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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휘찬 Apr 11. 2024

투표 결과와는 별개로, 국민 수준이 참 한심하다.

국민이 권력을 행사할 자격에 대하여.

  바로 어제 있었던 총선에서, 야당이 크게 앞서면서 정치판도가 다시 움찔거리고 있다. 뭐 경제가 어떻고 의석수가 어떻고, 온통 그런 이야기들로 인터넷과 언론은 시끌벅쩍하게 떠들어대고 있다. 


  내 개인 정치색을 밝히고 싶지만, 그렇다면 또 이 대혐오의 시대에서 방구석 종자들이 기어 나와 낙인을 찍어댈지도 모르기에 차치하고, 그것보다는 요 며칠 느끼게 된 우리 국민 수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좌파고 우파고, 진영을 떠나 이렇게나 수준 낮은 국민들을 본다는 것은 정말 괴로운 일이다. 정책, 경제, 외교, 안보, 국제정세 등에 대한 치열하고 피 터지는 토론, 그리고 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으면서 다양한 논의들이 촉발되기를 바랐다.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좌파 / 우파를 가릴 것 없이 네가 잘났네, 내가 잘났네 온통 수준 낮은 시정잡배에 불과한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더 웃긴 것은, 그런 이야기를 늘어놓고 자신이 굉장히 신념 있고 정치에 깨어있는 민주시민이라고 생각하는 그 착각과 망상이 정말 한없이 웃길 뿐이다. 기껏해야 한다는 논쟁들이 대파, 디올백, 자녀 입시비리, 과거 치부 들춰내기일 이야기들만 주저리주저리 써놓고, 마치 고고한 것처럼 똥 같은 글을 싸지른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더니, 깊이 있는 내용은 없이 대파나 흔드는 야권 지지자나, 상대방의 자녀 입시비리에만 목숨 걸고 재판관 놀이나 하는 여권 지지자나 하등 누가 더 심각한 상태인지 장기자랑이라도 하는 것 같아 보여 숨이 막힌다.


  각종 SNS나 뉴스기사를 보아도, 팩트로 다투는 댓글은 거의 없다. 여권은 이제 빨갱이 나라가 되었다며 탄식하고 공연히 분노할 뿐이고, 야권은 탄핵이 어떻고 정권심판이 어떻고 정의가 어떻고 하면서 짖어대기 바쁘다. 


  사실 나라고 왜 개인적 감정이 없고, 왜 정치적 의견이나 스탠스가 없겠는가. 나라고 왜 부족한 부분이 없겠는가. 나라고 뭐 정치, 경제, 사회에 통달해서 모든 정치적 사안을 다 알고 있겠느냐고 자신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적어도 공부는 하자. 민주주의 좋아하는 민주 시민 여러분들아.


그래서 나와는 정치적 의견이 다른 이를 만나서도, 서로 뜨겁게 논쟁하고 근거를 가져오고, 머리를 맞대자. 그래서 함께 대화와 타협을 하고, 서로가 눈에 불을 켜고 건강한 견제를 하자.


  타 후보 가족사나 터는데 집중하는 재판관 놀이도, 좋다고 대파나 흔들면서 조롱하는 행위도. 그런 멍청한 짓에서 제발 깨어나서 진정한 의미의 성숙한 민주주의 시민이 되기를, 감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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