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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없는 전업주부 Jul 20. 2022

내 딸은 전업주부로 키우기 싫어

비록 나는 전업주부이긴 하지만....

아이의 성별을 알게 되었다.

딸이라고 한다.

휴우


한숨부터 쉬어졌다.

남편은 걱정이 많아졌다.


독립적이고 주도적이며

자존감 강하면서도

자기 일을 끝까지 놓지 않는

그런 여성으로 키워낼 수 있을까..


그런 여성으로 키워내고 싶다.


결혼 지옥에 나온 의존적인 아내를 본 게

너무 잔상에 남는다.

아무리 성장기 결핍이 있었더라도

저렇게까지 의존적일 수 있을까...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하면서도

속상하다.


이제 나에게도 딸이 생겨서 그런지

세상에 독립적으로 우뚝 설 수 없는

성인을 키워낼까 봐 난데없는 책임감도 생긴다...


그러면서 거울을 보게 되면

나라고 뭐 다를까 싶기도 하다.

10년이나 누렸던 내 직함과 명함.

내 일을 하면서 나는 가장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에 비하면 나이가 들수록 왜..

점점 주체성을 잃어버리는 걸까


어찌어찌 살다 보니

내 일을 포기해버린

전업주부가 되어버렸는데


욕심이겠지만

내 딸은 나와 같은 길을 걷지 않길


솔직한 심정으로

욕을 먹게 되더라도

정말 진심으로

 딸은

전업주부로 키우고 싶지 않다...


가정과 살림과 육아가 주는 기쁨 큰 거 아는데..

내 명함이 주는 자존감을

명성? 사회적? 조직? 이 주는 성취감을

자양분 삼아 발전하는 그런 여성이 되길 원한다.


내 딸... 나 때문에 너무 힘들까?

엄마는 편한 길 선택했으면서...


휴우


내가 아는 아저씨는 자기 딸들이 전업주부가 되길 바라셨고 실제로도 그렇게 키우신 분이 있다.

(그 아저씨는 부자도 아니며, 농업을 주업으로 한다)

어릴 때 딸들한테는 공부 스트레스도 크게 주지 않았고, 대학에 갈 정도는 안돼서 전문대를 보낼 때도 나중에 살림할 때 도움되라고 조리학과로 입학시켰다. 20대 초반부터 중매를 서셨고 그렇게 해서 그 어르신의 두 딸은 20대 중반쯤 부모님이 맺어준 인연과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


그 딸들이 나보다 어리다. 어쩌다 기회가 돼서 그들을 만나면 참 밝고 구김이 없다.

나처럼 내 일 포기하고 전업주부 된 거에 대한 방황이나 자존감 상실 같은 거도 없다.

엄마도 언니도 본인도, 할머니도 이모고 고모도 집에서 살림하는 게 당연한 문화라서 다들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솔직히 말하면 나보다 더 행복해 보인다.


그 아저씨는 고향에 돌아가 농사를 짓기 전까진 서울에서 대학도 나오고 직장생활도 하며 나름 치열하게 사셨다고 한다. 그러다 인생의 쓴맛을 겪으시고 고향으로 돌아와 고향 여자와 결혼하고 농사를 시작하셨다.


그래서 참, 그 아저씨는

이 힘든 세상 아등바등거리지 말라고

자식도 그런 심정으로 키우셨다고 한다.


사람마다 다른 거겠지만

부모의 욕심으로 자식들을 괴롭히지 않겠다는 그 아저씨의 가치관도 어쩌면 맞는 것 같기도 한데.....


벌써부터 나는 이렇게 욕심이 생겨버리니

어쩌면 좋을지


내 딸에게 바라는 것 딱 하나가

전업주부가 되지 않는 거라고 하면 참

너무나 큰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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