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서 껄떡껄떡
임신, 정말 신기한 경험이다.
몸은 점점 무거워지고 내 몸이지만 어색하다.
내 맘과달리 뒤뚱뒤뚱
내 생각과 달리 무게중심이 잡히지 않아 잘 넘어진다.
길에서 넘어져본게 얼마만인지 모를 정도랄까
신기한건 배고픔이다.
먹덧이 이런 느낌이려나?
임신 7개월차에 접어들자,
참기 힘든 허기짐이 생겼다.
먹기 싫은데 뭔가 먹지않으면 잠이 안오고
허기짐에 껄떡껄떡.
임신 중 변비로 고생했다는 친구 말에
요거트, 유산균을 챙겨먹었더니
어느날은 하루종일 설사로 화장실을 드나들었다.
이런날은 몸이 힘들어서 진짜 뭘 먹기가 싫은데
화장실 한번 다녀오면, 바로 느껴지는 허기짐....
지금 뭘 먹으면 또 화장실 드나들면서 고생할 것 뻔한데도 냉장고문을 열고 먹을 것을 찾는다.
먹고 화장실가고, 아 왜먹었지 후회하다가
또 허기짐으로 껄떡껄떡
이건 분명히 아기가 먹고싶은거겠지?
그렇게 믿고 싶다...먹는건 내 의지겠지만...
이제 몸무게에도 신경쓰게되었다
뭐랄까, 허기짐으로 껄떡대다가 정신 놓고 먹지 않기 위해? 몸무게를 수시로 잰다.
한달마다 가는 진료, 이제 2주 정도 된거 같은데 그때보다 벌써 2kg 이 쪘다.
아기가 커졌기도 했겠지만 내가 많이 먹어서겠지?
한국에 오니 입맛에 맞는 음식이 많아
더욱 살찌는 것도 같고...
그래도 아직 먹고 싶은 게 많은데 큰일이다.
남편 휴가기간에는 같이 맛집 뿌시러 다니고
행복했는데,
남편보내고 한국에 혼자 남아 맛집 다니려니 참... 그릏다.
엄마는 한창 단풍놀이 다니시고
아빠와는 같이 맛집 다닐 정도 사이는 아니고
친구들은 다 일하거나 애 키우고 있고...
외국에선 멀어서 가고 싶은 맛집 못다녔는데
한국에선 친구가 없어서 못가네?
울 아기가 엄마인 나를 닮았으면 이렇게 안먹었을텐데 아빠를 닮았구나 귀여워.
그치만 엄마 몸에 있으니 먹는게 한정적이란다...
자꾸 많이 먹어서 살 찌는거보다
이렇게라도 못먹어서 살 덜 찌는게 좋지 않을까
혼자 아무렇게나 생각해본다
배고픔으로 껄떡껄떡.
그래서 아빠가 그렇게 밥.밥 하셨구나
물리적인 배고픔, 정신적인 허기짐이
이렇게나 참기가 힘든 거였네...
밥 안차려준다고, 먹을꺼 없다고
폭팔하듯 화냈던 아빠 모습이 요즘 유독 생각난다.
그동안 진심으로 한심하게 생각했는데....
배고픔과 허기짐을 예민하게 반응할 정도로
괴로우셨을 수 있었겠다....
사먹는건 너무 싫고
그렇다고 스스로 차려먹을 줄 모르니
그 자신은 얼마나 더 답답하실까
어쩌다 저렇게 되신건지 참 불쌍하기도....
임신을 했더니 친정엄마 보다는
밥때문에 서러워하던 친정 아빠를 이해하게되는
신기한 경험 중이다..