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없는 전업주부 Oct 04. 2022

어린 올케를 보는 심정

올케가 생겼다.

요즘 세대 답지 않게 어린 나이에 결혼을 선택한 그녀. 25살. 딸 많은 집의 막내딸이다.


나이도 한참 많고 집안의 장녀이고

올케보다 십년이나 더 싱글을 즐기다

고민고민 후 결혼을 한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


그래도 나와 달리 뚱 하지 않고 싹싹하며

까다롭지?않은 성격.

전반적으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게 티가 나는 그녀다.


우연인지 모르겠다만,

나의 시댁과 친정과 올케의 언니네가 같은 아파트단지에 산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참.


내 입장에서 명절이 되면, 시댁과 친정을 번갈아 다니기 너무 편하다.

그래도 남편을 해외에 먼저 보내고 혼자 지낼 땐

종종 친정이 아니라 시댁에 가서 자고 왔다.

명절에 외롭게 계실 시어머님이 눈에 밟히기도 했고, 시어머님이 어떤 면에선 친정엄마보다 편하기도 했다.


그냥 장녀라 그런가....

친정에 가면 하루종일 엄마 아빠가 부탁한 심부름에 잔소리에 정신이 없다.

왜 아들래미 안시키고 딸인 나한테만 시키냐고 짜증이라도 내면, 아들은 못미덥다고...


휴우.


그에 비해 아들만 있는 시어머니는 며느리인 내게 크게 의지하지 않으신다.

명절에 가도 설거지 한 번 안시키시고

밥상도 번드러지게 차려주신다.

같이 먹는 사람이 있어야 자기도 차려먹게된다며

오히려 내 존재?를 진심으로 고마워해주신다.


나의 경우는 그렇지만?

올케는 아직 시댁이 많이 어려운가보다.

명절에도 딱 점심만 먹고, 집에 갈 길이

멀어서 서둘러 가야한다며 동생을 보챈다.

(동생네 신혼집은 대전이다)


진짜 집에 간 적도 있겠다만,

명절에 점심을 우리집에서 먹고 저녁을 친정언니네 가서 먹은 다음 자고 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문제되는 행동은 아니다만,

솔직히 얘기해도 되는데

버젓히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들킬 때가 많은 게 문제...


같은 아파트단지에 살아서...

올케가 담배피우려고 놀이터 근처에 자주 나와

산책 중인 우리 부모님과 마주쳐버리는 거다...


싹싹하게 인사하며 언니네서 저녁먹으며

술 마시다가 밤이 새어버렸다고,

그나마 우리 부모님 만나면 도망가지 않고

인사라도 하는 걸 기특하게 여겨야하나 싶지만

가끔은 도데체.... 왜 뻔한 거짓말로 괜시리 사람을 서운하게 만들까?

잔소리하기도 애매하다. 잔소리하는 성격도 아니고.


연휴가 길었던 어느날

동네 카페에서 우연히 남동생을 만났다.


너.. 뭐냐? 왜 여기있냐?

후우, 와이프가 언니네 놀러가자 그래서 왔어

몇일 지내고 있는데 부모님한테 모른척 해줘.

뭐 알려드려서 좋은 소리 들을 꺼 같지도 않으니 가만히 있을께.


와이프야 언니 집이 편할 수 있으니 그렇다치고, 그 집 아이도 있고 좁을텐데 너는.... 처형네 불편하지 않냐?

나야 내 방 있는 부모님 집이 편한데...어쩔 수 없지.. 와이프가 아직 우리집에 가는 걸 불편해하더라고.


언젠간 편해지겠지 뭐, 아직 어려서 그럴 수도 있고

고생해라


남동생은 처형네서 겨우 혼자 빠져나왔다며

좀 더 카페에서 쉬다가 동네 어슬렁 거리다 들어가겠다고.


돌아오는 길에 자기 집에도 못오는 동생이 한편으론 안쓰럽기도 하고,

와이프 생각해주는 듬직한 남편이 된 모습에 기특하기도 하고,

그런 묘한 감정을 느꼈다.


25살, 내가 저 나이때 시댁이란 존재가 생겼다면 어땠을까? 아마 시댁어른께 싹싹하게 인사도 못했을 것 같다.

아파트 단지에서 우연히 마주칠까 도망다녔을 것 같고,

저 나이에는 눈에 보이는 거짓말이 뭔지도 잘 몰랐던 것 같다. 순간순간을 일관성없게 모면하고는 혼자 뿌듯해하기도 했던 듯.

이런게 어리니까 이해받을 수 있는 특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어린 나이에 남편따라 시집가 연고지 없는 대전에서 지내기 얼마나 심심할지, 언니네 오는 게 그나마 콧바람이라도 쐬는 걸테니.

남편따라 연고지 없는 외국에서 주재원 와이프로 혼자 지내본 덕분에 올케의 심정을 간접적으로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고...


그러나 저러나


여전히 남동생은 못미덥다며 모든 심부름을 나에게 몰빵하는 엄마 아빠한테 저쉬끼도 좀 시켜먹으라고!!!! 소리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좋은 소식은 잊지않고 전해주는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