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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i cho Jun 20. 2023

인프제 엄마와 인팁 개딸의 대화

재난문자에 대처하는 p와 j의 자세

우리 엄마는인프제다. 꽤나 높은 n 력을 가지고 있는데 오늘 재난 문자를 받고 맨발로 뛰쳐나가질 않나



"너랑 아빠 출근하고 미사일 날라오면 우리 어디서 만날까?"

"... 그냥 각자 피해있는 게 낫지 않을까? 만나려다가 다 죽을 거 같은데"

"헉 그럼 우리 이산가족 되는 거야? 뿌엥.."

"... ㅋ"

"그럼 우리 나중에서라도 만날 장소를 정하자. 00역 개찰구? 응? 응? (대답을 들을 때까지 확인하는 편)"

"그래.. !(그걸 지금 왜정 하는데) 나 출근한다~"



이런 엉뚱한 대화에 나를 기꺼이 초대한다.



나도 인팁 주기능 Ti보다 Ne Ni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오는 편이라 엄마와 대화하다 보면 저세상 대화를 하느라고 3~4시간을 훌쩍 보낸다


엄마는 진짜 여리고 소녀감성을 갖고 있는데.. 나는 소녀감성을 가진 마동석 같은 느낌이라 엄마랑 대화하다 보면 나까지 몽글거릴 때가 많다. 가끔 슬픈일화 얘기하면서 울기도한다. 하지만 내가 좀 피곤하고 안 좋을 때는 아 몰라 듣기 싫어를 시전할 때도 많다. 하하하





얼마 전에는 엄마가 지인 가게를 도와주는데 거기에 내 또래 여자 직원이랑 나이 있으신 직원이랑 싸움에 대해서 썰을 풀어주는 거다.


내 또래 여자 직원-A

나이 있는 직원-B


A가 가게에 4년 정도 일을 했는데 그동안 남자친구가 수십 번이 바뀌었다고 엄마가 뒷담 아닌 뒷담을 깐 적이 있었다.


물론 나는 듣기 싫었다. 나또한 남성편력이 좀 있는 편이다.. 남자친구를 제대로 소개시켜준적이 없는데 남자친구를 자주 갈아치우는 걸 엄마도 많이봐왔다. 

그렇다고 내가 문란하고 못된 빗취냐 라고 묻는다면.. 난 사랑에 진심인 여자다.


나를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내가 빗취로 보일 수도 있지만 알 바 아니고, 나라도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으려고 늘 조심하는 편이라 엄마의 언행이 좋게 들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엄마한테 몇 번 주의를 줬다.

편들어주지 않아서 서운해하는 눈치였지만 


"나도 그 여자처럼 밖에 나가서 그런 시선으로 안 좋은 취급 받는다고 상상하면 엄마 속상하잖아 그래서 조심해달라는거야 "


라고 했더니 엄마도 이해하는 것 같았다.





며칠뒤 씩씩거리면서 엄마가 또 새로운 썰을 갖고 식탁 맞은편에 앉았다. A와 B가 싸우게 되었는데 B가 A 들으라는 식으로 남자 후리고 다니고 부모가 어떻게 키웠길래 그렇게 행동하냐고 앞담을 깠다는 거다...!


오오 흥미진진하다.


그런데 엄마의 반응이 의외였다. 엄마가 B한테 극대 노를 하면서 딸같은 애한테 그런 말을 어떻게 하냐고 뭐라고 했다는 것이다...!



근데 난 엄마의 반응에 조금 냉소적이였다.. 엄마도 속으론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 아닌가? 

뭐가 다르지? 

말로 표현한 건 물론 무례하긴 하지만 엄마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싶어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뱉어버렸다.


근데 엄마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이미지 관리하는 거야?


별생각 없이 말했는데 말해놓고 아차 싶었다. 엄마의 예민한 부분을 건들였던 것이다.

엄마는 크게 화나서 나한테 알수없는 말들을 쏟아냈다. 


난 또 참지못하고 조목조목 따지고 들기 시작했다. 




"이미지 관리하는 게 나쁜가? 나쁜 거 아닌데 엄마 혼자 세상 좋은 사람이고 싶어 하는 게 욕심 같아 보인다는 거지 엄마가 만약 그걸 지적하고 화내고 싶었으면 나한테 험담 하지 말았어야 했고 A에 대한 안 좋은 인식 없이 했어야 한다고 생각해.

차라리 엉~ 그래! 이미지 관리한다! 너 앞에서 뒷담도 못하냐! 말로 뱉는 게 더 나쁜 거 아니냐?라고 말했어도 그러네 맞지 하고 넘어갔을 텐데 엄마가 나한테 뒷담 한 것도 까먹고 B한테 극대 노한걸 집 와서 얘기하면서 또 감정을 쏟아내는 게 난 피로하다는 거지"



" 난 어쨌든 말로 표현안했고 너또래인 애니까 더 신경써서 잘해줄려고하고 내 나름 편들어준건데 그렇게 나를 매도해서 속이 후련하냐?! 

갑자기 전남친 얘기를 꺼내기 시작 (?) 너 헤어졌다고 나한테 히스테리 부리지마라~ (이게 내 치명타라고 생각했나봐 울엄마가..  근데 어쩌지 그거 내 치명타아닌데~ 메롱) 어쩌구저쩌구 기억이 잘 .. "



" 내가 말했지 않았냐 밖에 나가서 남자 좀 만나고 옷 좀 야하게 입는다고 사람을 싸잡아서 욕하는 사람이 얼마나 멍청하고 무식해 보이는지 직접 봤으니까 이제 앞으로 그런 생각조차 않도록 해달라는 거지.."

나도 콕콕 집어서 지적 안 하려고 할게.. 근데 자꾸 그런 게 보이는걸 어떡해...!

미안해 정곡을 찔러서....








우리엄마는 참 투명해서 본인이 말해놓고 맥락이 안맞으면 와랄라~! 하면서 붕괴된다... 

나도 투명하지만 엄마는 개복치같다... 


옛날엔 그런 엄마가 너무 싫어서 하나하나 다따지고 들었는데 진짜 내 집념도 대단했다 ! 지금은 그렇게 하라고해도 말하다 지쳐서 포기할때가 다반수인데. 


그리고 이렇게 글로 써보니 우리 모녀.. 진심 티격태격하는 수준이 20 대커플같다!!

엄마랑은 싸우다가도 깨볶고 난리난다. 


둘다 n력이(상상력) 상당해서 서로 망상하고 키득거리는 망상메이트가 없는게 꽤나 허전해서 그런걸까?


아무튼 엄마는 정말 볼수록 신기한 사람이다. 어떻게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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