터 뜬금 연락이 왔다.

 '잘 지내? 남자 너무 거부하지 말고 만나고 그래. □□(계속 내게 연락하던 그)는 여자친구 생겼어.'

 내가 무슨 남자를 너무 거부했다고 그래. 저에 대해서 뭐 아세요? 지 친구 새 여자친구 얘기는 왜 하는 건지,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자빠졌어.

 - '내가 남자를 거부하는 게 아니고 내 눈에 남자로 인식되는 주변 사람이 없어. 잘생기고 멋있으면 내가 들이댈 거야.'

 얘한테도 화를 내버렸다.


 그로부터 1년이 조금 지나지 않았을 무렵, 그 새로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하게 되었으니 밥이라도 얻어먹으러 오라는 당사자의 연락을 오랜만에 받게 되었다. 이젠 용건 가지고 연락하네. 그런데 식이 바로 일주일 뒤던데 이런 메시지 나부랭이만으로 결혼식 초대를?!


 됐고 그냥 저 좀 내.버.려.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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