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까지 정말 딱 한 달이 남았다. 작년 12월 크리스마스를 조금 더 특별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에 그 전년도에 구경하던 요리 블로그에서 보았던 페르벨리니의 팡도르 생각이 나서 검색을 하다가 이태리에서 각종 식재료를 구매할 수 있는 네이버 스토어를 발견했다. 몇년 전부터 일반 소비자들의 미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마켓컬리같은 발빠른 곳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선물하기 좋은 이태리 전통 빵을 판매한다. 화려하고 예쁜 포장에,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선물로 딱 좋아 나도 여러 번 선물을 했었고,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기분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매번 선물만 했지 내것을 사 본적은 없어 무엇을 고를까 고민을 하다 팡도르는 그래도 접해본 빵 이지만 오펠라도로는 처음 보는 것이라 크리스마스라 기분을 내고 싶은 마음에 결제를 하고 기다리는데 판매자분께서 먼저 연락이 오셨다. 그 당시만 해도 코로나로 비행 스케줄이 밥먹듯 바뀌고 있었는데 크리스마스를 위해 구매한 것을 어떻게 아시고 그 전에 도착하지 않을까 연락을 주신 것. 주문을 취소하는 방법과 한국에 먼저 수입된 파네토네를 대신 보내주시는 방법을 제시 해 주셨고, 너무나 사려깊고 친절하신 판매자분께 반해 파네토네를 부탁드려 안전히 크리스마스 전에 커다란 선물 상자 안에 거대한 파네토네가 배달되었다.
이탈리아에서는 파네토네가 판매되기 시작해야만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된다고 한다. 파네토네는 밀라노 지역의, 팡도르는 베로나 지역의 대표 빵이라고 하는데 어떤 기사에서는 이 두 가지 중 어떤 것을 구입할 것인지가 이탈리아인들의 크리스마스 딜레마라고 하더라. 파네토네는 건포도와 건과일을 넣고 만든 돔 형의 빵이고, 팡도르는 버터, 밀가루, 계란, 설탕으로 만든 높은 8개의 꼭지점을 가진 별 모양의 빵이다. (영어 기사에는 nothinig crazy like candied fruits 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면 건과일에 대한 호불호는 외국에서도 마찬가지 인듯) 우선 이 빵들을 알게되었을 때 내가 가장 놀랐던 점은 두 가지 빵 모두 방부제를 쓰지 않아도 유통기한 shelf life이 엄청나게 길더라는 것인데 상온에서 파네토네는 무려 4-6개월, 팡도르는 45일이며 천연효모 발효의 힘이라고 한다. 유통기한은 브랜드마다 다른 것 같고 물론 저만큼 오래두고 빵을 먹게되지는 않겠지만 제일 신기했던 점. 여럿이서 모여 한번에 먹지 않는 이상 두개의 빵 모두 한번에 먹기는 매우 무리라 건조해지지 않도록 원래의 봉지에 잘 넣어 밀봉해 보관하고 여느 식품과 마찬가지로 가능하면 빠른 시간에 소비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팡도르를 구매하면 친절히도 'do not throw the bag' 라고 비닐봉지를 챙긴다. 하긴, 저 큰 빵이 자기 봉지가 아니면 들어갈 곳도 흔치 않겠다.) 천연효모 발효 빵은 한국에도 많은데 왜 쟤네만 저렇게 특별한가 궁금했는데 빵을 구매해서 봉지를 열어보면 확실히 의문이 풀린다. 파네토네와 팡도르 모두 아주 독특한 향이 나는데, 파네토네의 건과일 혹은 그 안의 브랜디 향인가, 했는데 밀가루,계란, 버터,아이싱슈가,이스트, 바닐라만 들어간 팡도르에서도 비슷하게 한국에서 판매하는 빵에서는 나지 않는 굉장히 복합적이고 이국적인, 방부제를 써서 오래가는 빵과는 다르게 아주 특별한 향이 난다. 식감또한 다르다. 한국에서 인기있는 프랑스 , 일본식의 빵과는 다르게 쫀득한 식감은 전혀 없는 가볍고 부드럽지만 질긴(질기다는 표현은 파운드케익처럼 부서지는 식감이 아니라는 뜻), 약간의 촉촉한 느낌이 나는 스펀지 질감이다. 장인이 만든 파네토네는 방부제를 사용하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되며, 30시간에 걸쳐 천천히 발효과정을 거친다는데 a long and balanced sourdough proofing 약 20%를 차지하는 버터 덕분으로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준다고 한다. 나는 파네토네와 팡도로에서 나는 이 독특하고 풍부한 향이 크리스마스 시즌과 더없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이부분도 호불호는 있을 것 같다. 간단한 재료가 들어간 팡도로에서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간단한 식사빵과는 완전히 다른 향과 맛이 나기 때문이다.
파네토네에는 건과일이 들어간다. 엄마는 상당한 빵순이라 크리스마스에는 슈톨렌과 파네토네가 있었다만 파네토네는 집에 있어도 건포도를 골라내고 대충 먹었던 빵 이었다. 이 점 때문에 이탈리아에서도 파네토네파와 팡도르파가 나뉜다고 하는데 커다란 돔 모양의 갈색 파네토네를 잘라보면 아주 진한 황금빛 빵 속에 고르게 기공이 퍼져있고 건과일들이 박혀있다. 좋은 파네토네의 필수조건은 빵을 뜯어보면 부서지지 않고 모짜렐라처럼 뜯겨져야 한다는, 내가 파네토네를 구입한 델라쿠치나에서는 닭가슴살처럼 결대로 찢어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위에서 말했던 질긴 식감이라는 것은 이런 특징 때문이지 씹기에 불편하다는 뜻은 아니다. 팡도르는 커다란 별모양 빵이 담긴 봉지 안에 동봉된 슈가파우더를 넣고 흔들어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 독특한 모양으로 서빙할 수도 있는데 아주 기본적으로 보이는 재료들 이지만 페르벨리니의 팡도르를 실제로 맛보면 요구르트같은 향과 달콤함이 느껴졌다. 이 두가지 빵에 대한 설명을 보면 촉촉하고 보드랍다고 하는데 한국인의 기준과 기대로 빵을 기대하면 막상 처음 먹었을 때는 촉촉과 부드러움이 내 생각과는 다르다는 느낌이었다. 이탈리아에 처음 갔을 때 조식 부페에 가득 쌓여있던 그 맛있어 보이던 빵들이 생각보다 퍽퍽해서 살짝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선하다. 아, 나는 유럽의 빵이 상상초월로 맛있을 줄 알았는데 쫀득쫀득한 빵의 식감을 좋아하던 나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점도 없지 않았다. 나는 일본식 빵을 가장 좋아해서 가볍고 쫀득하면서 섬세한 식감에서 나오는 촉촉함이 빵의 촉촉함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탈리아의 빵의 촉촉함은 일본식 빵보다 밀도가 높고 무겁다. 일본의 빵이 섬세하다면 이탈리아의 빵은 복합적이고 풍부하다. 일본 카스테라 같은 가볍고 폭신한 부드러움이 아니라 무게감이 느껴지는 부드러움이다. 내 개인적인 취향에서는 이 두가지 빵의 매력은 질감이 아니라 향 이었다. 파네토네와 팡도르에 대해 자료를 찾아보면 설명할 때 촉촉함, 부드러움에 대해서 많은 설명이 있었지만 오히려 나에게는 질감이 아니라 다른데 매력이 있었다. 아무리 맛있는 프랑스, 일본빵을 먹어보았어도 경험할 수 없었던 향이 파네토네와 팡도르의 가장 큰 특징이다.
후각 신경을 통해 뇌로 들어온 정보는 다른 감각과는 다르게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로 직접 전달되기 때문에 향기는 다른 감각 정보보다 강력하게 과거의 경험을 상기시킨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길고 긴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 삼순이가 다니엘 헤니에게 말했던 마들렌은 그 맛이 아니라 향 때문에 어린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것 이었다. 시각, 청각적 자극또한 후각신경과 마찬가지로 어떤 사건을 상기시키는 작용을 하지만 후각은 기억에 감정을 덧 입힌다고 한다. 진화론적 설명에서 보았을 때 후각을 통한 정보가 뇌에 각인될 때 감정과 깊은 영향이 있으며, 이것이 생존 본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사슴이 사자의 냄새를 기억할 때 공포감과 함께 그 정보를 저장하며, 그 냄새를 맡았을 때 즉각적으로 과거의 경험과 감정을 기억하기 때문에 생존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설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감정적인 사람이라 지나치게 감상적이 되는 것을 막고자 이런 저런 글을 읽을 때가 많은데 때로는 인간이 느끼는 감정의 영역의 과학적 설명을 보았을 때 한편으로는 조금 서글퍼지기도 하더라. 특정 향기를 맡으면 엄마 생각이 나는데, 그것이 생존 본능과 관련된 것이라 생각하면 감정이 덧 입혀진 내 기억에 찬물이 끼얹어지는 것 같달까, 반대의 경우도 있었지만 말이다. 올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지막 책이 드디어 완간이 되었다는데 매년 시도하지만 매년 완독에 실패하는 책이다. 완독은 커녕 첫번째 책 한권을 다 읽는 것도 고역이더라, 워낙 난해해서 말이다. 잠시 이야기가 딴 길로 새었지만, 다시 빵 이야기로 돌아와서. 내가 파네토네와 팡도르를 처음 접했을 때의 그 느낌을 기억하고, 다시 크리스마스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던 가장 큰 이유가 다시 한번 그 기억으로 돌아가고 싶어서라는 것은 특별한 향기 때문이었기 때문은 확실하다.
Davide Longoni 의 파네토네는 매우 커다랗고, 예쁜 상자에 담겨 배달되었다. 장인이 만든 파네토네는 보통 매우 아름답게 포장되어 판매되고 일부 제품은 명품 브랜드와 협업해서 화려한 파네토네를 선보이기도 한다. 처음 Perbellini 의 팡도르에 관심을 가졌던 것도 예쁜 포장 덕분인데, 두 제품 모두 테이블 위에 두는 것 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되었다. 한참 코로나가 심할 때였고, 워낙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해 괴롭지는 않았지만 내 손으로 트리를 골라 장식하고, 크리스마스 식사를 준비하고, 좋아하는 꽃을 사 장식하는 것 외에 또 다른 새로운 것을 크리스마스에 즐기고 싶어 무엇을 사 볼까 검색을 하다 델라쿠치나를 발견했다. 파네토네를 받아보고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곧바로 다시 주문을 했는데 페르벨리니의 오펠라도르 사이에서 고민하다 파네토네와 팡도르가 크리스마스의 양대산맥이라고 하기에 팡도르는 새해 첫 날 먹을 요량으로 구매했다. 나는 건과일은 좋아하지만 건포도를 좋아하지 않아 건포도가 들어간 빵은 모두 골라내고 먹다가 혼이나곤 했기 때문에 건포도가 들어갔다는 설명에 걱정을 했었는데 완전한 기우였다. Davide Longini 의 파네토네 속 건과일은 그냥 말린 과일을 반죽안에 넣고 구워낸 빵이 아니라 그 안의 건과일 하나, 하나를 최상의 퀄리티로 선별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냥 대량 생산된 건과일을 빵에 넣은 것이 아니라 이 파네토네를 위해 만들어진 건과일이라 느껴졌다. 건과일을 씹었을 때 과육의 향이 기분좋게 극대화되는 매우 훌륭한 건과일이었고, 건포도가 싫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고 하나도 골라내지 않고 끝까지 맛있게 먹을 정도로 훌륭했다. 빵이 맛있고, 촉감이 좋은 것은 둘째치고 싫어하는 재료가 들어간 음식이 매우 맛있었다는 것이 신기했는데, 왜 장인의 파네토네라는 설명으로 이 파네토네를 선별하셨는지를 알 수 있었다. 빵을 보내주시면서 오븐을 100도에 맞추어 10분 가량 데워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알려주셨는데 데워먹어도, 그냥 먹어도 모두 좋았다. 파네토네는 그 자체가 완성이라 커피 한잔과 함께라면 다른 것과 곁들일 필요가 없었고 팡도르는 주로 과일이나 다양한 크림과 곁들여 먹는다는데 그냥 빵 자체만 먹어도 좋았다. 올해는 어떤 파네토네가 좋은 평을 얻고 있는지 궁금해서 기사를 찾아보다가 파네토네와 마스카포네 크림을 곁들이는 것을 추천하는 글을 읽었는데 한번 시도해볼 예정이다. 크리스마스의 브런치와, 한껏 힘을 주어 차려낸 저녁상 (그래봐야 스테이크에 감자구이, 샐러드 정도 이겠다만)도 좋았지만 풍성하게 꽃병을 채운 장미와 향기로운 파네토네에 커피 한잔을 완전히 늘어져 게으르게 뜯어먹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이 행복하고 풍요로웠다.
이탈리아에서 손꼽히는 파네토네가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나는 올해도 델라쿠치나에서 선별하신 파네토네를 주문 할 것이다. 원래도 비싼 가격의 빵 이지만 큰 상자의 부피 때문에 국제배송비까지 더해지면 상당한 가격이 된다. 빵 하나에 웬만한 호텔 베이커리 케익 이상의 금액을 주고도 구매할 가치가 있겠는가, 하는 질문에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충분히 그 가격을 지불하고 경험 해 볼 만한 훌륭한 가스트로노미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음식이라도 그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고 먹을만한 가치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 또한 이유 occasion 에 따라서도 다를 것이다. 음식을 먹는 분위기가 좋아서, 요즘 미식가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곳 이라서, 아니면 프레젠테이션이 멋있어서, 혹은 그 다른 이유로 똑같은 음식이라도 그 배의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치열한 예약 대기를 뚫고 음식을 먹으러간다. 내가 델라쿠치나의 파네토네를 구매하고 싶은 이유는 먹는다는 행위 그 자체 이상의 경험의 폭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사라지는 요즘의 문화는 새롭고 다양한 것을 경험할 수 있게 하지만 역사와 전통, 그리고 그 깊이가 그리워지는 순간이 있다. 장인정신으로 빚어낸 문화를 접하고, 그 의미를 글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껴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내가 지불한 금액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겨우 1년차라 파네토네가 얼마나 맛있는 빵이고, 얼마나 다양한 맛과 수준을 경험할 수 있는지 나는 잘 모른다. 다만 크리스마스 아침 조용히 빵 봉지를 열어보니 아주 풍성한 향기가 났고, 그 향기가 궁금해서 여러 글을 찾아 읽어보았고, 새롭게 알게된 내용을 좋은 커피와 함께 상대방과 나눌 수 있었던 그 순간은 참 기분 좋았던 기억으로 남았다. 빠르게, 효율적으로 살고있는 문화 속에서 원칙을 고수하며, 느리더라도 정성을 다해, 정확하게 가는 길을 잊지 않고 되찾아 가고싶은 마음을 잊지않을 수 있었고 한 끼를 먹더라도, 간식 한 번을 먹더라도 내가 좋은 생각을 하게 해 줄 수 있는 경험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똑같은 빵을 다른 사람을 통해 소개받았다면 지금 느끼는 것과는 달랐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뭐, 촉촉하다더니 그 정도는 아닌데? 충분히 그랬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빵은 오븐에서 갓 나온것이 가장 맛있다. 하루만 지나도 그 전날 맛 같지 않다. 맛 만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경험의 측면에서 보자면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델라쿠치나는 이탈리아에 거주하시는 부부가 운영하시며 우리나라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현지의 재료들을 소개하는 스토어이다. 먹을 줄만 알지 요리는 그냥 내가 먹을 음식 정도 하는 수준이다보니 처음들어보는 신기한 식재료도 많고 그 재료는 어떻게 쓰는 지 모르는 것들이 많다. 물건 하나, 하나의 설명을 찾아보면 아 정말 이것을 좋아하셔서 선별하셨나보다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게 홀린듯이 장바구니에 담다보면 깜짝 놀랠 금액이 나온다. (물론 아직 다 사먹어 보지는 못했다만 천천히 먹어 볼 예정이다.) 해야 하는 일 이라서 하는 사람과 정말 좋아해서 어떤 일을 하는 사람만큼 구분하기 쉬운 것도 없다. 당연히 후자의 쪽은, 잊혀지지 않고 오래오래 기억되고 내가 그 물건, 혹은 그 경험을 생각하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델라쿠치나의 파네토네를 찾기 위해 11월부터 밀라노 곳곳의 여러 브랜드의 파네토네를 찾아 일주일 가량 발코니에 두시며 빵의 질감을 실험하신 후 가장 좋은 제품을 고르셨다고 한다. 그 빵을 만드신 분이 어떤 분 이신지, 얼마나 큰 애착을 가지고 빵을 굽는 분 이신지 진심을 다해 전해주시고자 하는 설명을 들었을 때 빵을 먹으면서 행복하고 좋았던 기억에 감동이 더해졌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것이 나의 크리스마스 전통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물건을 주문했을 것을 걱정하시고, 만일의 경우를 모두 배려 해 주시고 먼저 연락을 해 주시지 않으셨다면 기다리다 물건을 취소 했을 것이고, 설레는 마음으로 크리스 마스 아침에는 파네토네를, 1월 1일 아침에는 팡도르를 먹을 기대에 가득차 커피 한잔을 내리고 선물같은 상자 속 빵을 꺼내면서 느꼈던 그 기쁨을 누리지 못했을 것 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어떤 어드벤트 캘린더를 고르고, 어떤 빵을 주문 해 볼까 고민하는 즐거움을 몰랐을 것이고 매년 똑같은 하루를 어떻게 특별하게 보낼 수 있는지, 우리만의 작은 크리스마스의 전통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채 매년 크리스마스를 보냈을 지도 모른다. 내가 언제까지 크리스마스가 되면 들떠서 내가 하고싶은 것을 가득 하며 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아마 델라쿠치나의 파네토네를 만나기 전의 나의 크리스마스와 그 이후의 크리스마스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것이다. 좋은 옷을 입고, 요즘 가장 잘 나간다는 레스토랑에서, 여유로운 사람들 틈에서 하루 정도는 굉장히 화려하고 멋있게 보내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과, 내게 소중한 공간에서, 따뜻하고 의미있는 생각과 말을 나누며 보내는 하루가 되었으면, 생각을 한다. 별일이 없다면 아마도 앞으로 50번은 더 올 나의 크리스마스에 매년 델라쿠치나의 친절함을 떠올리며 감사할 것이다. 느리고 번거롭더라도 정성을 다해서, 사소한 부분에도 성의를 담아, 나는 그런 삶을 살아가고 싶다. 올해는 새로운 파네토네를 업데이트 하실 예정이신것 같았는데 매일 언제 업데이트가 되려나 들어가보며 기대중이다.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테이블에 앉아 향긋한 빵 한조각을 앞에두고 크리스마스 아침 느꼈던 풍요로운 크리스마스를 보내려면 얼른 새로운 파네토네도 업데이트를 해 주셨으면 좋겠다. 행복은 마음을 다해 구하는 만큼 깊이, 그리고 지속적으로 삶에 함께한다. 올 해가 지나면 또 한살이 먹는다는 생각에 울적해질 나이가 되었음에도 별 생각 없이 행복한 마음으로 크리스마스를 기다릴 수 있어 감사한다. 모두에게 따뜻하고, 풍요롭고,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며, ad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