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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휘찬 Apr 06. 2024

[일본 소도시 여행] 종전 후 일본 자위대 - 철고래관

일본의 전쟁 후 기억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들을 가진 채로, 야마토 박물관을 나섰습니다. 다행히 날씨는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아서 도보로 이동하려고 했던 원래 계획대로 이동하기로 합니다. 야마토 박물관 앞에는, 실제 야마토 전함의 크기를 본떠 만든 거대한 공원이 있다고 해서 중간에 잠시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바닥에 화살표 같이 생긴 것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게 바로 닻인데요, 이렇게 야마토 전함의 선수 쪽 갑판의 절반을 실제크기로 재현해 놓았다고 합니다. 막 웅장하다거나 그런 느낌은 없었고, 오히려 을씨년스러운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그래도 역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야마토 박물관에 오신 김에 살짝 둘러봐도 좋겠습니다.


  사진 저 멀러, 자그마하게 보이는 잠수함이 보입니다. 실제 일본 해상자위대에서 운용하다가, 퇴역 이후 박물관의 역할을 하고 있는 해상자위대 구레 사료관(海上自衛隊呉史料館)입니다. 철의 고래관(테츠노쿠지라, てつのくじら)이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돌고래의 모양을 한 잠수함을 가리키는 말이겠지요.

  이 잠수함은 실제 1985년 취역하여, 2004년에 퇴역한 '아키시오(あきしお)'의 실제 본체로, 해상자위대의 협조를 통해서 박물관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합니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뒤쪽에 3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이 있고, 그 건물의 3층과 구름다리 형식으로 연결되어 있어 실제 내부를 관람할 수 있도록 동선이 짜여 있습니다.

  야마토 뮤지엄에서 작은 도로하나만 건너면 바로 이렇게 입구가 보입니다. 입장료는 무료이니까, 관심 있으시다면 한 번쯤은 둘러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야마토 뮤지엄과는 달리 전쟁에서의 희생을 강조하고 있지는 않아서 개인적으로 마음은 더 편했습니다. 대부분이 전쟁 이후 해상자위대의 존재와 소해활동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거든요.

  '소해(掃海)'란, 바다에 떠있는 기뢰(機雷)를 제거하는 것을 뜻합니다. 기뢰는 쉽게 말해 바다에 떠있는 지뢰 같은 녀석들인데, 그 주변을 지나가는 함선이 이를 건드리면 폭발하는 무기였습니다. 태평양 전쟁 도중 일본의 전쟁수행 능력을 고사시키기 위해서 연합군에 의해 설치된 수많은 기뢰들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위협적인 존재였습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이런 기뢰들을 제거하는 소해작전의 능력을 중심으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1층과 2층은 이러한 해상자위대의 소해활동에 대한 여러 자료들과 실제 기뢰, 그리고 기뢰를 없앨 때 사용하는 여러 장비들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전쟁 미화는 없었고, 전쟁 이후 민간 함선들의 통행을 위해 여러 소해작전을 펼쳤다는 점을 홍보하는 느낌이었습니다.

  3층을 통해 구름다리를 건너 이동하면, 이렇게 실제 아키시오의 잠수함 내부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잠수함이 좁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서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었는데, 실제로 들어와 보니 정말 좁디좁았습니다. 물론 183cm의 거구(?)인 저로서는 머리도 자주 부딪히는 수준이었습니다.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니.. 우리나라 해군 잠수함 승조원 지원률도 많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하는데, 정말 이런 공간에서 한 달 넘게 생활해야 한다고 하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최전방이나 이런 소형 함정에서 복무하는 국군 장병들에 대한 예우가 좋아져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나름대로의 존경심까지 생겨났습니다. 저도 작은 전차를 탔지만, 전차야 언제든 내릴 수 있으니까요.

  함장실도 보고, 이후 전투정보실로 이동했습니다. 여기엔 어떤 노신사분께서 안내를 해주셨는데, 퇴역하신 해상자위대 잠수함 승조원 출신이시라고 합니다. 은퇴 이후에 여기에서 안내 역할을 맡으셨다고 했는데, 제가 한국 육군 장교출신이라고 밝히자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러던 중 그분이 몇 가지 저에게 물어보신 내용이 있었습니다.


  "한국 젊은이들은 일본에 대해서 안 좋게 생각하지요?
확실히 안 좋은 일을 많이 했으니까..."


일본 자위대 출신인 분이 이렇게까지 말해주니 저도 조금은 놀랐습니다. 그래서 저도 예의를 지켜가는 선에서 더 말씀을 드렸습니다.


  "사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많은 일들이 있었으니까요. 일본 젊은이들 중에서도 혐한파들도 있지만, 그래도 결국 이웃나라로서 과거를 함께 잘 정리하고 미래의 일들도 잘 정리되게 하면 좋겠습니다."


  이런저런 대화 이후에, 저에게 명함까지 주시면서 언제든지 궁금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으면 이메일로 연락을 달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아직은 연락드리지 않았지만, 이후 논문을 쓰거나 공부를 할 때 필요한 자료등이 있으면 연락드려보려고 합니다.

  이후, 쿠레역과 함께 이어진 유메타운 쇼핑몰에서 고메다 커피를 발견해서 들어왔습니다. 1월 말의 추운 겨울날이었지만, 박물관을 2개나 종횡무진하다 보니 평소 땀이 많던 저로써는 땀을 식히면서 휴식할 장소가 필요했거든요. 여기에서 박물관에서 샀던 도록과 자료들을 한번 훑어보면서, 아이스커피로 속을 달랬습니다. 

  도보로 구레역을 한 번 구경한 이후, 1일 차의 숙소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구레역에서 수십 명의 해상자위대원들도 만났습니다. 자기들끼리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생도 시절 동대구역에서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눴던 생각도 떠오르고 좋았습니다. 아마도 휴가를 나가는지, 히로시마 방향 기차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국적으로 떠나, 군인들에게 휴가란 존재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어서 나름 공감대(?)를 나눴습니다.



이제, 계속해서 일본 소도시 여행의 박차를 가하면서 나아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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