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원 아내로 얼마나 외로웠을까
한국에서 많은 것을 정리하고 남편의 곁으로 온 첫 주쯤 되었을 거다.
남편이 여기서 친해진 다른 주재원들과의 모임을 주선했다. 앞으로 혼자 있어야 할 아내를 걱정해서 아내끼리 친분을 쌓게 해 주려는 남편들의 노력이었다.
내심 나도 기대했다.
호화로운 주상복합 건물, 수영장과 인공 폭포,
선선하니 좋은 날씨, 거기서 함께 바베큐를 구워 먹는 풍경이 이런 게 외국생활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 좋았고 재미있었다.
그때 소개받은 남편 지인의 아내분은 좋은 사람이었다. 솔직하고 귀여운 매력이 있는.
그분은 남편과 나이 차이가 조금 많이 나서 그동안 다른 주재원 아내들과 섞이지 못했던 것 같았다.
나 또한, 다른 주재원 사모님들과 띠동갑이거나 그들의 자녀보다 조금 언니인 정도로 주재원 와이프치곤 어린 편인데,
그 친구는 20대이니... 주재원 와이프 치고는 정말 애기일 수밖에 없었을 거다.
거기다 나와 같이 아이가 없는 부부였으니...
얼마나 외로웠을까
막상 나와 친구로 만들어 주려던 남편도, 그녀의 어린 나이에 적잖이 당황을 했다.
그래도 서로 몇 번을 집으로 초대하면서
왕래를 해왔다. 여자들끼리만 따로 모일 정도까진 안되었지만 나름 서로를 많이 생각하고 챙겨주는 사이 정도는 된 거 같다.
그녀를 알게 된 지 10개월쯤 된 거 같은데
그 사이 한국에 세 번 정도 왔다 갔다 한 걸로 알고 있다가 얼마 전 우연히,
해외생활이 힘들어서 완전히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우리 집 거실 창문에서 그녀의 아파트가 보일 정도로 거리로 치면 참 가까운 거리였는데,
좀 잘 챙겨줄 걸 하는 후회와
그래도 그간에 정이 있는데 떠날 때 얘기라도 좀 해주지 그렇게 가버리냐 하는 서운함이 밀려온다.
주재원이라는 게 그렇겠지 싶기도 하다
해외에서 맺어진 인연이 끝까지 갈 수도 있으나
이 나라에 남아서 누군가를 떠나보내기도 해야 하는
새로 부임해 오는 분을 어색하게 맞이해야 하기도 하는
그러다 정작 내가 귀임하는 날이 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손절하고 돌아갈 수도 있는 거겠지
이곳에 남아있는 나로서는 그래도 귀엽고 상냥했던 그녀가 그립다.
그리고 그녀가 원하는 게 한국에 있는 거라면 이곳에서 혼자 견딘 외로웠던 시간을 잊고 씩씩하게 다시 일어나길 바라본다.
나도 무언갈 포기하고 남편을 따라 외국으로 오기까지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고
막상 주재원 와이프로 와서도 갈피를 못 잡고 있는데,
그녀는 그 활기 넘치는 어린 나이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부부의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