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름빠름빠름
한국에 도착했다.
친정과 시댁을 찾아 짐을 풀고
시차적응을 느낄 새도 없이 내 기준엔 오늘과 내일의 경계가 되는 시간에?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를 찾았다.
초진은 예약할 수 없다하여 얼마나 시간이 오래걸릴까 걱정스런 마음으로 도착.
접수를 하니 내 앞에 8명의 대기환자가 있었다.
그나마 평일 오전이라 적은편이라고.
8명이면 두시간 정도 걸리려나....
16시간 비행기도 타고 왔는데 두시간 쯤이야!
일단 진료보는 8층으로 이동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8층에서 내 이름이 울려퍼진다.
에이 설마?
어느 간호사분이 나를 상담실로 안내한다
한국에서 초진이지만 이미 7개월차
외국에서의 진료기록을 꼼꼼히 스캔하시고는
소변검사와 피검사를 다시하자며 소변을 받아오라고 하신다.
일단 정신없이 화장실을 찾아 소변검사를 끝내고
다시 대기실에 앉아있으려 하니 내 이름이 또 호명된다.
피검사와 임당검사도 다 같이 진행하고
임신 독감도 맞아야 하고
자궁경부암 대상이니 암검진도 하라고 문진표도 작성하고
산모수첩도 챙겨드리겠다고 하고 등등
간호사분께서 무언가 나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신다.
지시에 따라 임당 검사용 시약을 복용하니
이번엔 피 검사실에서 나를 호명한다.
상담실에서 정신없이 피검사실로 갔더니
베테랑 간호사분께서 찌른 티도 안나게 피를 뽑아주셨다
와우. 현지에서 피 뽑다가 혈관 다 터졌었다고
저번에는 주사기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고
나도 모르게 베테랑 선생님께 하소연을 하니
멍 안들게 뽑아주겠다며 걱정말라고 하신다.
말이 통하니 이렇게 안심 될 수가..
한 시간 후에 다시 피를 뽑아야 한다길레
이제 진료받고 기다리면 되려나~
대기실에 앉았다.
대기실을 두리번 거리니 남편이 안보인다?
벌써 어딜 나간거지?
내가 바쁘게 상담실과 주사실로 움직이는 사이
남편은 다른 선생님께 이끌려
태아보험과 아이사랑카드, 아동수당 등을 설명듣고 있었다.
남편을 찾는 사이. 나의 진료 순번이 오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의사선생님을 뵈러 갔다:
내 이전 진료 기록을 잠시 보시더니
복부초음파와 경부길이, 자궁경부암 확인하자고 하시고 후다닥?
5~10분 사이에 울 애기 초음파도 확인하고
자궁경부암 약도 바르고 질정까지 모두 끝마쳤다.
의사선생님의 질문, 궁금한거 있으시냐?
라는 말에 엉뚱하게도 말이 통해서 너무 좋네요.
아기는 건강한가요?
임신독감주사도 맞고 가시고 추가 검사 더 진행하자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렇게 짧게? 진료를 마치고 나왔다.
현지에선 의사선생님과 20분? 30분 넘게 초음파를 보고 진료했었는데 역시 한국은 빠르다....
남편과 왠지 모를 아쉬움을 나누며 대기실로 나왔다.
울 애기 초음파로 더 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대기실로 나와 한숨 돌리려니
간호사분께서 산모수첩과 함께 여러가지를 설명해주시고,
아이사랑카드 담당자분은 남편을 불러 다시 상담을 이어가셨다.
그 사이 수납을 마치고, 아이사랑카드를 위해 임신확인서를 발급받아 상담사에게 건네며
국가 지원 제도를 여러가지 설명 들었다.
상담선생님은 건보에 임신 등록을 해 드리겠다며 분주히 움직이신다.
상담사에게 이제 좀 차근히 설명을 들어볼까 했더니, 주사실에서 다시 내 이름이 호명된다.
벌써 한시간이 지났다고? 아닌데..?
들어가보니 임신독감주사 맞으라고 ...
독감주사 맞고 상담실에 있는 남편과 재회하니
이번엔 임당 검사로 주사실에서 다시 부른다.
우와, 정신없어!
병원에서 1시간 20분 있었나?
그 사이 진짜 모든걸 한 기분이었다
더 놀라운 건,
병원을 나와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 사이
아이사랑카드까지 발급이 완료된 것....
남편과 감탄을 하면서 이런게 역시 한국이었다며!
현지였으면 두달이 걸릴 일이 한시간반만에 해결되는 시스템의 나라!
일단 현지에서는 10시에 진료예약을 하고 가면
계속 대기하다가 11시 넘어서 들어간다.
만약 피검사라도 있으면 당일에 하지 않고
다른날을 다시 예약잡아서 피검사만 하러 병원에 가야한다.
건강보험공단 같이 공공기관과 연계된 무슨 일을 처리하려고 하면? 일단 전화나 홈페이지로 되질 않는다. 브로커를 통해 공단 방문 일정 예약을 빠른 순번으로 받아야 하고, 공단을 방문해서 서류를 준비한 후 한참을 기다려야 처리가 된다.
카드발급?도 쉽지 않다..
진심 두달이 걸려도 될까 말까 한 일들이
한국은 한두시간 안에 해결되어버리니
현지 시스템에 적응될랑 말랑 했던 나와 남편은
병원을 나서면서 약간의 멀미를 느꼈다.
우리 이렇게 병원에서 대기하면서
알찬 시간을 보낸 적이 있던가?
내가 한국에 와 있구나!
역시 킹캇제너럴코리아 의료시스템이다!
현지의 삶이 그립다가도
무언가 한국에 오니 안심이 되고
한국의 병원에 가니 더더욱 잘한 선택이다 싶다
말이 통하고
모든게 빠르게 처리되는
대단한 나라였어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